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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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시
  • 이점구 시인
  • 승인 2016.12.15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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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입원한 요양병원에 매일 들리는 딸에게 전화가 왔다

할머니는 나만보면 화를 내시는지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다

정신의 반은 우주에 둔 엄마라 그러려니 하다가도 혹여 딸이 상처받을까 마음도 쓰인다

우주의 언어는 해석이 불가능하지만 아무튼 네가 임의로워 그렇다고 네가 예뻐서 그러는 거라고 달래보지만 쉽진 않다

우주로 떠나기 전 보석보다 귀하고 예뻐하던 손녀딸이었다

당신 입 속에 붕어빵 하나 넣는 것은 벌벌 떨면서도 빳빳한 만 원권 서너 개쯤 쉽게 질러주며 등 두드려주던 할머니셨다

거동까지 불편하시니 손녀딸이 가야만 휠체어 타고 콧바람이라도 쐴 수 있다

넘어지면 머리며 골반이며 으스러질 뼈마디 걱정에 딸은 어떡 하냐며 사뭇 서러워한다

침상머리에 낙상금지 푯말이 저승사자처럼 두 눈 부릅뜨고 지키는 병실 콧바람이라도 쐐야 죽고 또 죽는 꿈을 피해 주무실 수 있으련만 침상을 부여잡고 시위하듯 집으로 가자고 하신단

근무지가 멀어 주말이 되어야 닿을 수 있는 곳 전화로 어설픈 간병이라도 해보려다 말귀가 어두우시니 그마저 포기하고 상심에 젖는다

얼마 후 딸의 전화로 V하며 찍힌 엄마가 전송되어 온다

헐렁한 환자복의 사진 속 엄마는 바지랑대에 걸린 홑이불처럼 나부끼고 있다

그 쓸쓸한 풍경을 외면하며 창밖을 보니 붉은 노을이 눈을 적신다.

약력
· 2005년 신춘문예 동화 당선
· 現 옥천작가회의 회원
· 現 현대자동차 옥천출고센터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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