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까치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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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까치부부
  • 이흥주 수필가
  • 승인 2024.04.2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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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공원을 한바퀴 돌고 집으로 오는 길이다.

집 앞에 오니 앞 전봇대에 한전 무허가건축철거반원? 들이 크레인을 높이 올리고 까치의 불법건축물을 부수고 있다. 1월부터 벌써 몇 번째인가. 한참 짓고 나면 부수어버리고, 또 한참 짓고 나면 부수어버리고, 까치부부가 끈질긴 것인지 철거반원들이 끈질긴 것인지 참 목불인견이 아닐수 없다.

왜 요즘은 까치도 옛날보다 현대화해 가지고 꼭 튼튼한 전봇대에다 주택을 지으려고 저렇게 한전직원들과 목숨 건 사투를 벌이는가. 까치가 집을 지으려는 목적은 저희들 부부가 입주해서 안락하게 살기 위함이 아니다.

순전히 태어날 자식을 위해서  저리 열심인 것이다. 모진 바람에도 끄떡없는 집을지어 태어날 자식들을 고이 길러 사회로 내보낼 마음 하나뿐이다. 저 까치부부 때문에 십여 년을 내가 조마조마하고 심히 불편한 마음으로 집 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보지 않을 수 없는 슬픈 현실에 처해 있다. 세 번째인가 짓고 부수어지기가, 몇일 전 다시 집짓기를 하면서 까치는 슬픈 울움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나뭇가지 하나 물어다 얽어매고선 옆에 앉아 제 남편을 보고 우는 건지 아니면 남편이 마누라를 보고 우는건지 깍깍깍~ 거리길 반복한다. 내 귀에는 그소리가 진한 울움소리로 들린다. 지금이 4월, 산란을 할 시기인데 이제 집 짓기를 시작하여 언제 자식을 낳아 기르나, 내가 지켜본 바로는 까치가 주택을 한 채 완공하기까지는 2~3개월이 걸린다. 해서 가장 추운 1월부터 건축을 시작한다. 아무리 최신 공법을 동원 한다 쳐도 이제 집지어 자식 낳아 기르기는 이미 늦었는데 까치부부는 날 새기 무섭게 또 힘든 작업을 시작한다.

그런데 조금지은 지은 집 마저도 오늘 또 철거 당했다. 또 시작하려나, 지금 두어 시간 지났는데 잠깐 나가보아야겠다. 나가보니 까치부부는 안보인다. 아무리보아도 이제 저 부부가 집을 지어 자식 키울 가능성은 제로다. 때가 늦었고 철거반원들이 내버려 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젠 포기해야겟지만 2,3일 관망을 해봐야 안다. 까치부부의 자식에 대한 염원은 목숨을 건 일이기 때문이다.

한데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오후 1시 30분쯤 마당가 나가 일을 하는데 집 앞에서 까치 소리가 들린다. 나가보니 벌써 건축자제를 공수 해다가 까치부부는 이미 건축을 시작하고 있었다. 나뭇가지 하나 물어다가 얽어매고는 옆에 앉아 깍깍깍~이다. ‘여보 나 힘들어!“하는 소리인가. 아, 까치야 이제 제발 그만 좀 할 수 없니? 난 처음에 까치부부가 고집이 너무 세다고 생각했다. 몇 번씩을 부수어도 또 짓고 또 짓고 하는걸 보곤 혀를 내둘렀다. 세상없는 옹고집이라도 까치는 못 당할 것이라고, 한데 이건 까치부부에게 너무 모욕적인 생각이다. 자기 후손을 두고 못 두고의 절박한 문제가 달린 까치부부에게 고집이 세다는 말은 너무도 미안한 짧은 생각이다. 아무리 미물이지만 그 마음을 높이 사 주어야 한다. 만일 한전에서 까치부부에게 건축허가를 내주면 어떤가. 전주에 피해가 오는가. 어차피 전주에 새가 앉는 것가지 막을순 없다.

그렇다면 집짓는 것도 허용한다면 어떨까. 미관상 보기 싫을까. 미관상의 문제라면 문제가 간단해 진다. 생각만 바꾸면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도시를 지나는 전주에 까치집이 존재한다면 그야말로 미관상 최상 아닐까. 동네 한가운데서 까치집이 존재하고 그들과 동고동락하다면 얼마나 멋진가. 아침에 까치소리를 들을 수 잇고 아이들 교육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가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말도 희미한 추억속의 일이다. 1인가구가 늘고 형제도 없다시피 하니 찾아올 손님도 옛날보다 적어진 게 현실이다. 나름 반가운 손님이 없진 않을 테지만, 도시에서 우는 매미소리도 소음이라고 하는 세상에 까치소리도 한낱 소음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까티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어디 뚝 떨어진 나무에 집을 지으면 좋으련만, 까치도 이제 퇴치해야 할 유해 조류의 오명을 벗을 수 없다. 농가나 한전 입장에서는 퇴치대상의 하나의 개일 뿐이다. 인간과 까치의 대결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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