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얻은 인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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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얻은 인내심
  • 옥천향수신문
  • 승인 2016.09.0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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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원 옥천증약초 교장 / 수필가

텃밭에 가뭄이 심해서 그런지 약을 전혀 치지 않았는데도 병들지 않고 빨간 고추가 익었다. 빠알갛게 익어 떨어지거나병들지 않았다. 예전에 비가 많이 왔을 때는 희나리가 되기도 하고 탄저병이 들기도 하고, 제 때에 따주지 않으면 다 썩어서 그냥 떨어지곤 했었다.

가뭄이 심하니 빠알간 고추가 떨어지지 않고 그 자체로 태양초고추가 되어 대롱대롱 매달려 있음을 보고 놀라웠다. 가지는 가뭄이 들어 찔레꽃처럼 뾰족한 가시를 가지꽃받침에 달았으며 외피는 더 두툼해졌다.

그렇다. 우리네 삶도 이처럼 어려움이닥쳐와도 가뭄에 이겨낸 가지나 고추처럼 어려워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거다. 강철이나 정금이 얻어지기 위해 수천만도의 뜨거운 온도에서 구워지는 시련을 겪어야 하듯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야 우리네 삶이 윤택해질 수 있다는 것을 텃밭의 식물을 통해 배우고 있다.

2014년 통계에 의하면 OECD 34개국중에 대한민국이 자살률 1위라고 한다. 연간 13,500명이 자살한다는 통계이다. 이 수치는 불안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 주소다. 삶을 포기한다는 것은 바로 인생에서 희망이 없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쉽게 자살하여 삶을 포기하는 것은 부실한 교육의 책임도 있다. 또한 눈앞에 보여 진 성과를 중요시하고 줄 세우기 식의 사회제도나 입시제도, 직장문제, 결혼문제, 대인관계 등 사회적 요인들이 그것을 부추길 수 있고 그 요인은 여러 가지라고 생각한다. 거기에다 사회적으로 빨리빨리 문화와 조급증, 성과주의가 만연한 시대를 살고있는 사람들은 불안하고 결과가 좋게 나오지 않으면 쉽게 좌절하고 희망을 버려 버리게 되기 쉽다.

더디더라도 먼 안목으로 마음먹은 바를 꾸준히 미래를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실천하는 미덕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당장은 눈에 큰 성과가 없어 보이지만 먼 안목으로 보면 큰 바탕과 기초가 되고 있는 삶이 되어야겠다.

중국의 3대 도가서적 중 열자(列子)의 탕문편에 보면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태형산과 왕옥산은 사방 700리 높이가만 길이나 되는데 기주의 남쪽과 하양의 북쪽 사이에 있다. 북산에 사는 나이 90세가 되는 우공이라는 노인이 자기 마을이 태행산과 왕옥산에 막혀 왕래가 너무 힘들자, 나이 아흔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에게 산을 옮기자는 선포를 한다. 우리는 힘들지만 자녀들에게는 편한 마을을 전해주자는 것이다. 그의 고집이 얼마나 세던지 반대하던 가족들도 어쩔 수 없이 같이 하게 되었다.

이를 보던 태행산과 왕옥산의 산신이 옥황상제에게 부탁하여 두 산을 동서로 옮겼다는 전설이 있다. 이를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겼다고 해서 ‘愚公移山(우공이산)’이라고 한다. 비슷한 말로 ‘牛步萬里(우보만리)’라는 말이 있는데, 빨리 달음질 할 수는 있지만 지쳐서 멀리 못가나, 소처럼 느린 걸음이지만 꾸준히 가면 만리를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내 동생이 어렸을 때부터 판사가 되는 것을 꿈꾸어 왔었다. 가정형편 때문에 사범대인 교원대를 입학하여 졸업해야만 했다. 졸업 후에도 여전히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법대 근처에 가보지도 않고 혼자 독학을 하여 드디어 8년 만에 사법고시 패스를 하게 되었다. 변호사가 되어 꿈을 이룬 것을 보고 ‘愚公移山(우공이산)’을 실감하게 되었다.

좀 느리고 더디더라도 날마다 탄탄하게 기초를 다지고, 소통하고 배려하고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고 공감하면서 함께 사랑하는 문화가 뿌리를 내린다면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움을 떨치고 행복한 나라가 되지 않을까.

뙤약볕 속에서도, 타들어 가는 가뭄 속에서도 운동장 가에는 채송화 꽃이 빨간색 노란색 흰색이 나란히 피어나 예쁘게 어우러져 앙증맞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제는 뒤안길로 사라지려 하는 한 여름 속의 폭염 속에서도 살아남아 싱싱하게 푸르름을 자랑하며 녹색을 내뿜는 가로수들을 쳐다본다.

삶은 아름다운 것이다. 언제라도 지치지 않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아름다운 결과도 기대해 볼수 있지 않을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꿋꿋이 생을 피우기 위해 노력하는 작디작은 들꽃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이로 개미가 부지런히 움직이고있었다. 힘들어도 함께 하면 큰 산을 옮길 수 있듯이 느려도 포기하지 않고 개미나 소처럼 꾸준히 노력한다면 틀림없이 누구나 큰 뜻을 펼칠 수 있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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