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의 정지용詩 다시 읽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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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의 정지용詩 다시 읽기(12)
  • 김영미 시인.문학박사
  • 승인 2016.10.0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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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고향 황톳빛 짙은 농촌의 정감을 안겨주는 주옥같은 시로 ‘현대시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정지용 시인의 작품을 쉽게 이해하는 공간을 마련한다. 본란은 현대어로 풀어 놓은 시와 해설을 겸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매주 게재된다. <편집자 주>

산에서 온 새

새삼나무 싹이 튼 담 우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

산엣 새는 파랑치마 입고,
산엣 새는 빨강모자 쓰고,

눈에 아름아름 보고 지고,
발 벗고 간 누이 보고 지고,

따순 봄날 이른 아침부터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

 

■ 작품해설

한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상징은 그 작가의 생애와의 연관성을 떠나서는 이해되기 힘들다. 특히 시적 감각이 매우 뛰어난 정지용 시인에게 자신과 세계를 이어주는 매개물은 시의 중요한 원리로 작용된다. 이 원리는 사물이나 현상과 같은 외부 세계의 대상에 대한 감각을 통하여 그감각의 너머에 있는 보다 심층적인 가치를 이해하는 요소가 된다.

위의 시는 떠나보낸 누이를 그리워하는 시적화자의 심경이 그려지고 있다. 그 매개로 등장하는 ‘새’를 통해 단란했던 과거가 암시된다. 새의 상징성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새는 날개가 있어서 자유, 평화를 연상시키는 단어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새가 노래한다’는 말보다 ‘새가 운다’라는 표현이 일반화되어 있다. 슬픔과 한의 정서가 ‘새’라는 시어에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정지용 역시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새 소리에 누이의 모습을 연상하며 시인의 초라하고 서글픈 처지가 형상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지용의 시에서 유독 초기시에 집중되어 나타나는 ‘새’는 시인에게 어떤 의미 일까. 시인은 새의 특성상 인간과 가장 가까이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새를 통해 인간인식의 출발을 이루고자 한 것이다. 즉 새를 영혼의 상징으로 해석하며 높은 상태를 재현하고자 했다.

여기에 ‘파랑치마 입고’와 ‘빨강모자 쓰고’라는 색채의 대비로 2차적 의미도 부여한다. 이를테면 그것들을 서로 대비되는 두 집단 속에 놓으려는 일반적 경향, 곧 그들이 빛과 관련되는 긍정적 가치를 소유하는가, 아니면 어둠과 관련된 부정적 가치를 소유하는가에 따른 상징적 의미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색채의 상징적 의미는 특히 시의 경우 많은 문제점을 환기하기 때문이다.

정지용 시인은 익숙한 존재의 가능성을 다른 방식으로 상상하여 그 가운데 시적 진실을 만들어 낸다. 이때 시적 진실이란 결국 관계로 끊임없이 생성 변화할 수 있으며, 관계의 무한하고 자유로운 확장의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폭로해주는 가치를 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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