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간의 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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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간의 우애
  • 오희숙
  • 승인 2017.03.1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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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이번 토요일에 저희 집에 놀러오세요.” 예산 사는 둘째 동서의 전화다. “아니 여름 손님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데 초청하나?” 더우면 더운 데로 지내면 되지요.“ 나는 아들만 다섯인 가문에 맏며느리다.

내가 이 집 가문으로 시집올 때 큰 시동생은 군 입대 하고 셋째는 고3 넷째가 고1 막내가 초6년이었다. 군대 간 시동생은 겨울 김장을 할 때마다 휴가를 왔다. 셋째는 칼을 잘 갈아주었고 넷째는 물을 길어다 큰 항아리를 채워주었다. 모두가 착한 말없는 시동생들이었다.

유일하게 막내가 외부 소식을 전해주는 전령이다. 저녁을 지을 때 불을 때 주면서 학교 갔다 오며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내 마음에는 지금도 머리 허연 회갑 지난 시동생이 초등학교 6년 생으로 보여 측은하고 안쓰러워 보인다. 이번 모임은 막내네가 여름휴가를 둘째네로 오며 형제들을 다 모이게 했다. 선산을 관리하기가 어려워 조부모, 부모님을 예산 납골당으로 모셨기 때문이다.

난 옥천으로 이사 와서는 삼 년 동안 한 번도 못 갔다. 기동성이 없으니 데려가고 와야 먼 길은 나섰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시간 알아보고 차표 예약하고 나서기로 마음을 먹었다. 눈과 입이 있으니 물으면 되겠지 하고 용기를 내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서둘러 버스를 타고 대전에 가서 예산을 향해 가는데 1시간 40분이 걸렸다. 전에는 2시간 30분이 걸리던 길이 외곽으로 길이 잘 뚫려 직행으로 가니 빠른 것이었다.

길은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쭉쭉 뻗어 다니기는 참 좋았다. 예산 신례원은 동으로 대전. 북으로 천안. 서로 당진. 남으로 장항. 가는 길이 여기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지금은 한가하다.

마중 나온 동서에게 빠르게 왔다 했더니 외곽 길 때문이란다. 저녁에 다 모여 식사를 하는데 셋째네가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다는 소고기를 사 왔다. 언제나 고기는 셋째네가 담당을 했다.

넷째와 막내네까지 모두 모여 만찬이 끝나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마침 리우 올림픽이라 응원도 함께 했다. 우리 형제들은 술을 하지 못해 말이 없고 재미는 없지만 형제간의 우애는 남다르다.

우리는 며느리들이 다 잘 들어왔다. 그 동기간의 우애는 여자들에 달렸다고 하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형제간에 챙길 것을 여자들이 먼저 앞선다. 둘째 동서는 성격이 좋아 오는 손님 반기는데 성의를 다했다.

충청도 사투리로 “서방님 오셨슈.” 하며 뛰어나오는 동서 웃음이 좋아 우리 영감 살아 있을 때는 둘째 제수씨 웃음 보러 갔다 와야 한다고 할 만큼 반긴다.

이튿날 납골당에 들려 예를 올리고 점심은 분위기 좋은 맛 집 이천우 이상례 청국장집 줄 서 있는 곳에서 둘째네가 내었다. 즐거운 드라이브는 예당저수지와 천연기념물이 있는 황새마을을 다녀왔다. 둘째네는 사과 과수원을 한다. 이제 추석이 가까우니 집집마다 사과를 가져와 나누어줄 것이다.

언제나 후한 인심이다. 오는 차표 끊어주며 용돈도 챙겨주었다. 어른 대접을 잘 받고 왔다.

 

◇약력

·『화백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대전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반 수료. 옥천군평생학습원 수필반 수료.

·옥천문인협회, 문정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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