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선생’ 그리고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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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선생’ 그리고 ‘스승’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2.05.1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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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은 ‘제41회 스승의 날’이었다. 이는 나를 가르치고 삶의 방향을 잡아 준 사람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단 하루라도 그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고자 하는 그런 날이다.

그런데 그런 ‘스승의 날’이 변질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달 29일부터 지난 6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8,431명을 대상으로 ‘스승의 날 기념 교원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놀라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시 태어난다 해도 교직을 선택하지 않겠다”라는 대답이 전체 응답자 가운데 69.9%를 차지했다. 즉 교원 10명 중 7명은 교직이 그다지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국립국어원이 발행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을 ‘스승’이라 하고 있으며 단순히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선생’, 주로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따위에서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교사’라고 정의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스승’은 학생이라는 존재를 잘 가르치고 다듬어서 훗날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인도하는 사람이며, ‘선생’은 그저 일정한 자격이나 자질과는 상관없이 특정분야에 자신보다 좀 더 전문지식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하겠다. 다시 말해, 먹고 살기 위한 삶의 수단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을 ‘선생’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싶다. 그런가하면 ‘교사’는 대학이나 대학원 등에서 관련 학문을 전공하고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전문지식을 갖추고 학생들을 가르칠만한 인품이 있는 사람을 ‘교사’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렇듯 ‘스승’과 ‘선생’ 또 ‘교사’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너무도 차이가 남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교직에서 몸담고 있는 이름하여 교사들은 ‘스승’일까 ‘교사’일까 아니면 ‘선생’일까.

모르긴해도 후자쪽에 더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짙다. 그러한 이유로는 일단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로 하여금 인생의 방향이나 목적을 심어주기보다는 틈만 나면 어디 더 높은 자리가 없나하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행태가 주 요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설상가상 명문대를 몇 명이나 더 합격시키는가 하는 것으로 교사에 대한 평가를 하는 작금의 교육풍토 또한 ‘스승’이 아닌 ‘선생’으로만 치닫도록 유도하는 주범 가운데 하나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선생’은 매우 존경받는 직업이었으며 누구나 한번쯤은 ‘학교 선생님’이 되보는게 꿈이었다. 그만큼 당시 선생님들은 엄격했고 무서웠으며 선생님이 뱉은 말 한마디는 곧 법이요 진리였다. 오죽하면 선생님 심부름하는 것조차 영광으로 알았을까. 그래서 선생님은 늘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했고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뒷얘기들을 사전에 차단시켰다. 그만큼 자질이나 인격적인 면에서 본이 되고 성실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과거 ‘선생님’은 사라지고 지금은 ‘선생’(先生 먼저 남)만 남았다. 더욱이 ‘교사’나 ‘스승’을 기대하기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느낌이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사명감이나 자긍심은 차치하고 그저 먹고 살기 위한 고육지책 정도로만 생각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상당 수 교사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교육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그런 교사도 있다. 그렇기에 지금의 교육이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지도 모른다.

설문조사는 이어 “학교에서 교권은 잘 보호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가 절반을 넘은 55.8%를 차지했다. 반면 ‘그렇다’는 겨우 16.2에 지나지 않았다.

학교 내에서도 교권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하물며 사회에서 교권이 지켜지리라 생각하는건 사실상 나무에서 물고기를 잡겠다는 연목구어(緣木求魚)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지나치게 혹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누가 뭐래도 누군가는 자라나는 새싹들을 가르쳐야 하고 또 그러한 가르침을 받은 학생들은 장차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동량(棟樑)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걱정되는게 있다면 현직에 있는 교사들이 ‘선생’인지 ‘교사’인지 아니면 ‘스승’인지 묻고 싶다. 우리는 ‘선생’이나 ‘교사’보다는 진정한 ‘스승’에 목말라 있다. 나이만 많은 ‘노인’이 아닌 ‘어른’이 필요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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