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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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50)
  •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4.06.20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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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연은 한순간을 만났어도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매 순간을 함께했더라도 마지막에는 잊고 사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내가 좋은 날을 함께한 사람도 있고 내가 힘들 때 떠나간 사람도 있다. 그동안 사람은 우연히 만나도 서로 관심을 쏟으면 인연이 되고 공을 들이면 필연이 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살다 보니 그런 인과의 법칙이 무너지는 아픈 현실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좋은 사람으로 만나 착한 사람으로 헤어지고 그리운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퇴임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35년 교수 생활을 하는 동안 나름대로 덕이 있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 용장, 맹장, 지장보다는 덕장이 최고라는데 내가 얼마만큼 덕장에 다가갔는지는 알 수가 없다. 어쨌거나 소중한 사람들과의 소중한 만남, 소중한 시간을 선물해주신 최 회장님이 진심으로 고마웠다. 정년퇴임한 내가 총장 후보로 선출되다니요?정년퇴임은 했지만, 평가원 이사회에서는 원장 연임이 의결되어 평가원의 원장직은 계속 맡게 되었다. 상근직은 아니었지만, 바람 잘 날 없기는 평가원도 마찬가지여서, 대학에서나 평가원에서나 정신적으로 힘들기는 다르지 않았다. 나는 매사 적당히 할 거라면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고, 정년 후에 일할 수 있는 마지막 주어진 소명이라는 사명감으로 임했다. 그렇듯 1년여가 지나가고 2015년이 되었다. 학교는 그만두었지만, 그동안 이사장을 비롯한 일부 이사들과 성신 교수회와는 계속 의사소통을 하고 지냈기 때문에 성신 소식은 듣고 있었다. 당시에도 학교는 여전히 교수회, 직원노조, 총동문회, 총학생회는 총장 퇴진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이사장 임기 만료로 후임 이사장에 헌법재판관 출신이 취임한다는 연락이 왔다. 그런데 일부 이사와 교수회에서 내게 선이 닿으면 새 이사장을 만나 미리 성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년퇴임을 한 내가 이런 일에 나서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도 생각했지만 교수회를 생각해서 응하기로 했다. 나는 신임 이사장을 만나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성신 사태에 관해 내가 알고 있는 의견을 가감 없이 얘기했다. 이사장은 내 얘기를 경청한 후 향후 이사회 운영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내가 일어서려고 하자 이사장은 내게 한 가지만 묻겠다며 “정년 퇴임하신 교수님이 이런 만남을 통해 아직도 학교를 위해 애쓰시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나는 잠시 망설여 졌다. 정의를 위해서 그러는 거냐고 물으셨다. 더 멈칫해졌다. 내가 이럴 때 정의라는 말을 쉽게 써도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그 말 외엔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구태여 답을 하라면 그렇게 밖엔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하며 일어섰다. 왜냐하면 진정으로 정의로운 사람은 스스로 정의롭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자신의 삶으로 드러낼 뿐이다. 나로서도 썩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현직 교수도 아닌 내가 나선다는 것이 왠지 마음에 걸렸다. “성신 안에서 아직도 하루하루를 힘들게 지내고 있는 후배 교수들과 직원들이 안타까워서 그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이사장님 께서는 헌법재판관까지 하신 인격자이시니, 꼭 우리 교직원들이 자유 롭게 웃고 살 수 있는 성신여대가 되도록 학교 정상화에 힘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했더니 앞으로 필요하면 내게 전화를 해도 되겠냐고 하시면서 호의를 보였다. 나는 헤어지면서 후임 이사장이 합리적인 분이라고 생각했고, 진심으로 그러길 바랐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이사장이 취임한 후 에도 학교는 정상화되지 않았다. 교수회는 잇달아 성명을 발표하며 새이사장이 부적절하게 총장 측과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교수회와 총동문회, 학생회에서는 무더운 여름에도 1인 릴레이 시위를 계속 이어나갔고, 총장 임기가 만료되는 2015년에는 갈등이 보다 증폭되어 총장과 구성원 간에 골은 더욱 깊어만 갔다. 이런 상황에서 성신 교수회, 총학생회, 직원노조, 총동문회는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직접 총장을 선출하는 민주적인 안을 수용해달라며 학교에 요구했다. 총장과 총장 측 이사들의 짬짜미 총장 연임을 배척하고 성신인이 원하는 총장을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평가원 일에 매진하고 있던 어느 날 성신의 수학과 강병개 교수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학장님, 학장님이 1차로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총장후보자 5인 중에 추천되었으니, 2차 심사준비를 해주세요. 우선 총장 후보 수락서에 서 명하고, 대학발전계획서 등 필요한 서류도 준비해서 제출해주세요.” 뜻하지 않은 갑작스러운 통보에 나는 몹시 당황했다. 무엇보다도 평가원장을 연임하고 있는 나로서는, 중요한 원장 역할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총장 후보 수락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가원장을 연임한 이상, 원장 책임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결국, 나는 양해를 구하고 총장 후보 수락을 거절하기로 했다. 그러나 추천인 교수는 내 대답과는 상관없이 시간이 없으니 먼저 수락서에 동의하고 나중에 다시 생각해달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고심 끝에 평가원 박 처장과 일단 상의를 했다. 그는 “평소 평가원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남다르신 원장님은 저희에게 고비마다 외풍의 울타리가 되어 주셨던 분이라 저도 그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어요. 그렇지만 월급도 없는 명예직 원장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대학 총장 후보마저도 고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 다흠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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