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 뿌리고(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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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 뿌리고(53)
  • 조종영 작가
  • 승인 2022.01.2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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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죽이나 정사(政事)로 죽이나 살인은 마찬가지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지 않습니다

전란에 대비하라는 중봉의 주장은 구체적이고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인재를 골라서 적소에 배치하고 변방의 방어를 강화하며 임금부터 물자를 절약하고 요소에 낭비를 단속하여 지금부터 준비를 한다면 능히 적을 물리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하오니 하루 속히 어진 사람과 문사를 뽑아서 변방의 방어를 갖추고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수령을 얻어 보내며 어진 사람을 높여주고 재능이 있는 사람을 불러오며 준걸(俊傑)이 직위에 있어서 윤 씨(尹氏) 인아(人我 외척)의 사사로움으로 공평한 정치를 해(害)하여서는 안 되겠습니다. 여덟 가지 진귀한 외국물품을 버리시고 제사(祭祀)의 여수(餘數)를 절약하시고 곧 애통한 교서(敎書)를 내리시어 한결같이 너무 지나치게 하는 치레의 요역(徭役)을 감하거나 면제시켜 주시고 어질고 훌륭한 관리를 가려 민력(民力)을 펴게 하시어 주시면 양민(良民)으로서 도적이 되었던 자가 모두 돌아올 것이니 임금님의 어금니와 손톱 같은 정병(精兵)이 충분하지 못할 염려는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일들을 사전에 예비하옵시면 누가 우리를 업수이 여기겠습니까? 자고로 그런 이치가 없었습니다. 몇 천리 감탕(金湯)의 견고함을 가지고 일역(日域)의 오랑캐를 두려워하니 신은 그윽이 전하를 위하여 수치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임금에게 왜 사신을 다음과 같은 말로 타이르면 은혜와 위망(威望)이 아울러 나타나서 결단코 침범하지 못할 것이라고 조언하였다.

“원컨대 왜사(倭使)에게 이르기를 너희가 우리에게 통신사를 요구하는 것은 우리나라를 강하다고 여겨서 군대를 가만히 이끌고 가서 너희 나라를 습격할까 두려워서이냐? 아니면 우리가 약하다고 생각하고서 우리나라의 기근을 다행스럽게 여기고 우리의 국경을 침범하려 하는 것이냐? 군대를 이끌고 가서 이웃나라를 침범함은 우리 조상 때부터 하지 않았는데 지금에 이르러 전철(前轍)을 깨뜨리겠느냐. 너희가 나라를 새로 만들어서 아직 안정하지 못한 때에 또 이 경계를 천하에 범하려 하느냐?  애비도 모르고 임금도 모르는 사람은 공자 맹자께서도 내치신 바이지만 너희 전왕(前王)이 죽은 것은 무슨 연유인지 나는 상세히 알지 못하므로 나는 너희와 국교를 가지려 하는데 우리 여러 신하들이 수치로 생각하니 어이 할 수가 없구나. 너희가 만일 백 년 동안에 인민을 평안하게 다스리며 도적을 안집(安戢)하고 주공(周公)과 공자(孔子)의 가르침을 크게 펴서 그 여파가 우리나라에 미쳐오면 그 때에 한 번 통신사를 보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월상 씨(越裳氏)가 세 차례나 통역(通譯)을 거쳐 주(周) 나라를 한 번밖에 찾아보지 않았으나 만세에 모두 가상히 여기니 이로 미루어 보면 교린(交隣)의 의(義)는 어찌 자주 왕래함으로써 귀함을 삼겠느냐?  약에 우리가 보답하지 않았다고 노하여 용병(用兵)하여 오면 내가 비록 덕이 적어서 협조함이 적을 줄은 알지만 우리의 장사들이 자못 임금을 사랑하는 의리를 알고 있으며 변방의 군졸도 또한 부모의 은혜를 알고 있으니 임금과 부모를 위해서는 마땅히 힘을 다하여 성문을 굳게 지킬 것이다.  싸움에 이기면 그 이(利)가 사졸에게 돌아가고 화친하면 그 이(利)가 임금에게 돌아가리라는 것은 송(宋) 나라와 요(遼) 나라의 화친하게 된 까닭으로서 청사(靑史)에 뚜렷하게 나타나 있으니 너희 신왕(新王) 및 모든 도주(島主)들도 분명하게 보았을 것이다. 예의로서 상자(相資)하는 도리에 가령 이해를 따지지 않는다 치더라도 장단점에 있어서는 너희 임금이 살펴서 처리해 주기를 바란다. (중략) 상사(上使 왜 사신을 일컬음)의 미혹한 죄는 춘추에 나타나 있어 신하와 백성들이 모두 명나라에 알리고 죽이려 하나 바다를 건너와서 쟁론하는 것이 각 그 임금을 위하는 것이므로 이제 용서하여 돌려보내니 이 뜻을 모든 도주(島主)들에게 두루 알게 하여라. 라고 하옵시면 은혜와 위망(威望)이 아울러 나타나서 결단코 침범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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