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의 정지용詩 다시 읽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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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의 정지용詩 다시 읽기(10)
  • 시인 김영미
  • 승인 2016.08.0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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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고향 황톳빛 짙은 농촌의 정감을 안겨주는 주옥같은 시로 ‘현대시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정지용 시인의 작품을 쉽게 이해하는 공간을 마련한다. 본란은 현대어로 풀어놓은 시와 해설을 겸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매주 게재된다.                          〈편집자주〉

홍춘 (紅椿)
춘(椿)나무 꽃 피 뱉은 듯 붉게 타고
더딘 봄날 반은 기울어
물방아 시름없이 돌아간다.

어린아이들 제 춤에 뜻 없는 노래를 부르고
솜병아리 양지쪽에 모이를 가리고 있다.
아지랑이 졸은 조는 마을길에 고달퍼

아름아름 알아질 일도 몰라서
여윈 볼만 만지고 돌아오노니.

 

*작품해석

정지용은 동지사대학 유학시절(1923~1929) 교토의 가모가와(압천) 근처에 하숙을 정한다. 그는 1926년 6월에야 정식으로 지면에 시를 발표했다. 위의 시 「홍춘」은 그해 11월에 발표된 작품으로 그 배경은 대학 시절 가모가와(압천) 상류로 표시되어있다. 일본에서는 동백을 ‘춘’(椿)나무라고 한다. 동백꽃이 붉게 핀 압천 상류의 평화스런 농촌 풍경을 그리고 있으나 마지막 연에서 시적화자의 심난스런 내면의식이 돋보인다. 이 시는 해가 길어진 봄날에 시내를 관통하는 강을 배회하다 동백꽃을 보면서 고향의 동백꽃이 그리워졌고, 어릴 적 솜병아리 쓰다듬던 유년의 감정을 투영하다가 종국에는 자신의 시름을 ‘피 뱉은 동백’이라고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지 않은 채 나무에 매달린 꽃의 아름다움이 이미져서 바닥을 뒹구는 꽃들에게 전이되고, 순간 떨어지는 꽃잎에도 마음이 출렁출렁 흔들렸던 것이다. 또한 쏟아지는 햇살에 동백 빨간 꽃잎과 푸른 잎사귀가 반짝일 때, 같이 반짝인것이 하나 더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유년의 기억이었다. 이렇듯 압천의 환경이 이 시기 지용의 시가 전원적이며 향토적인 면을 포함하게 한 환경이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낯설고 이국적인 땅에서도 그의 시의 바탕은 향토성에 닿아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속에서 그의 순수한 시심을 계속 가꾸어 나갔고, 그의 상상력을 아름답게 형상화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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