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 이장님] “주민이 필요로 하는 것 반드시 충족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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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우리 이장님] “주민이 필요로 하는 것 반드시 충족시켜야”
  • 김병학 기자
  • 승인 2022.05.19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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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면 금암3리 이성만 이장
동이면 금암3리 이성만 이장은 마을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반드시 충족을 시켜줘야 직성이 풀린다고 했다.
동이면 금암3리 이성만 이장은 마을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반드시 충족을 시켜줘야 직성이 풀린다고 했다.

120가구 150여 명의 주민이 살아가는 전형적인 농촌마을 옥천군 동이면 금암3리. 그래서인지 이렇다 할 공장이나 물류센터도 하나 없다. 그저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대대로 내려오는 논농사와 밭농사에 삶을 의지하고 있다.

올해 1월 1일자로 마을 이장에 추대된 이성만(67) 이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자그마한 텃밭하나 일구며 주민들의 뒷바라지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마치 그래야만이 이장으로서 주어진 책무를 다하고 있다는 것처럼.

사실 이 이장의 고향은 인근 대전이다. 대전에서 오랜 세월 우체국에서 근무를 했다. 그러던 어느날 ‘때가 되면 반드시 시골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리라’ 마음을 굳혔다. 그만큼 도심의 삶이 지겨웠고 이전투구하는 도시인들의 생활에 넌덜머리가 난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대전에서 근무하던 이 이장은 충북 도내 곳곳을 뒤졌다. ‘훗날 내가 살만한 곳이 어디에 있나’하는 심정으로. 

그러던 그때 지금의 금암3리가 눈에 들어왔다. 두 번도 생각하지 않고 근무지를 옥천우체국으로 옮겼다. 이때부터 이 이장은 지금의 자리에 터를 구하고 본격적으로 간접적인 귀촌생활에 들어갔다. 쉬는 날이면 마당 구석구석에 이름모를 나무와 꽃들을 심었다. 남들의 눈에는 가치가 있건없건 그런건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나무와 꽃들을 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진작에 들어올걸’하는 조금은 때늦은 후회(?)도 들었다.

이후 옥천우체국에서 정년을 마친 이 이장은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삶을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웃 주민들과도 얼굴을 텄다. 처음 생각대로 너무도 순박하고 이를데없이 착한 주민들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순박한 민심에 주저없이 결정
주민들 으름장(?)에 이장 맡아

그렇게 보낸 세월이 어느덧 10년, 그러니까 지난해 말 어느날이었다. 주민들이 찾아왔다. 반가운 마음에 이것저것 대접했다. 그런데 마을 주민 누군가가 말을 꺼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선생님이 금암3리 이장을 좀 맡아 줘야겠다”고 했다. 무슨 말인가 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어떻게 마을을 대표하는 이장을 맡을 수 있겠습니까, 저보다 훨씬 유능하고 발이 넓은 사람이 많으니 그분들에게 이장을 부탁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응은 요지부동이었다. 이 이장 집에 오기 전에 이미 이 이장을 차기 금암3리 이장으로 추대하자고 의논을 끝낸 상태였다. 

순간 고민에 빠졌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그러자 다른 주민이 거들었다. “이 선생님이 (이장직) 허락 안하면 우리들은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는 수 없이 허락을 했다. 말마따나 등떠밀려 이장이 되고 말았다.

이때부터 이 이장의 발길은 바빠졌다. 물론 전임 이장들이 어지간한 것은 다 해 놓았기 때문에 특별히 할 것은 없다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뭔가는 할 일이 있을거라는 생각에 마을 곳곳을 뒤졌다. 

드디어 발견했다. 금암3리에 세워져 있는 각각의 이정표들이 너무 낡아 보기에도 흉할 뿐 아니라 마을 이미지도 해칠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을 담장 역시 오래되다 보니 허물어지고 색이 바래 이 역시 눈에 거슬렸다. 이러한 것들은 이장이 되기 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더니만 이장이 되고 나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즉각 행동으로 옮겼다. 일단 ‘마을공동체사업’에 응모했다. 당연히 선정됐다. 이때 받은 700만 원으로 마을 이정표를 모두 바꾸고 조만간 벽화도 그릴 생각이다.

마을이정표 벽화사업 진행
폐고속도로도 영농창고로 사용

또 이 이장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다름 아닌 금암3리에 널리 퍼져 있는 폐고속도로가 그것이었다. 이 이장은 결정했다. 차도 안다니는 폐고속도로를 그냥 두기보다는 뭔가로 사용하면 좋겠지 않겠는가 하고. 이번에도 행동을 옮겼다. 즉시 도로공사영동지사를 찾아가 상담을 했다. 역시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폐고속도로 60미터를 빌렸다. 이곳에는 마을 주민들을 위한 농기계보관창고와 각종 농산물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영농창고를 지을 생각이다.

“저희 금암3리 주민들은 천성적으로 순박하고 남에게 손해 끼칠 줄을 모릅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자신들이 조금 손해보고 만다는 생각으로 살아온 분들이라 그런지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이렇다 할 잡음이나 큰소리는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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