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들이 어릴 때 이야기다. 잘 노느냐고 물어보면 그중 어떤 녀석이든 아프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게 아이로 끝나지 않고 제 엄마 아빠도 같이 아파 식구들이 전부 감기에 걸렸다는 연락을 받을 때도 많다.
손자들 여섯이 커서 큰놈은 중학생이 됐고 작은 녀석이 여섯 살이 되어 그런게 덜하다. 그렇게 감기를 달고 살다가도 초등학교만 들어가면 조용해진다. 아이들이 말귀를 알아 듣고 제 개인 위생을 챙길 줄 아니, 감기도 덜 걸리나 보다.
나이 들어 면역이 떨어지면 소소한 감기도 힘들다. 손자라면 졸도 할 정도인 나도 손자들에게 감기 증상이 있을 땐 오지 말라고 한다.
그래도 감긴 줄 모르고 왔다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주고 가기도 했다. 이 감기는 개인 위생만 철저하게 챙기고 기본 수칙만 잘 지키면 비켜갈 수 있다. 두 내외만 사니 이렇게 하면 일 년 내내 감기를 안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모든 병이 그렇겠지만 내 경험으로 감기도 손 씻기만 철저히 해도 거의 걸리지 않는다.
공기 전염도 된다고 하지만 이로 보면 손을 통한 감염도 큰 모양이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반드시 손을 씻고 입안도 깨끗이 행궈 주어야 한다. 이렇게만 한다면 감기도 거의 비켜갈 수 있다. 이게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예방수칙이 되지 않았던가. 10월만 되면 독감 주사를 꼭 맞는다. 독감 주사뿐 아니라 폐렴 예방주사도 맞았다. 이건 평생에 한 번만 맞으면 된단다.
돈을 내고 맞다가 나이 먹으니 이젠 무료로 놓아준다. 독감이 무서워도 이걸 맞고 조심을 하면 일단 한숨 돌린다.
난 한참 전에 대상포진 예방주사도 병원에 가서 맞았다. 소나기가 와도 피할 우산이 있으니 좋다.
지금 닥친 코로나는 치료약도 없는 상황에 기습을 했으니 무서운 것 이다.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들도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해서 이 코로나도 약이 생기겠지만 그땐 또 변종이 생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번에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독감이 무섭긴 했어도 그래도 그때가 좋았단 생각이다. 자기가 별 걱정없이 살 땐 그때가 행복한 땐지 모른다.
지금 살기가 팍팍하다고 들 하지만, 60년대 70년대에 비하면 너무 행복하다. 그런 때를 겪지 않은 우리 자식세대는 그래도 지금이 힘들다고 한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가 의료보험도 잘 되어 있고 의료수준에서도 최고의 선진국임을 확실히 알았다. 우리의 현실을 잘 모르고 살았지만 이런 정도에 와 있는 것이다.
어디 의료 체계만 선진국인가. 우리가 만들어낸 제품이 세계 최고인 게 얼마나 많은가. 반도체, 가전제품이 세계 최고이고, 조선도 세계 최고 수준에 있다.
자동차도 굳이 독일제가 아니라도 국산차가 얼마나 좋은가. 이런게 앞으로도 세계 최고가 되게 하려면 방심하지 말고, 최고 일 때 최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계 최고의 자리가 무너지는 건 순간이다.
우리의 국민성, 민도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우리가 선진 국민임은 조금도 의심 할 일이 아니란걸 확인 했다.
우리는 휴지 다발을 붙들고 치사하게 쟁탈전을 벌이지 않았고, 라면을 사 쟁이지도 않았다. 마트의 진열대가 휑 하도록 물건을 싹쓸이 하지 않았다. 서로에게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때 일수록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약삭빠른 사람들이 마스크로 돈 벌어보려고 매점을 하기도 했지만 잠시였다.
행복은 어디 있는가. 어떤 게 행복한 것인가. 아무 일도 없는 평범한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