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의 여성] 가족이 건강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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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의 여성] 가족이 건강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 김동진 기자
  • 승인 2022.08.11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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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서면 상중리 신숙희 씨
아픈 와중에도 “농사를 거들지 못해 고생하는 남편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신숙희 씨
아픈 와중에도 “농사를 거들지 못해 고생하는 남편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신숙희 씨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농사를 거들지 못해 고생하는 남편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갑작스레 나빠진 건강에 인생의 마지막 소원이 건강이라고 말하는 농부의 아내 신숙희(69, 여) 씨. 

전북 강진이 고향으로 평생 포도 농부로 살아온 남편을 만나 옥천의 좋은 공기와 함께 15년을 농부의 아내로 살아왔다. 그녀는 군서면 상중리로 시집와 솔직하고 투명하고 사람 좋기로 마을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젊은 시절에는 사업으로, 옥천으로 시집와선 힘든 농사로 다른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아무리 손님이라도 경우에 맞지 않으면 대화로써 그 자리에서 풀었다”며 담아두지 못하는 시원하고 활달한 성격에 여군을 꿈꾸기도 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우등고속버스 여자 운전사의 매력에 반해 운전기사의 꿈을 꾸기도 했었다. 

옥천은 어떤 곳인가

옥천은 내가 태어난 강진처럼 공기가 참 맑고 좋은 고장이다. 도회지로 나가 생활하다 보니 고향의 공기를 잊었는데 옥천의 공기를 마시니 고향처럼 좋다. 옥천은 캠벨 얼리만큼 좋은 향이 난다.

농사를 짓는 것보다 예전에 했던 사업이 더 편했다. 농사는 평생 안 해본 일이라 처음에 힘들었고 농사라는 게 끝이 없고 적응하고 잘 알고 오랫동안 해도 힘들다. 늘 일하면서도 농사는 참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사는 힘든 만큼 보람이 있다. 1년의 고생은 수확 시기에 가격을 잘 받으면 고생도 말끔하게 사라지게 한다. 

재작년에 옥천에 비가 많이 내렸을 때는 정말 절망적이었다. 홍수로 물이 넘치면서 포도밭까지 물에 잠겼다. 그땐 포도 가격도 안 나오고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한해 농사 못 짓는 상황이 되었다. 방법이 없는데 그렇게 이겨내야 하는 게 농사다. 옥천에서 농사로 시련도 수확의 기쁨도 다 받아보며 농사를 알게 됐다. 

어려움이 있다면

여태까지 살면서 이렇게 아픈 건 처음이다. 그래서 이번에 충격을 너무 크게 받았다. 

지금 한창 수확 철인데 남편 혼자서 일을 다 한다. 지금까지 늘 함께 일을 했는데 올해 4월부터 아프고 난 이후 일을 거의 못 도와주고 있다. 내가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으면서 일을 많이 못 도와줘 남편이 혼자 일하느라 많이 힘들 것이다. 

손 가위로 뭘 자르려고 손에 힘만 줘도 손과 다리에 쥐가 난다. 그럴 때 약을 먹고 집에서 쉬면 가족이라도 남편에게 미안해서 눈치가 보인다. 일을 못 도와줘서 그게 제일로 미안하다. 검사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는 일을 다 하고 갔는데 병원에선 건강에 안 좋으니까 일하지 말라고 하니 걱정이다.

이제 밥맛은 좀 돌아왔는데 단백뇨가 안 잡힌다고 한다. 영양소가 소변으로 다 빠져 나가 버린다. 가슴이 뛰고 조금만 경사진 곳을 걸어도 숨이 찬다. 약이 독해서 탈모가 되는데 머리를 빗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빠져서 걱정이다. 그리고 병원에 가면 10만 원 20만 원 나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앞으로 희망이 있다면

이번에 건강을 잃어보니까 다른 것은 다 필요 없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다 잃어버린다는 심정을 알게 됐다. 

처음으로 건강이 나빠지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봐도 다른 건 다 필요 없다. 첫째도 둘째도 건강으로 건강이 최고다. 건강만 하면 뭐든 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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