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하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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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하는 여정
  • 김정자
  • 승인 2017.03.16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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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삶의 경륜이 높아지고 50을 훌쩍 뛰어 넘은 우리는 60이라는 연륜으로 학창 시절의 추억을 살리기 위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주도는 몇 번을 다녀왔지만 이번 여행은 몇 십 년 정을 나눈 초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 기분이 더욱 새롭다. 제주 공항에 내리니 공기부터 다르게 느껴지고 지금부터 이 모든 순간이 작품이고 추억이 되리라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를 처음으로 반겨준 선샤인호텔은 대전 복합터미널 앞에, 그리고 서울과 제주에 지사로 있는 아주 깔끔하고 경관이 아름다운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생활 하고 있는 선샤인호텔 회장님을 만나 점심을 먹으면서 제주도의 명소 관광지를 설명 듣고 차를 마시며 잠깐 인터뷰를 했다. 바쁜 일정임에도 시간을 내서 우리들을 반겨 주었고 인터뷰에 응해 주신 회장님께 감사가 우러나왔다.

이른 아침부터 선샤인호텔 주변의 산책로를 걸으며 우리는 온통 학창시절 옛 추억에 사로잡혔다. 눈이 시릴 정도로 예쁜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을 보니 어린 아이처럼 마구 뒹굴며 웃고 싶었다. 제주도 서귀포에는 아름다운 70리 공원이 있고 그 주변에는 천지연 폭포. 외돌개. 칠십리공원 그리고 삼매봉을 둘러싼 웅장하고 화려한 경관에 우리들은 서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렇게 넓고 큰 자연과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함께 온 친구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꼈다. 절벽위에서 쏟아지면서 퍼져 내리는 하얀 물줄기는 그동안 도심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확 날려 보냈다. 넓디넓게 펼쳐진 감귤 농장과 한라봉 농장에는 아직도 수확을 하지 않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자연 그대로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었다.

서귀포 1100 고지를 돌아보는데 여기가 천국일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눈이 하얗게 쌓여 겨울에 온 것 같은 느낌은 들지만 언제 끝날까 싶던 겨울을 넘기고 찾아오는 봄을 기다리듯 군데군데 눈이 녹아 겨울의 흔적을 나타내 보였다. 제주도는 곳곳마다 기후가 달라 우리가 머물고 있는 서귀포는 아직 늦은 겨울의 차가움을 느끼게 해 두터운 외투를 걸쳐야 바닷가를 거닐 수 있을 정도로 공기가 찼다.

시간이 멈추듯 평화로운 바다를 거닐다보니 어릴 적 어푸어푸 하며 냇가에서 헤엄치던 생각에 웃음이 절로 새어나온다. 우리 일행은 둘째 날 대전에서 다도(茶道)를 함께 했던 언니가 제주도에서 카페와 펜션을 운영하고 있어 그곳으로 갔다. 제주도 여행 마지막 밤은 펜션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펜션 바로 앞에 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는 잠을 자지도 않고 우리들과 함께 했다.

‘파도야 너는 왜 잠도 안자고 일어나느냐’ 하고 물었더니 ‘내가 일어나지 않으면 파도라는 이름이 없어진다’ 하는 시가 불현 듯 생각났다. 파도 소리와 함께 멋진 밤을 보내고 언니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제주의 특별 메뉴인 톳 비빔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우리 일행은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는데 산책하다 차 한찬 생각나서 들렸다는 선샤인호텔 이사님을 만났다.

그분은 육사를 졸업하고 35년 동안 군 복무를 마치고 제주에 와서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단다. 간간이 시간 날 때 마다 문학인들과 함께 시를 쓰고 현역에 있을 때 ‘화랑대 푸른 날개’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그 분과 잠시 얘기를 나누며 차를 마시고 다음 여행 때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제주도는 우리가 쉽게 떠날 수 없도록 품고 있는 매력과 볼거리로 마냥 여행객의 발걸음을 잡아끈다. 우리에게 이처럼 아름다운 만남을 주고 함께 추억을 만들어 가는 또 하나의 벗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지금 나라 안은 사드 문제와 탄핵 문제로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그러나 우리는 한마음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걸어가자는 약속을 했다. 모처럼 먼 길을 함께 가는 친구들의 익숙함이 묻어 있고 여행 자체가 감동적인 우리들의 추억을 만들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들은 탄생 60주년을 맞아 제주에서 2박 3일간 인생의 한순간을 함께 하며 멋진 날들을 보냈다.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긴 2박 3일의 여행에서 서로 어우러지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보니 무엇보다 인생의 통장에 멋진 추억을 쌓아 두는 일이 가치 있음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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