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체험으로 인성교육 실천하는 ‘학교 밖 인성교사’
이원면 월이산 자연생태인문학교 ‘산책’ 문일용(63)씨
2015년 첫 귀촌 이원살리기 캠페인 전개 ‘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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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체험으로 인성교육 실천하는 ‘학교 밖 인성교사’
이원면 월이산 자연생태인문학교 ‘산책’ 문일용(63)씨
2015년 첫 귀촌 이원살리기 캠페인 전개 ‘군수상’ 수상
  • 천성남국장
  • 승인 2017.04.06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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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노인장애인복지관 장애兒 대상 자연통한 체험 학습
10여 년 과학교사 노하우 식물·나무이름 알기 생태 체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운명이라 했다. 귀촌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타 지방에 정착하는 일은 더욱 그렇다. 20년 전, 대전에서 10여 년간 인문계고 과학교사로 활동했던 문일용(63·월이산 자연생태인문학교 ‘산책’)씨는 뜻하지 않게 이른 나이인 40대에 일을 접어야만 했다. 학원 방송 강사, 벌목공 등을 전전하다가 운명처럼 10년 전에 사놓았던 땅인 이원면 미동리 월이산 자락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조금은 색다른 숲 해설가로 활동하며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의 장애아를 비롯해 비장애 아이들을 위해 자연을 통한 ‘자기’라는 알 밖으로 깨어 나오게 하기 위한 졸탁동기(啐啄同機)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자연 속에 집을 짓고, 안마당에는 수백 종의 꽃과 나무를 키우며 각각에 한자로 예쁜 이름을 명명하며 미래 교육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남다른 그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문일용(63)씨.

월이산은 ‘공부하는 터’로 이름난 곳

영동과 옥천의 경계인 월이산 자락 자연생태인문학교인 ‘산책’은 수백 종의 야생화와 겉대가 까맣다하여 붙여진 대나무오죽, 하룻날의 아름다움을 간직했다는 원추리 등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원면 미동리를 둘러싼 산세가 하도 상서롭다하여 ‘약사여래암’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맞은편에는 ‘문필봉’이란 봉우리가 서있고, 산에는 암석이 많아 화산이라 할 정도로 바위산이다.

집 바로 옆에는 청원서원으로 이름이 바뀐 비구니들이 몸담고 있으며 학문을 갈고 닦고 있는 곳이 있다.

문씨는 “영동, 옥천 경계에 있는 월이산에는 예부터 서당이 많아 ‘공부하는 터’라 할 정도였다고 들었다”며 “이곳에 터를 잡은 지는 3년이 넘었다. 그때부터 전국의 산과 들을 돌아다니면서 인연처럼 눈에 띄거나 구하고 싶었던 뿌리들을 캐오거나, 가져온 나무나 식물들이 이 터에는 많이 자라고 있다. 손가락 마디만큼 했던 것이 어느 덧 숲을 이룰 정도로 자라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바로 오죽(검은 대나무)”이라고 설명했다.

표창패(2015년 이원살리기 귀촌운동 공로로 수상)

“대안학교 세우는 것이 장래 꿈 이었다”

“처음 이곳에 들어올 때부터 목표는 ‘대안학교’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으나 뜻대로 되는 일이 없더군요. 도움을 주었던 사업하던 아내가 부도를 냈어요. 처음에는 아내가 무척 야속하기만 했으나 어느 덧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어요.”

지난 2015년 귀촌해 올해로 4년째가 돼가는 문씨는 먼저 이곳으로 들어와 정착한 귀농귀촌인들을 결집해 이원면을 살리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나섰다.

문씨는 “당시에는 다함께 부스를 빌려 꽃도 팔고, 홍보도 하고 나무도 파는 것을 시도 했었다”라며 “당시 12명밖에 안됐던 귀농귀촌인 중에는 농원을 하는 분도 계셔서 모든 것이 수월했어요. 당시 충주부녀회를 이원면으로 모셔 와서 면장님께도 인사를 시키고 주변 농원 소개도 하면서 이원면을 알리려 많은 노력을 한 기억이 생생하다. 덕분에 귀촌했던 그해에 영예롭게 군수님 상을 받게 돼 마음이 기뻤다”고 겸연쩍게 웃음 지었다.

문씨는 또, “귀촌하던 첫 해에 군수님 상을 받게 된 계기는 제가 귀농귀촌인들의 사고방식을 많이 바꾸어 놓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어요. 당시 선배님들은 ‘문 선생이 이곳에 와서 이원면을 살렸다’는 이야기들을 곧잘 하셨다”고 말했다.

'텃밭에 다있네' 교사들 모임.

‘웃으면 복이 와요’ 자연문패로 방문객 환영

2645(800평)㎥ 대지 위에는 ‘웃으면 복이 온다’는 의미의 ‘문소래담’의 글자가 새겨져 이곳을 찾는 방문객을 환영하고 있다.

“집터 곳곳에는 한문으로 문구를 써놓아 그 의미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복수초의 경우, 일본에서는 이름이 하도 예뻐 상품화가 되어 있어요. 우리도 그런 것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화등선(羽化登仙)의 글귀는 나비가 우화하여 날 수 있다는 의미로 장애아들이 교육을 통해 아름다운 나비처럼 날갯짓 하며 하늘을 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뜻이지요.”

이외에도 나뭇가지 문패 위에는 ‘소림일지’라고 적어놓아 문구를 알 수 있게 했는데 그 의미는 ‘새가 집을 지을 때는 가지 한 개만 있어도 가능한데 탐욕을 부리지 말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가을이면 온 마당이 구절초 밭으로 변한다”는 문씨는 “모든 나무들과 풀과 꽃들을 바라보면 각각의 개성이 있어 그것을 다름을 이정하고 느낄 때 존중과 배려를 배우게 한다”고 말했다.

또, 마당에는 작살처럼 생겼다는 작살나무, 조팝나무가 자라고 있고 거기에는 갈등이란 의미의 등나무와 칡나무가 서로 얽혀 틀어지면서 자라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산수유와 생강나무의 구분을 할 줄 아시나요. 이들을 가만히 관찰해보면 자라면서 차이점을 발견하게 되지요. 비슷하지만 이파리가 서로 달라요. 자연을 이해하다보면 차이점을 알고 차이점을 알면 서로 존중할 수 있게 되지요.”

대전 갑천초등학생들이 텃밭 교육을 하고 있는 모습.

귀농귀촌교육 사후교육 서비스 꼭 있어야

문씨는 “자연의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견이부지(보고도 알지 못한다는 의미)로 이것이 바로 입시교육의 병폐였다”며 “오늘날 숲 해설가를 넘어 이제는 숲 치유사로 가고 있어 점차 자연이 힐링의 의미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이들에게 생태체험은 자연을 알게 하고 관찰력을 키워주기 위한 방법이라고 부연 설명을 했다.

그러한 노력으로 오는 29일 영동초 10명의 학생들이 이곳 생태학교 ‘산책’을 방문해 개구리 해부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씨는 “요즘 귀농귀촌교육을 보면 농사짓는 방법만을 가르쳐요. 그리고 농기계를 사다놓고 제대로 사용도 안하고 빚만 지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며 “이것은 올바른 귀농귀촌교육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귀농귀촌 교육에서 끝나지 말고 계속해서 애프터서비스를 통해 귀농귀촌인들의 사후서비스를 해주어야 정착에 대한 성공률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요즘 문씨는 개별적으로 지적 장애 3급을 가진 한 아이를 지도하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장애인부모연대 옥천지회 전향숙 회장 소개로 알게 된 아이인데 미술을 통해 손동작, 색 감각을 익히고 있는 과정이다. 이 아이는 색채를 알고 있어요. 웃는 얼굴에는 환한 색인 노랑, 빨강을 그리고, 우는 얼굴이나 찡그린 얼굴에는 푸른 색깔을 그리는 것을 보면 영락없이 색깔을 알고 있는 것이지요.”

문씨는 “지적발달장애인 이 아이에게 집중력을 길러주기 위해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지요. 이를 통해 집중력이 생기다보면 언어치료로 성경읽기를 하는데 지금은 띄엄띄엄 읽기도 해요”라고 환하게 웃었다.

대전 산서초등학생들이 농촌지도소 후원으로 열린 '텃밭에 다있네' 수업을 받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내 운명”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문씨는 ”운명이라는 것을 왜 생각하느냐 하면 제가 직접 겪었기 때문이지요. 왜냐하면 농원에서 접목을 배우려고 하면 귀가 이상해지는 병이 생기고, 농원에서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눈을 다쳐 일을 할 수가 없었지요“라고 말했다.

이어 “내 일이 아니니까 다치거나 이 일을 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며 “그래서 결심한 것이 운명적으로 열심히 배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또 결심하며 살고 있다”고 밝혔다.

문씨는 숲해설가로 금산 산림문화타운에서, 대전 트래킹센터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배우는 슾해설가는 일반 숲 해설가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숲과 자연, 인문을 일컬어 산책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이는 산(山)+ 책(書)= 인문이라는 의미를 띤다. 문씨는 대전에서 열린 숲해설가 모임을 통해 여행문화학교를 열고 있는 예전의 ‘담다디’를 부른 가수 이상은씨를 만나 향후 교육에 대한 연계를 맺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귀촌은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자기가 가진 재능을 여러 사람과 나누는 일에 쓴다면 가능해 지지요. 국가교육도 교육에 끝나지 말고 교육 이후에 귀촌인이 정착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사후서비스를 끝까지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씨는 “아직 수입은 적지만 장애인이나 힘든 사람들을 위해 인성교육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과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판에 박힌 교육이 아닌 실질적으로 생활에 도움이 되는 교육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동초 학생들이 제철을 알고 활짝 피어난 생강나무 맛체험을 하고 있다.

“곤충에도 우주가 들어있다”는 자연이치 깨닫게 해

이어 “참된 교육이라 하면 자연을 알게 하고 자연과 접하면서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하면 곤충에도 우주가 들어 있다고 한 파브르의 우주를 알게 되는 때가 오겠지요”라며 “교사 시절 재미난 일화가 있는데 이론만 배우지 않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실험을 주로 하다가 출석부에 불이 붙어 난리를 피웠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오는 22일 그는 옥천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활동보조원으로 장애아 13명과 학부모들과 함께 장령산이나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야외체험을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 소재 농업기술센터에서 후원한 ‘텃밭에 다 있네’ 도시원예 기술을 배워 대전 산서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그는 자천타천 일 먼저 벌이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대전 산서초 초등학생들이 농장체험을 하고 있다.

그의 공간에는 원추리를 비롯 하늘말나리, 계룡산 속에서 캐어다 심은 손가락크기의 노박 덩굴이 이제는 수십 배 자라 무척 커진 것을 비롯 둘레길에서 발견한 느릅나무 중 줄기가 묘한 홍느릅, 사약인데도 한약방에서 법제하여 약으로 쓰이는 강원도에서 캐온 ‘초오’ 등이 모두가 아끼는 인연 있는 식물들이다,

문씨는 바쁜 중에도 쉴 틈 없이 영동초로 1주일에 한번 씩 인성교육 일환으로 찾아가는 한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기쁘다”는 문씨는 중국에서 살고 있는 딸 부부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사진을 벽에 걸어놓고 일일 여삼추로 보고픈 마음을 달래고 있다.

옛일을 뒤로 하고 남편을 돕는 아내(사업)와 1남1녀를 둔 그는 이제 자연을 벗 삼으며 아이들 교육에 행복을 싣고 앞만 보고 달릴 뿐이다. /천성남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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