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와 빛으로 세상을 투영하는 ‘그대로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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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와 빛으로 세상을 투영하는 ‘그대로의 예술'
  • 이성재 기자
  • 승인 2016.07.28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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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처음 카메라 접하고 47년간 사진과 인연
2001년 KBS환경미술대전 사진부문 대상 수상
옥천대표 사진작가 배출위해 후진양성에 노력

사진은 빛이 만들어 내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빛을 다루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 좋은 사진을 찍듯 빛과 사진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스위치를 켜면 반짝하고 들어오는 인공조명과 일출을 시작으로 일몰까지 세상을 비추는 자연광 등 세상에는 많은 빛이 존재한다. 빛이 세상을 밝게 비추듯 사진을 통해 사람들에게 밝은 추억을 선사하는 류정현(64) 사진작가를 만나 그의 사진에 대한 철학을 들어보고자 한다.                                  <편 집자주>

 

카메라가 세상에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혼이 빠져 나간다’는 이유로 촬영을 거부했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담는 ‘사진사’에서 ‘예술작가’로까지 흘러가면서 사진은 정반대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 ‘혼을 담는 그릇’이 된 것이다. 누구나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는 요즘 이런 의미가 점점 퇴색하고 있다. 기술이 발달해 실제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조작이 난무해 단순히 시간을 담는 기능조차 잃어가고 있다.

류정현작가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기기로 찍은 사진을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진을 사람 수 만큼 인화해 나눠 갖거나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앨범을 보는 모습은 이미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 돼버렸다. 요즘은 사진은 스마트폰이나 이메일로 전송하면 누구나 공유할 수 있게 됐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디지털’이란 단어는 이제 더 이상 새로움을 의미하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디지털 카메라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최근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진을 찍고 있다. 또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 예술 작품으로 탄생하기도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필름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한 사진 작품은 고대 유물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세태 속에서 사진작가의 길은 멀고도 험한길이 아닐까 싶다.

수학여행 추억 만들기로 사진촬영 계기.

류정현 작가가 사진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옥천실업고등학교 2학년 재학중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면서 뭔가 추억거리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에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읍내 옥천중앙사진관에서 카메라를 빌려 친구들과 선생님, 주변 경치를 찍기 시작하면서 사진과 인연을 맺게 됐다.

친구들과 선생님은 사진을 잘 찍는다고 하며 재능이 있다고 칭찬을 듣게 되면서 이를 계기로 사진관을 찾아가 사진에 대한 기술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사진관 청소, 카메라 정리 등 잡일을 도맡아 하면서 사진 찍는 법을 배우는 것에 점차 매료되기 시작했다. 그 시절 그는 사진관에서 먹고 자면서 어깨너머로 사진을 배우고 영업을 마치고 암실에서 몰래 연습에 매진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사진관일도 해야 했던 그는 사진을 배우는 일이 재미 있어 힘든 것도 모르고 사진을 배워나갔다. 류 작가는 전문적으로 사진을 더 배웠으면 했지만 집안 형편상 고등학교를 취업을 하게 됐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취미활동으로 사진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가끔 개최하는 아마추어 대회나 단체 야외촬영에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또 평일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주말이면 전국을 다니면서 자연 풍경을 앵글에 담아내고 그 매력을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류 작가는 “처음 카메라를 들고 친구들의 사진을 찍을 때가 잊히지 않는다”며 “주위에서 내가 사진에 재능이 있다는 말을 하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장수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류정현 작가.

카메라를 잡은 지 25년만인 1994년 사진작가로 등단.

류 작가는 20년 가까운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1989년 개인 사업으로 귀향을 선택하게 됐다. 사업을 하면서도 취미활동으로 사진은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92년에 ‘관성사우회’ 회원이던 지인이 추천을 하면서 사우회에 입회하면서 조금 더 전문적으로 사진을 알게 됐다.그는 사진에 대한 재능은 있었지만 사진작가가 되려고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여행이나 다니면서 좋은 풍경도 감상하고 흔적을 남기고 싶었던 것이 회원활동으로 전국 각종 사진공모전에 입상하면서 카메라를 잡은 지 25년만인 1994년 사진작가로 등단하게 됐다. 이제는 사진 찍는 일이 먹고 사는 일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업이 된 셈이다.

류 작가는 등단 이후 1997년 한국사진협회 충북도지회 미술대전 우수상, 2001년 KBS 자연환경미술대전 사진부문 대상수상, 2002년 옥천예술인상 수상, 2013년 충북도 사진문화상 수상, 2014년 옥천군민대상 수상 등 각종 사진공모전에서 수많은 입상을 해왔고 지금도 자신의 작품 수백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류 작가는 “사진작가의 길은 여타 다른 예술가들처럼 창작의 고통이 따르지만 그것을 즐기는 것 또한 작가의 숙명이라 생각한다”며 “취미로 즐기기 위한 사진이 생활의 전부가 되면서 각종 대회에서 입선을 목표로 노력하던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 찍는 일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한순간의 풍경, 표정 등을 잡아내기 위한 사진작가들의 노력은 대단하다. 매일매일 반복하는 노력이 없다면 언제 다시 찾아 올지 모르는 찰나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류 작가는 “한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며칠간 잠도 못자고 자기와의 싸움을 겪은후 힘든 역경 뒤에 원하는 피사체를 얻었을 때의 감동과 환희를 잊을 수 없어 사진을 찍는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창작자의 고통과 노력으로 탄생한 사진 작품일지언정 그 의미를 보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면 작품으로서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수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류정현 작가.

주민들에게 광고사진·가족사진 등 무료 촬영.

류 작가는 사진과 관련해 지역사회의 사진과 관련해서 많은 주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했다. 47년을 사진과 더불어 생활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민들에게 광고사진, 가족사진, 영정사진 등을 무료로 찍어주거나 저렴한 가격으로 찍어주기도 했다. 그는 “지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사진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된다”며“사람들과 소통하고 예술작품으로 세상을 투영하는 사진이 좋아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류 작가는 한국사진작가협회 옥천군지부를 널리 홍보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생활 문화, 서민들의 애환, 자연의 풍경 등을 렌즈에 담아서 일반인들에게 알리고 그 작품으로 개인전을 열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옥천군 사진인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고 타·시군이나 해외교류로 사진발전에 기여하는데 노력을 하고 있다. 그는 “옥천을 대표하는 사진작가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앞으로 후진양성에 심혈을 기울여 옥천을 대표하는 작가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장가계 해외 촬영.

젊은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위해 기교를 부리는 것은 좋은 현상.

 류 작가는 사진의 매력을 리얼리티(사실성)로 꼽았다. 같은 풍경이나 표정을 보고 그린 그림은 화가가 임의대로 변형이 가능하지만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기 때문에 그림보다 표현이 제한적일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즘 젊은 사진작가들은 포토샵 등을 이용해 사진 예술을 폭을 넓히고 있다. ‘보이는 그대로를 표현하느냐, 변형을 통한 예술의 다른 표현이냐’를 두고 사진작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지만 류 작가는 대체적으로 그런 변화를 인정하고 있다. 그는 “세상이 변하고 기계도 변하고 모든 것이 급변하는 요즘 사진 작품에 대한 기교 또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요즘 젊은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두고 여러 방법을 시도 하는 것 자체가 좋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저런 시도를 하든 말든 그것은 사진을 보는 사람에게 사진에 담긴 의미를 전달하는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 그런 부분도 인정해줄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세대를 아우르는 그의 격의 없는 사고방식을 보면서 옥천군 사진인들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취수탑 별돌이 사진.
옥천군 시가지에서 폭죽이 터지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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