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밥상’ 누구를 위한 밥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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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밥상’ 누구를 위한 밥상인가
  • 김병학 기자
  • 승인 2022.06.30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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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성 떨어진 지원, 하나마나
“전형적인 졸속행정 단면이다”
메뉴 선정부터 단추 잘못 끼워
‘지용밥상’의 대표 메뉴 ‘개성찜’, 조리하는데 최소 1시간 이상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지용밥상’의 대표 메뉴 ‘개성찜’, 조리하는데 최소 1시간 이상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옥천군이 지역 전통음식계발에 대한 꿈을 안고 야심차게 출발한 ‘지용밥상’이 현실성을 외면한 탁상행정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0년 1월, 옥천군은 정지용 시인의 문화적 가치를 활용한 음식문화를 창출, 지역 대표 향토음식을 계발키로 하고 이를 통한 관광활성화로 먹거리 기반을 조성한다는 계획 아래 대대적인 사업자 공모에 들어갔다.

그 결과 ‘꿈앤돈’과 ‘송고가’를 각각 옥천군 대표 향토음식점 1호점과 2호점으로 최종 선정했다. 당시 이 사업을 위해 군은 총 5천2백만 원의 예산을 세우고 충북도립대 한혜영 교수에게 용역을 의뢰하는 등 출발은 비교적 순탄하게 시작했다. 그렇게해서 ‘꿈엔들한상’(15,000원)과 ‘향수한상’(20,000원), ‘지용한상’(2만5천 원) 등 총 3가지가 주 메뉴로 식탁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이후부터 이러저러한 잡음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말만 그럴듯할 뿐 생각보다 깊은 맛이 없다”느니 “주 메뉴를 주문받기보다는 업소에서 자신있어 하는 음식을 권유한다”라는 반응 등 군이 추진코자 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먼 반응들이 나타났다.

물론, 시작과 함께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홍역을 치른 기간이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렇다고 음식의 맛이나 관심이 멀어져서는 곤란하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조리하는데만 1시간 이상
모르고 주문했다간 ‘낭패’

일례로 이들 주요 메뉴를 시키려면 일단은 예약이 필수다. 다른 음식과 달리 주문된 음식을 조리하는데 드는 시간이 적어도 1시간 이상이 필요하다. 

따라서 예약을 하지 않고 현장에서 주문할 경우 난감한 상황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당 음식점에 들른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가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옥천군 문화관광과 김홍규 주무관은 “군에서도 이들 업소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홍보를 해도 코로나와 같은 변수가 나타날 경우 해당 업소에서도 많은 고충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렇다고 해서 옥천군이 계획한 ‘지용밥상’이 중단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업소들이 옥천군의 의지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다른 업소들을 찾아 좀 더 적극적인 지원으로 활성화 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잡음 계속될 경우 업소 변경도 고려

김 주무관은 이어 “사실 음식으로 특정 지자체를 알린다는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모르긴해도 전주비빔밥과 춘천닭갈비를 제외하면 전국의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음식 관련 프로그램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안다”고 했다.

계약 2년 다되도록 지정서도 못 받아
“당장이라도 계약 해지하고 싶다”

그렇다면 지정업소로 선정된 당사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먼저 ‘꿈엔돈’. ‘지용밥상 1호점으로 선정된 ‘꿈엔돈’ 황선우(54) 대표는 “우리라고 소홀히 하겠는가,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손님의 들지 않는데는 달리 방안이 있을 수 없다”며 “군도 문제다. 지정업소에 대해 도움을 준다고는 하지만 지정 2년이 다되가도록 지정서 한 장 주지 않았다. 더욱이 아무런 경제적 도움도 주지 않으면서 기존에 설치돼 있는 간판마저 바꾸라고 하니 이게 무슨 도움을 주는건가, 영업을 방해하는거지”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황 대표는 이어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당장이라도 지정점 계약을 해지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역설했다. 

3개월 동안이나 재료 버려
일부 손님들이 불만 나타낸 것

‘송고가’ 고동군(31) 매니저도 “지정점으로 선정이 된 그때부터 코로나 19로 인해 손님이 뚝 끊겼다. 그래도 기왕 시작한 것 끝까지 해보려고 매일매일 음식재료를 준비했다. 하지만 준비해 놓은 음식재료들은 대부분 버려졌다. 그것도 무려 3개월 동안이나. 저희 지정점 같은 경우는 처음 지정점으로 선정될 때 군으로부터 집기 등 일정 부분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한 이유로 인해 어지간한 상황에서도 버텨보려고 노력을 했다.”고 했다. 고 매니저는 이어 “장시간 요리가 필요한 ‘개성찜’을 안팔고 다른 메뉴를 판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미처 예약을 하지 않고 오는 손님들에게 사정을 설명한 후 그래도 기다리겠다면 해준다. 그러나 대부분 기다리지 못하고 간다. 아마도 그러한 고객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전형적인 졸속행정 단면
설득력 있는 대안 제시 필요

부산에서 왔다는 김범석(54) 씨는 “소문을 듣고 가족들과 함께 옥천을 방문, 해당 음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했는데 소문 그 자체였다. 많이 실망했다”고 했다.

대구에서 왔다는 오복례(66, 여) 씨도 “대구에도 향토음식이 있지만 옥천의 향토음식을 먹으러 왔다. 그런데 가격만 비쌀 뿐 가성비가 너무 낮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옥천읍 주민 박만석(62) 씨는 “‘지용밥상’이 지금과 같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옥천군이 처음 메뉴를 선정할 때 업주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저 정지용이라는 이름만을 생각한 나머지 결정한 전형적인 졸속행정의 단면을 보여 주는 결과”라며 “군은 지금이라도 면밀한 분석을 통해 현실적이고 설득력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용밥상’ 1호점인 ‘꿈앤돈’과 2호점 ‘송고가’ 모습
‘지용밥상’ 1호점인 ‘꿈앤돈’과 2호점 ‘송고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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