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바람 나부끼는 금강
상태바
색바람 나부끼는 금강
  • 황예순 시인
  • 승인 2017.01.19 1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색바람 나부끼는 금강

 

감빛 스카프가 제법 잘 어울리는 구월 중순이었지 아마
호젓한 색바람이 나부끼는 금강가를 걷다가
저물어가는 붉은 석양을 잡으러 차를 몰았어
해가 익어갈수록 심장은 뜀박질하고
가도 가도 멀어지는 해를 향해
큰 그림자 사이마다 붉 밝히던 별들이
간혹 안부를 묻곤 했지
지하도를 향해 달리던 바퀴가 그만
행성만 한 달 속으로 달려갔어
달이 되어버린 그때였을 게야
못내 그리움이 달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크레이터로 남아 노란빛을 낸 것이
오래전 상처들이 둥글게 하는 말들을
달에 사는 누구도 깊은 빛깔에 대하여 알려 하지 않았고
나 역시도 그 빛깔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만
가끔 한번씩
달은 스스로 빈 가슴을 채우며 우리 은하에 올랐지
아무도 모르는 그 비밀을
파란 불에 불을 켠 헬릭스 성운이
밤 고양이 눈처럼 지켜보고 있었어
광속으로 날아드는 금강의 심장소리
들어봐,
고요히 이글거리는 파란 산소의 깊이

약력
·2007년 『시세계』신인문학상
·저서 : 『금강을 걸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