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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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이 그림
  • 손수자 수필가
  • 승인 2024.04.1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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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벽과 천정은 옹이자국 투성이다. 필단드산 소나무로 지은 통나무집에 웬 옹이가 이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나는 옹이가 많은 나무는 목재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하여 옹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러나 요즘은 옹이 그림에 푹 빠져있다. 옹이를 감싸고 있는 굵고 가는 선의 향연은 보면 볼수록 묘하고 아름답다. 우리 집이 옹이 그림 전시장이 된 셈이다.

옹이는 나뭇가지의 밑 부분이 나무의 몸에 박혀 생긴것이라고 한다. 살아있는 가지의 밑 둘레는 나무의 몸에 완벽하게 붙어 있어 제재하여도 옹이가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죽은 나뭇가지의 밑 부분은 쥐위 조직과 결합하지 못하고 떨어져 구멍이 나게된다. 죽은 옹이다. 우리 집 옹이는 대부분 다양한 그림을 그린 살아있는 옹이다. 

그 옹이 그림들이 나에게 상상의 세계를 펼쳐준다. 컴퓨터 모니터 뒤에서 나를 뚤어지도록 내려다보는 눈동자가 있다.

마치 소용돌이치는 원의 중심에 있는 태풍의 눈 같다. 세파에 아무리 휘들러도 결코 혼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지가 역력하다. 그래서 내 시선을 사로 잡는다.

책꽂이 옆에서 어진 눈망울을 굴리며 나를 응시하는 눈도 있다. 그 눈길이 정겹다. 

이십여 년 전에 정선 조양강 주변에서 본 암소의 눈 같다. 

키큰 옥수수로 가려진 너와 지붕만 보이던 어느시골집을 방문한적이 있었는데 외양간에는 미스 정선으로 뽑혔다는 암소 한 마리가 그 징표인 귀고리를 달고 있었다. 그암소의 어진 눈망울이 우이 집 옹이로 환생한 듯 하다.

천장 바로밑에 있는 저 그림은 또 무엇인가. 일어서서 가까이 들여다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갈색 꽂술을 중심으로 네 쌍의 겹꽃잎이 활짝 피었다. 

꽃잎 두 쌍은 좌우로 너울너울 춤추며 길게 번져나갔다. 환희에 취한듯하다. 우리교유의 전통 문양을 닯은 옹이 그림이 신비스럽다. 자연의 멋이다.

종이 반쪽면에 붓으로 잎맥을 그리거나 물감 한 방울 떨어뜨려 반으로 접었다 편 듯한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표현한 것도 있다. 잎맥 모양 같고 부드러운 깃털 같기도 하다.

그런데 저 옹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가. 가슴속에 맺힌 한이 얼마나 깊었으면 삭이다, 삭이다 못해 저렇게 푹 파여 버렸을까. 아픔을 감내하면서 제 속에 단단히 박혀 있는 옹이를 빼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국어사전에는 옹이를 ‘굳은살’과 가슴에 맺힌 감정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도 적혀 있다. 

내가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상대의 가슴에 옹이로 남아 있을수 있겠고, 별일 아닌것에 스스로 옹이를 만들어 자기 가슴에 품기도 할 것이다.

그것이 소통을 가로막고 삶을 지치게 하는 것 같다.

나는 이웃들의 가슴에 얼마나 많은 옹이를 박아 놓았을까, 마음이 움찔해진다. 옹이는 다른 부위보다 많은 피톤치즈를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피톤치즈는 식물이 병원균과 해충, 곰팡이에 저항 하려고 내뿜는 물질인데 사람에게 매우 유익하다.

결 고은 그림을 그리고  피톤치즈를 분비하는 옹이처럼 사람들의 가슴에 옹이 진 것도 그렇게 승화하면 좋겠다.

가끔 내 속에서 울걱거리는 옹이들. 유연한 선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우리 집 옹이들처럼 내 마음속 옹이도 멋진 그림으로 거듭나면 좋으련만..., 

나의 속 뜰에 자연의 멋이 풍기는 옹이 그림 전시장 한 칸쯤 꾸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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