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활량은 체력과 별 관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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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활량은 체력과 별 관계가 없다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2.01.2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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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에 대해 오랫동안 상식인 것처럼 잘못 알려진 정보가 많다. 그중 하나가 폐활량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운동선수에 대해서 ‘폐활량이 커서’ 우승했다고 말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실제로 측정을 해보면 나이가 비슷한 운동선수 간에는 폐활량이 크다고 해서 특별히 운동능력이 더 뛰어나지는 않다. 운동선수 뿐만 아니라 젊은 나이의 일반사람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즉 비슷한 젊은 나이끼리 비교한다면 지구력 등의 체력수준과 폐활량 간에는 특별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폐기능이 감퇴하면서 평소 운동을 해오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폐활량이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또는 천식이나 기관지염, 폐기종과 같은 호흡기질환이 있다면 폐활량이 매우 감소하여 운동능력이 제한된다. 

그러나 그동안 연구들은 폐에 질환이 없는 정상적인 젊은 사람의 경우라면 폐활량의 차이가 운동수행능력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젊은 사람의 경우 폐활량과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은 체력이 아니라 신체의 크기이다. 

그렇다면 폐활량은 곧 운동능력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운동할 때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인체 반응이 호흡량이 증가하는 현상이고 숨이 차는 현상이 막연하게 폐활량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폐기능을 갖고 있다면 폐활량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해서 숨이 더 차게 되는 것은 아니다. 

또, 마라톤에서 높은 속도로 지속해서 달릴 수 있는 체력요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심폐지구력이라고 할 수 있다. 심폐지구력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최대산소섭취량과 무산소성역치이다. 최대산소섭취량은 인체가 운동을 최대로 수행할 때 일 분간 소비할 수 있는 최대의 산소량이다. 무산소성역치는 운동강도를 단계적으로 높여나갈 때 운동하는 근육에서 산소가 부족한 상태가 되면 젖산을 생성하는데 이 젖산이라는 물질이 급격히 증가할 때의 시점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 지표는 마라톤, 장거리수영, 축구 등 지구력을 요구하는 경기종목에서 매우 중요한데 이는 인체의 두 가지 능력, 즉 산소수송능력과 산소이용능력에 의해서 결정된다. 산소를 수송하는 능력은 심장의 기능과 근육에 분포된 모세혈관의 밀도에 의해서 주로 결정된다. 즉 심장이라는 펌프의 기능이 좋을수록 최대심박출량이 커지고 모세혈관이라는 도로망이 발달 될수록 근육세포로 산소를 원활하게 공급할 수가 있다. 

산소이용능력은 근육세포 내에 미오글로빈이라는 물질이 많을수록 그리고 미토콘드리아라고 하는 에너지 생산공장이 많을수록 개선된다. 즉 운동 훈련에 의해서 근육세포 내에는 산소를 받아들이는 미오글로빈량이 증가하고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의 수와 크기가 증가한다.  

인체의 산소수송시스템과 산소이용시스템이 개선되는 것은 달리기, 수영, 사이클, 줄넘기, 에어로빅댄스, 구기운동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생리적 이점이다. 또 이러한 변화는 허혈성 심장질환이나 뇌졸중과 같은 심장순환계 질환의 예방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그러므로 폐활량이 좋아서 운동을 잘한다는 말은 대부분의 운동선수나 젊은 사람에 대해서는 부정확한 표현이며 너무 피상적이고 단순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맨유에서 레전드로 인정되는 박지성 선수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90분간 필드를 쉬지 않고 누비는 체력을 들 수 있다. 그러한 박지성에 대해 2019년 초 피파(FIFA)에서 23인의 슈퍼히어로를 선정하면서 ‘세 개의 폐(Three Lungs)’라는 호칭을 부여하였다. 실제로 세 개의 폐를 갖는다면 운동수행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생리학적으로 보면 폐가 하나 더 있다면 폐활량은 늘어나겠지만 앞서 설명했 듯이 경기력에는 별로 도움은 되지 않는다. 

박지성을 나타내는 또 하나의 칭호로서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사나이’라는 표현도 있다. 이 표현은 운동생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말이 된다. ‘산소탱크’라고 불릴 정도로 그의 지칠 줄 모르는 활동량의 배경에는 심장이 분명 한몫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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