옥천, 이것이 문제다(6) - “대청호에 마을 빼앗기고 먹을 물조차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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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이것이 문제다(6) - “대청호에 마을 빼앗기고 먹을 물조차 부족”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12.02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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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북면 막지리 주민 40년 동안 식수와의 전쟁
유권자 수 적어 홀대 아닌 홀대 현실 마음 아파
“관로 교체 예산 세우고 내년부터 정상화하겠다”
산 중턱에 설치해 놓은 이 물탱크 하나로 주민 46명이 생활해 나간다. 가뭄이 들면 옥천군에서 살수차를 동원해 물을 대주고 있으나 주민들의 목마름은 여전하다.
산 중턱에 설치해 놓은 이 물탱크 하나로 주민 46명이 생활해 나간다. 가뭄이 들면 옥천군에서 살수차를 동원해 물을 대주고 있으나 주민들의 목마름은 여전하다.

“조상대대로 살아오던 마을을 송두리째 대청호 조성에 내어주고부터 40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 동안 우리 마을은 먹는 물 문제로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도대체 언제쯤 식수로부터 자유로운 날이 올 수 있을까”

소양호와 충주호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대청호. 만수 면적 72.8㎢, 저수지 길이 86㎞, 총저수량 높이 80m, 홍수조절 용량 14억 9000만㎥에 이르는 대청호이지만 실제 혜택은 대전광역시를 비롯한 청주·군산·전주 등 인접 도시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환언하면, 대청호 조성에 마을을 통째로 빼앗긴 주민들은 대청호가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은 존재라는 얘기다. 

옥천군 군북면 막지리 손호연 이장(73). 손 이장은 물만 생각하면 지금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만큼 민감해져 있다. 5년 전부터 맡기 시작한 이장이라는 직책은 그를 더욱 옥죄었다. 본시 남에게 싫은 말 하기 싫어하고 선량하기 그지없는 주민들이다보니 마을 내 모든 문제는 손 이장 몫이 되어 버렸다. 특히, 식수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손 이장은 이장을 맡고 나서야 알았다. 막지리는 대청호가 들어서기 전까지만해도 120가구에 750여 명의 주민들이 알콩달콩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었는데 어느날부터 호수가 조성된다는 발표를 하자 하나 둘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다라는 사실을.

손 이장은 “당시 대청호 조성으로 인해 마을 120가구 모두 수장됐다. 그리고 미처 마을을 떠나지 못한 주민들은 마을에서 1.5㎞ 떨어진 산중턱으로 이사를 해야만 했다. 문제는 그때부터 발생했다. 그간 먹는 물 하나만큼은 걱정없이 살았는데 대청호로 인해 먹는 물과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물부족 고통, 대한민국 어디에 또 있겠는가
“유권자 수 적어 홀대 아닌 홀대 받아”

“제가 이장을 맡고부터 다른 것은 몰라도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먹는 물 문제 하나만큼은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물과 관련된 곳을 대상으로 발품을 팔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마치 남의 일이라도 되는 듯 그저 ‘계획을 세우고 있다’ ‘노력하겠다’는 등의 전혀 설득력없는 말만 일관했다. 그들의 눈에는 아마도 막지리가 옥천군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지금 막지리 주민들은 물부족으로 식수는 물론 화장실도 마음놓고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막지리와 같은 마을이 대한민국 어디에 또 있겠는가, 생각해 보건대, 아마도 유권자 수가 적어 홀대를 받는 것 같다. 옥천읍처럼 유권자 수가 많으면 이러한 문제는 진작에 해결돼도 됐을 것이다. 외진 마을에 사는 것이 참으로 서글프다”

막지리가 안고 있는 서러움은 또 있다. 막지리에는 오래된 배가 한 척 있다. 이름하여 ‘막지호’. 그런데 이 배가 사용된지 오래되다 보니 배 이곳저곳에 구멍이 나 더 이상 배를 이용하다가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 옥천군에 건의를 했다. “이 배를 계속해서 사용할 경우 무슨 큰 일을 당할지 모르니 새로운 배를 하나 마련해 달라”고.

다행히 손 이장의 건의를 수용한 군의 결정은 좋았다. 하지만, 문제가 바로 발생했다. 손 이장이 건의한 배 제작 비용은 3억 원, 하지만 당시 옥천군 내수면 담당 공무원의 실수(?)로 인근 오대리와 막지리 두 마을을 상대로 각각 1억5천만 원씩 배정을 하고 말았다. 어이가 없었다. 실수할 걸 실수해야 이해가 되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쩌면 당시 담당 공무원이 일부러 그렇게 한건 아니었는지 하는 괘씸한 생각도 들었다. 이후 그러한 사실을 군에 강력히 항의하자 울며겨자먹기로 각각 5천만 원 씩을 추가로 지원해 줘 그나마 내년 3월이면 전수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 역시 작은 마을에 사는 서러움이다. 주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생명줄과도 같은 배를 구입하는데 들어가는 배 한척 제작 비용 3억 원으로 두 척을 구입하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도심도 아니고 산간 지역인 막지리 주민들이 얼마나 큰 요구를 한다고 그것까지 깎는단 말인가. 배라는 것은 하루 이틀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사용해야 하고 그만큼 안전해야 하는 것으로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다는건 세 살바기 아이도 아는 사실 아니겠는가”

주민 23명에서 46명으로 늘려 군수와의 약속 지켜
하지만 군은 식수와 ‘막지호’ 제작비 약속 안지켜

손 이장은 기왕 맡은 이장직이 마을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방법이 있다면 능력 안에서는 다했다. 실제로 처음 이장을 맡을 때만 해도 마을 주민이래야 23명이 전부였다. 그러나 지금은 정확히 배로 늘어난 46명이 됐다. 이러한 결과는 당시 군수에게 한 약속 때문이었다. ‘임기 안에 마을 주민 수를 배로 늘리겠다’고. 그래서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군은 약속을 어겼다. 마을 식수문제와 ‘막지호’ 제작비 모두.

이제 손 이장은 지칠대로 지쳤다. 더 이상 마을발전이고 뭐고 신경쓰고 싶지 않다.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보다는 주민 모두에게 골고른 혜택을 주기 위해 지난 세월 노심초사 심혈을 기울였는데 정작 군이 외면하고 있으니 더 이상의 노력은 아무런 의미도 없으며 괜히 인간관계만 나쁘게 할 필요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보다 더 유능한 사람에게 이장을 맡기고 이쯤에서 이장직도 내려 놓을 생각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지금까지 혼자만 손뼉을 쳐왔다는 생각에 억울한 생각만 든다.  
okhs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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