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부부사랑으로 익어가는 풍성한 가을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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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콩달콩 부부사랑으로 익어가는 풍성한 가을대추
  • 유정아기자
  • 승인 2016.10.13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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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손님은 평생 손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맛도 양도 사로잡은 사과대추, 가격 경쟁력까지
당도 높아 입소문… 올해 복숭아 소매판매 증가

서울에서 20여 년간 귀금속 판매점을 운영하던 신중식(50)·신가은(47)씨 부부는 생애 첫 농사일을 이곳 이원면에서 시작하게 됐다. 이들 부부는 이원면에서 7500평 규모 ‘향수묘목농원’을 운영하며 묘목을 관리하고 있다. 귀농한지 각각 8년차, 6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시도해 보고 싶은 묘목들이 너무 많다고 한다. 이들 부부의 귀농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향수묘목농원’ 신중식(50)·신가은(47)씨 부부

■ “그냥 자연 속에서 살고 싶었어요”

서울에서 20년이 넘도록 귀금속점을 운영해왔던 신중식(50)·신가은(47)씨 부부는 ‘자연 속에서 살고 싶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곳 옥천군 이원면으로 왔다. 그렇게 귀농생활을 시작한지 남편 신씨는 8년차, 아내 신씨는 6년차에 접어들었다.

아내 신가은씨는 “특별한 계기나 동기같은 것은 없었다. 남편이 자연 속에서 살고 싶어 해 귀농할 지역을 고심하던 중 옥천군을 알게 됐다”라며 “처음엔 우사를 운영하기 위해 그에 적합한 지형으로 청산면에 토지를 매입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산면으로 토지를 매입한 뒤에도 남편이 군청과 농기센터 등에서 추천을 받고 지역을 바꿨다”라며 “그 당시 소 값이 떨어지고 있던 추세였고, 전국의 70%의 묘목을 판매하는 이원면이 지역 기반이 갖춰져 있어 경쟁력있다고 판단해 묘목농장을 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 아직도 ‘인턴생활’

남편 신중식씨는 묘목농원을 운영하기에 앞서 타 농원에서 1년 6개월간의 인턴생활을 시작해 부부는 주말부부가 됐다. 농사일도 처음이지만 묘목을 관리하는 기술도 배우고 지역주민들과의 관계도 먼저 고려한 선택이었다.

신씨는 “나무는 품종에 따라 관리하는 방법도 다르고 토지, 비료, 영양제, 과실 관리까지 알아야할게 정말 많다”라며 “1년을 넘게 인턴으로 일하던 중 농원자리를 추천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농원을 운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끝날 줄 알았던 인턴생활은 운영을 시작하면서 더 고달팠다.

신씨는 “이곳에서 인턴생활을 1년 넘게 하고서 묘목농원을 시작했어도 운영 초반엔 묘목의 절반이 관리가 부실했다”라며 “그간 배운 노력은 어설펐는지 오히려 농원을 운영하면서 더 배우고 더 알게 된 점들이 많았다. 지금도 배우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묘목농원을 운영하면서 아내 신씨도 남편을 돕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아내 신씨는 “서울에서만 지낸 토박이라 농사일이 걱정됐지만 남편의 확고한 결단과 묘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믿고 내려왔다”라고 말했다.

사과대추 묘목을 관리중인 신중식씨 모습.

■ “여기서 포기하면 다른 일도 못해”

이들 부부는 3년차 까지 묘목을 통해 얻는 수익보다 지출이 더 많았다고 밝혔다. 아내 신씨는 “농사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해 같은 묘목을 관리해도 더 오래 시간이 걸리고 성과도 낮았다”라며 그간의 어려움을 회상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들 부부는 농원일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아내 신씨는 “여기서 포기하면 다른 일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남들보다 부족한 점을 매우기위해 밤낮 없이 묘목일에 매진했다”라고 말했다.

■ “나무손님은 평생손님”

이들 부부는 현재 7500평 규모의 묘목농원을 운영하면서 사과대추 묘목 2만주 외에도, 복숭아, 아로니아, 감, 배 등 다양한 묘목을 관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묘목은 복숭아와 사과대추다. 특히 유독 달았던 올해 복숭아는 입소문을 타면서 소매 판매가 증가했다.

아내 신씨는 “포도·복숭아 축제에서 하루에 2~3번씩 복숭아를 따야할 정도로 빠르게 완판 됐다”라며 “한번 맛보신 분들이 계속해서 주문해주시고 추천도 해주시면서 여러 거래처에서 판매를 문의받았다. 복숭아의 인기를 실감한 해다”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소비자의 발걸음을 사로잡은 것은 복숭아뿐만 아니다. ‘향수묘목농원’에서주력하고 있는 사과대추 묘목을 찾는 손님들의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남편 신씨는 “대추 묘목은 가시가 있어 관리하기가 힘들다. 묘목을 관리하면서 가시에 찔릴 수가 있어 대추 묘목만 매입해 다시 판매하는 농원도 많다. 그러나 남들이 안하는 품종을 선택해야 경쟁력을가질 수 있다고 판단해 사과대추 묘목을 많이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과감한 결정이 말 그대로 ‘신의 한수’가 됐다. ‘향수묘목농원’의 사과대추가 알이 크고 맛도 좋아 찾아오는 손님들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남편 신씨는 “사과대추의 맛과 크기도 자랑거리지만 가격경쟁력에서도 뒤지지 않는다”라며 “‘향수묘목농원’은 저렴한 가격으로 묘목을 공급하고, 품질은 높이기 위해 영양제와 비료도 무조건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너무 많은 비료를사용하면 겨울 철 묘목이 얼어 죽는 피해를 입는다. 비료를 적게 사용하면 묘목에 더 신경써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로바로 수익이 나는 것에만 초점을 두어서는 안 된다”라며 “나무손님은 한번 오면 계속 오는 손님이다. 1~2년을 보는 것이 아니라 10년, 20년을 보고 묘목을 사가는 손님들이기 때문에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아내 신가은씨가 복숭아 묘목을 관리하고 있는 모습.

■ 귀농선택은 신중히

이들 부부는 직거래 판매와 공판장 납품도 하고 있지만, 인터넷 농원 까페 활동도 활발히 하면서 매출을 높이고 있다. 아내 신씨는 “인터넷을 통해 주문도 하시지만 귀농에 대해 문의해주시는 분들도 많다”라며 “그때마다 현실적인 조언을 하기위해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상을 갖고 귀농하면 안 된다. 농사를 시작도 안하고 거주지와 토지를 매입해서 오는 사람들이 많다. 본인과같이 처음 시도했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 귀농일이다. 좀 더신중한 선택과 시도가 필요하다”라며 “귀농을 시작하면 일단 마음을 비워놓고 생활해야한다. 농사일도 해보고, 작물에 대한 전망, 주민들 간의 관계까지 내가 정말 이곳에서 적응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 뒤 귀농을 결정했다면, 1년 정도는 무조건 배우고 경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공판장은 이윤이 많이 남지 않지만 공판장 납품도 계속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내 신씨는 “소매 판매가 유통과정이 짧아 수익이 더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판장 또한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라며 “남들이 볼 땐 귀농이 초반부터 수익이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출이 계속 생긴다.수익이 없는 상황에서도 얼마간 본인이 버틸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농사일에 대한 소득을 높은 선에서 맞춰서 시작하면 실망한다. 귀농의 성공사례만 보려하지 말고 실패사례도 보고 낮은 수익으로 시작해 점점 본인만의 거래처를 확보 해야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계란과 비교한 사과대추.

■ “서울에 있는 오남매에게 미안해”

이들 부부는 슬하에 5명의 자녀가 있다. 교육환경을 고려해 아내 신씨의 친정에서 자녀들이 함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아내 신씨는 “이미 성인이 된 자녀들은 걱정이 덜하지만 아직 중학교 1학년인 막내가 걱정”이라며 “한창 엄마 손이 필요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이곳으로 와 미안함이 크다. 그래도 잘 내고 있는 아이들이 대견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씨는 “이제는 제법 부모님을 생각해준다. 바쁠 땐 주말에 와 농원일을 거들어주기도 하고 묘목관리 일손도 돕는다”라며 “아이들이 있는 것 자체가 이곳에서 일할 원동력이 된다.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부는 자녀들이 타 지역에 거주해 있어 귀농인 지원 혜택을 받지 못했다.

남편 신씨는 “전 가족이 옥천군으로 주소를 이전하지 않으면 귀농인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한다"라며 “오자마자 보조 사업비를 지원받고 역귀농을 하는 사례를 많이봤다. 이런 경우 지원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실제 귀농생활에 적응하는 사람들을 판별하는 기간이나 기타 기준을 마련해 실질적인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수확한 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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