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일등(貧者一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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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일등(貧者一燈)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1.12.3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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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새해를 앞두고 많은 상념에 빠졌다. 2021년 역시 새해 첫 날을 맞이할 때는 가능한 상대방에게 양보하고 낮아지며 내려 놓은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해 보았지만 역시 사람인지라 뜻대로 되지 않았음을 고백해 본다.

때로는 말도 안되는 말로 억지를 부려도 내가 참으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감정을 추슬러  보았다. 하지만 정작 상대방은 끝까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음에 더 이상 할 말을 잃기도 했다. 세 살바기 아이가 봐도 상대방이 잘못 되었는데도 한 번 내뱉은 독설은 쉽게 분해되지 않았다.

물론, 그러한 배경에는 나 자신의 속좁은 탓도 있겠지만 상대방 역시 이해와 관용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문제는, 자신보다 약하고 가엾은 상대방에게 눈꼽만치도 내어주지 못하는 마음 씀씀이가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 자신은 분명 10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달랑 하나 밖에 없는 그것마저 빼앗으려 드는 작자들을 보면서 참으로 우울한 마음 가실길이 없는 한 해이기도 했다.

석가가 사위국(舍衛國)의 한 정사(精舍)에 머물고 있었다. 그 마을에는 의지할 곳이 없어 얻어 먹으며 살아가는 난타(難陀)라는 여인이 있었다. 여인은 국왕을 비롯해 나라 안의 많은 사람들이 석가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고도 아무것도 공양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도 한탄스러웠다. 

그런 그녀가 하루는 온종일 마을을 돌아 다니며 구걸한 끝에 겨우 한 푼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기름집에 가서 한 푼어치에 해당하는 기름을 달라고 하자 주인은 기름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여인은 주인에게 내가 쓰려는게 아니고 석가에게 바치기 위해서라며 사정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주인은 여인에게 돈의 몇 갑절이나 되는 기름을 주었다. 그리고 기름을 석가에게 바쳤다.

시간이 흘렀다. 하나 둘 불이 꺼지기 시작했다. 호화롭게 치장한 부자의 등불도, 탐스럽게 치장한 고관들의 등불도 모두 꺼졌다. 하지만 꺼지지 않는 등불이 하나 있었다. 바로 여인이 바친 등불이었다. 

비록 여인의 보잘 것 없는 등불이었지만 석가는 알았다. 여인의 등불이야말로 그 어느 누구의 등불보다 정성이 넘치고 가치가 있다라는 사실을. 부자나 고관대작들은 자신이 가진 것 가운데 매우 적은 것을 석가에게 바치고 복을 달라고 빌었을지 모르나 여인은 달랐다. 등불을 바쳤다고 해서 복을 달라거나 재물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가운데 최상의 것을 골라 바쳤을 뿐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았다.

바로 그거다. 사람들은 남에게 뭔가를 베풀 때 자신이 사용하고 남은 것 가운데 별 가치도 없는 하나를 마지못해 내준다.(그것도 억지로 빼앗기듯이) 

기왕 도움의 손길을 펴려거든 기분좋게 과감히 내어주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줄 때는 하나를 주나 열을 주나 어차피 주는 건 마찬가지다. 그리고 남에게 베푸는 것이 언제일지는 모르나 결코 물거품이 아닌 열배 백배로 돌아오는 법이다. 그게 자연의 순리요 인간법칙이다.

너무도 오랜 시간 코로나19와 변종 바이러스까지 활개를 치고 있는 요즘, 처음과 달리 약자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이 눈에 띠게 많아졌음에 일면 따뜻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오로지 자신만 잘먹고 잘살려고 몸부림치는 일부 가진 자들을 보면 너무도 딱하다는 생각만 든다. 흔히 하는 말로 ‘죽으면 동전 한 잎도 가지고 가지 못하는 인생’인데도 말이다. 약자가 없으면 강자도 없으며 빈자(貧者)가 없으면 부자도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다. 강자는 약자를 부자는 빈자를 밟고 재산을 모은게 아니겠는가.

임인년 새해, 지나간 삶을 후회하지 않고 사람다운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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