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블로그] 까치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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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블로그] 까치밥
  • 김동진기자
  • 승인 2021.12.16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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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의 감나무에 외로이 달랑 하나 남은 감이 까치를 기다리고 있다.
옥천의 감나무에 외로이 달랑 하나 남은 감이 까치를 기다리고 있다.

깊은 가을이나 새벽 서리가 하얗게 내리는 겨울로 들어서면 감나무에 빨간 홍시 같은 감이 하나둘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확기에 높은 나무 위의 감을 전부 따지 않고 몇 개 남겨둔 감이다. 우리는 이 감을 보고 까치밥이라 부른다. 

도시에서만 살다 옥천에 오니 빨간 감이 매달린 감나무를 흔히 볼 수 있고 신기한 마냥 쳐다보며 까치가 먹고 간 감이 있는지 찾아보기도 한다. 예전엔 까치밥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지 않았다. 주변에 감나무가 없어 그랬지만 요즘엔 까치밥이라는 단어가 아주 똬리를 틀고 머리에 앉아 있는 것만 같다. 옥천으로 오면서 달라진 생활 중 하나가 됐다.

이런 감을 까치밥이라 이름한 것은 우리 조상님들의 삶의 문화와 인정,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심어진 아름다운 지혜이다. 그 정서를 아직 시골에서 느낄 수 있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을 때 먹이를 찾지 못하는 새들이나 작은 짐승들이 한끼의 먹이라도 해결하라고 남겨 놓은 그 마음의 발로, 그것이 인간과 동물이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하나 남은 감까지 몽땅 따버린다면 그 얼마나 몰인정한가 말이다. 동물에게도 몰인정하면 사람에게는 오죽하겠냐 하는 그런 생각도 든다. 반가운 손님을 부르는 까치는 인간과 아주 가깝고 친밀한 새이다. 그 까치가 배고픔을 달래도록 양식으로 까치밥이라 남겨두니 인정머리 있는 사람이 된다.

아직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하얗게 서리 맞은 감을 보면 겨우내 새들이 날아와 먹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평안해진다.

결국 까치밥이라 이름한 것도 우리에게 항상 친근하고 가까이 있으며 반가움을 전해준다는 까치의 이름을 대표로 붙인 말로 인간의 향수가 진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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