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아픈 건 다 나를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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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아픈 건 다 나를 다오
  • 동탄 이흥주 수필가
  • 승인 2022.01.1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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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아픈 건 다 나를 다오” 어머니가 항상 하시던 말씀이다. 자식이나 손주들이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으레 하시던 말씀이었다. 이 자식은 아무리 어머니라도 어찌 저런 말이 저렇게 쉽게 나올까 했다. 이 아들은 자식을 키우면서도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아직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철들다 죽는다고 한다. 한 치 앞을 못 보고 아등바등하다 철들 때쯤, 눈이 열릴 때쯤은 시간이 없다. 가야 할 시간이 바쁘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편안히 가질 못한다. 회한과 뉘우침 속에서 눈을 감아야 한다. 얼마 안 되는 성현군자 빼면 다 이렇게 생을 마감한다.

“너희들 아픈 건 다 나를 다오” 오직 자식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에서나 나오는 말이다. 자식 사랑의 마음은 철나다 죽는 게 아니라 항상 철이 나 있는 것이다. 이제 나이가 차니 겨우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난 아직도 부모의 마음에서도 부족함 뿐이다. 

속되고 무지한 마음과 철 사이에서 갈등하는 게 사람살이다. 온갖 욕심과 야망 속에서 보내는 게 사람 사는 거다. 쉽게 철이 날 수가 없다. 이렇게 논리를 펴나가다 보니 철은 늦게 들어야 한다는 우스운 생각이 든다. 철나면 죽는데 말이다.

철이 나서 죽건 그렇지 못하고 죽건 죽는 건 누구에게나 똑같이 온다. 전직 대통령들이 채 한 달이 안 되는 차이로 둘이나 떠났다. 세상의 꼭대기에 있던 사람도 수백 수천억 조 단위의 재산가도 똑같이 간다. 세상이 공평하지를 못하지만 이 죽음만큼은 참으로 공평하다. 조금 먼저 가고 조금 늦게 가는 것 뿐이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공포감을 느끼는 게 죽음이다. 코로나가 주는 공포도 죽음의 공포이다. 아무리 아파도 죽지만 않는다면 코로나 범벅 속에서도 공포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 할 일이 남아서 더 살아야 하는 게 아니라 죽음이 무서워 더 살아야 한다. 

죽음의 공포를 초월할 수만 있다면 모든 번뇌는 다 사라진다. 어떠한 것에서든 초연할 수 있다. 이런 경지에 다다른다면 사람을 옭매는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수행을 오래 한 큰 스님들이 이럴까.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이런 거 아닐까.

보통 사람들이야 이런 건 상상할 수도 없다. 화나면 화내야 하고 먹고 싶으면 먹어야 하고 갖고 싶은 건 무슨 수단을 써서도 가져야 한다. 거짓말하고 중상모략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가지려면 이런 것에 뛰어나야 한다. 이런 걸 잘하면 똑똑하다는 소리까지 듣는다.

 “너희들 아픈 건 다 나를 다오” 하시는 어머니 마음이 이런 걸 다 초월한 마음이다. 자식들 앞에서 모든 걸 다 버린 어머니의 마음이 해탈의 경지에 계신 것이다. 현자(賢者)를 멀리서 찾을 일이 아니고 내 바로 옆에 계신 어머니가 현인임을 알아야 한다. 자식들은 어머니가 가실 때까지도 이런 것에선 장님으로 산다.

부모라고 다 부모는 아니다. 계부 계모 아니 친부모도 제 자식을 학대하고 죽이는 일이 세상에는 일어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아서 자식을 제 생활에 걸림돌로 생각하여 목숨까지 빼앗는다. 이건 어려서나 그렇다고 하지 계부 계모, 친부모가 이러는 건 또 뭔가.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힘든 일이다.    

“너희들 아픈 건 다 나를 다오” 하는 부모의 마음이 정말 부모 마음이다. 자식을 죽이거나 학대하는 어미 아비가 하나라도 있으면 안 된다. 법적인 처벌도 처벌이지만 그보다도 천벌을 받을 것이다. 새끼를 낳는 일은 벌레도 한다. 미물도 제 새끼는 목숨 걸고 키우고 돌본다.

사람이란 게 미물보다 못할 때가 많다. 세상의 모든 걸 다 부리고 지배하지만 인간이란 동물이 세상에 제일 못됐다. 하찮은 미물에게서도 많이 배워야 하는 게 우리들 인간이다. 

나이를 먹어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으니 철나기를 바라는 것은 모래밭에 싹 나오기를 바라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인가보다. 좀 더 기다려 보아야겠다. 기다리다가 90, 100세까지 장수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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