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에서 묘목농장 대표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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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에서 묘목농장 대표로 ‘변신’
  • 유정아기자
  • 승인 2016.08.25 0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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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없는 귀농생활로 노후대비 걱정 덜어”
자연속에서 자란 아이 정서 안정, 귀농 ‘만족’
복숭아, 니코틴 해독작용… 흡연자에게 ‘필수’

0년간 프로골퍼로 활동했던 김광재(52)씨는 아내 이수진(46)씨와 함께 지난 2013년 옥천군으로 귀농했다. 귀농 3년차에 접어든 이들 부부는 묘목을 관리하는 ‘자연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5000평 규모의 땅에서 다양한 묘목을 관리하면서 젊음을 불사르며 노후도 함께 관리해나가는 특별한 귀농 스토리를 들어본다.                                                           < 편집자주>

김광재씨.

“도시는 편했지만, 노후는 안개 같았습니다”

옥천군 이원면에서 ‘자연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광재(52)·이수진(46)씨 부부는 묘목을 관리하고 있다. 그중 복숭아나무도 키우고 있어, 한창 복숭아 철이었던 최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30년간 골프지도를 해왔던 김광재씨는 귀농후 계속되는 폭염과 많은 업무에도 불구하고 미소를 잃지 않았다. 김씨는 “분당에서 골프에 관련된 여러 분야에 근무했었다. 농사일에 비하면 임금도 높고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적었지만 정년퇴임 후 노후만 생각하면 앞이 안보이는 안개처럼 막막했다. 정년이 오면 단 하루도 더 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라며 “본인 뿐 아니라 가족의 가장으로서 어떻게 노후를 준비해야할지 고민이 많았다”라고 말했다.이어 김씨는 자녀의 교육적, 정서적 환경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귀농을 처음 시작할 2013년 당시 아이가 3살이었다”라며 “이 아이에게 좋은 환경과, 정서적으로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고 싶었다”라고 귀농을 결심하게 된 여러 이유에 대해서 명했다.


“귀농은 한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귀농을 결심한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주장하는 것은 바로 ‘나이가 한살이라도 젊을 때 귀농을 시작하자’이다. 체력적, 기술적으로 농사일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씨도 골프 강습, 프로 자격증 소유 등 한 분야에서 30년간 몸담아 오면서 그 분야에 전문성도 갖고 있었지만 안전한 노후 대비를 위해 서둘러 귀농을 감행했다. 2013년 당시 40대 후반이었던 김씨는 고된 농사일을 할 때마다 ‘그래도 일찍 와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던 경험을 밝혔다. 김씨는 “정년퇴임을 하고 귀농을 결정했을 땐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정년 없이 내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할 수 있는 직업과 일이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제2의 고향을 정해 마지막 노후를 보낼 생각으로 왔다면 빨리 와서 적응하는 것도 좋은방법”이라고 말했다. 

‘귀농 박람회’로 도움 많이 받아

 이들 부부는 귀농에 앞서 ‘귀농 박람회’에서 귀농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재배 작물을 선택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그 당시 대치동에서 열었던 ‘귀농 박람회’에서 얻은 정보 덕분에 귀농 계획을 좀 더 신중하게 선택할 수 있던 것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밭작물이나 벼농사일은 재배 과정도 길지만 기술이 많이 요구되는 작물이었다. 그보단 비교적 수월하다고 느낀 묘목을 결정하게 됐다”라며 “이왕 묘목을 관리하려면 전국의 70% 묘목을 생산하는 ‘묘목 특구’ 옥천에서 귀농을 해야겠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타 지역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김씨는 옥천군과 함께 전라도 함평군에서의 귀농도 고민했지만 묘목에 더 적합한 지역을 우선 선정했다고 밝혔다. 

농원을 돌보고 있는 김광재씨.

처음부터 ‘차근차근’

귀농 후 가장 중요한 것은 작물의 이해라고 생각했던 김씨는 4~5개월 간 인근 묘목농장에서 무임금으로 농장일을 배웠다. 김씨는 “묘목에 중심을 뒀기 때문에 무임금이라도 일해서 배워야겠다고 판단했다”라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몇 달 동안 수입이 없던 것에 대해 부담도 느꼈지만,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직접 묘목 관리를 해보고 조금이 나마 작물을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그는 본인이 매입할 토지를 찾기 시작했다. 김씨는 “잠시나마 묘목관리에 대해 배우면서 묘목에 적합한 토지를 고르는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라며 “역시 직접 배우고 접해보니 토양을 볼수 수 있는 눈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들 부부는 3년 동안 규모를 넓혀 현재 5000평의 묘목농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중 30%가 토지를 직접 매입하고 70%는 임대로 운영하는 중이다. 이곳에서 부부는 소나무, 유실수, 베리류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복숭아는 지금이 ‘제철’

복숭아 철이 한창인 지금 이들 부부는 ‘하루가 너무 짧다’며 바쁘게 보내고 있다. 다른 직원 없이 부부끼리 운영하고 있는 ‘자연농원’의 하루는 오전 4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이른 새벽부터 1500평 규모로 재배하고 있는 복숭아를 수확한 뒤 아침 먹을 새도 없이 오후 2시30분까지 공판장으로 포장 작업을 마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후 다른 묘목들을 관리하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저문다. 복숭아는 비타민이 많고 수분을 보충시켜줘 피부미용과 피로회복이 도움을 준다. 게다가 니코틴 해독 작용이 있어 흡연자에게 좋은 과일이다. 

자연농원에서 직접 수확한 복숭아.

“지자체 지원 아쉬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 부부는 농사일 특성상 지자체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귀농인들이 농사일을 시작할땐 온종일 농사일에 전념해도 시간이 부족한데 보조금 지원 조건에 교육을 이수해야하는 것들이 있을 땐 시간적 부담을 느낀다”라며 “처음부터 시작하는 귀농인들에게 보다 원활한 적응을 위해서 우선적인 지원 배정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힘들어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 김씨는 귀농 준비도 어려웠지만 귀농직후 사람간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같이 고민해주고 조언도 해줄 수 있는 지인이 하나도 없다보니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라며“게다가 도시에서 온 외부인 신분을 이용해 금전적인 손해를 받은 적도 있어 초반1~2년간은 어려움이 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계속 된 시련에도 이들 부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김씨는 “귀농을 결심했을 당시 어느 정도의 손해도 각오하고 왔다”라며 “힘든 상황에서도 내 일이 중요하고, 나무가 중요해 묘목에 집중하다보니 시간이 흘러 점점 이곳에 적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현재 김씨는 이원면 로타리 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원발전 협의회 회원으로도 활동하면서 지역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씨는 “지금은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라며 “이제는 본인이 꿈꾸는 귀농생활에 근접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무리한 욕심은 ‘금물’

이들 부부는 귀농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농사일에서 마주할 수 있는 어려움을 충분히 인지하고 결심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계획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에서 귀농을 시작하는것도 추천했다. 김씨는 “자세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짜서 욕심내지 말고 시도해야한다”라며 “규모는 순차적으로 확장시켜 초기 비용 부담도 줄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큰 결심해준 아내가 고마워” 

김씨는 귀농을 결심했을 때 본인의 의견을 따라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김씨는 “본인도 그렇지만 농사일이 처음이었던 아내가 당시 세살이었던 아이와 함께 귀농을 결심해 준 것이 자신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됐다”라며 “아이 교육이나 문화적인 혜택을 도시에서 받길 원했는데 이곳에 와서 자연 속에서 밝게 자라는 모습을 보고 아내도 좋아한다. 아이가 자라 이곳 옥천이 고향이 될 수 있도록 성실하게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육아에 농사일까지 아내 이수진씨는 지칠 법도 하지만 언제나 남편과 함께했다. 아내 이씨는 “남편이 귀농을 결심했을땐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확고한 의지가 보였기 때문에 그 결심을 따라 이곳에 왔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씨는 “귀농을 하고 난 뒤 너무 바빠 외롭고 힘들어할 틈도 없었다”라며 “아이는 이곳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 건강한 것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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