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블로그] 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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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블로그] 첫눈
  • 김동진기자
  • 승인 2021.12.3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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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에서 만난 첫눈, 옥천역 승강장에 눈이 날리는 가운데 무궁화호가 달려오고 있다.
옥천에서 만난 첫눈, 옥천역 승강장에 눈이 날리는 가운데 무궁화호가 달려오고 있다.

잠깐 문밖을 내다 보니 어쩐 일인가. 오매불망 기다려도 소식이 없던 하얀 눈이 펑펑 날리고 있었다. 믿기지 않아 눈을 감고 다시 떴다. 이제야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하얀 눈을 뿌려주었다. 새하얀 세상, 하얗게 변해가는 첫눈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겨울에 처음으로 오는 초설, 하늘을 타고 옥천에 첫눈이 내린다. 날마다 내리는 서리만 바라보며 설레는 마음에 애간장만 태우던 마음은 삽시간에 시원히 녹았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눈이 빠질 찰나 드디어 기다리던 첫눈이 하얀 물감을 막 뿌려대고 있었다.

눈이 아니면 비라도 내리려나 했던 메마른 그 겨울날, 온 세상을 하얗게 겨울임을 만방에 알리는 순간이었다. 하늘에선 산타할아버지가 신나게 썰매를 타고 달리며 축복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크리스마스 캐롤과도 섞였다. 눈이 내리면 가장 좋아한다는 강아지와 아이들을 부르고 싶었다.

포근한 날이 많던 올겨울, 12월에 옥천에서 눈을 못 보나 초조함 속에 그래도 옥천인데 하는 기다린 마음을 알아주는지 반가운 임처럼 찾아주었다.

지난해 처음 만났던 눈 내리던 옥천역의 낭만적 풍경이 떠올랐다. 생전 처음 옥천에 와서 부산 가던 날, 긴 철로 위에 승강장에 하얗게 쌓이던 옥천역 풍경. 그 눈보라를 가르며 달리던 무궁화호, 여운 가득한 긴 불빛에 사방으로 날리는 진풍경이 만드는 낭만은 눈 구경이 흔치 않던 나에겐 기쁨이었다. 깜깜한 날 밤에 펼쳐진 그 진풍경에 옥천의 첫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눈 내리는 옥천의 시내는 여전히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고 있었다. 사람들과 차들은 일상인양 걷고 달리고 있었다. 그 축복같은 풍경이 신기한 듯 바라보는 사람은 나뿐인지 홀로 조용히 감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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