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날리는 벚꽃에 담은 작은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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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날리는 벚꽃에 담은 작은 소망
  • 양순원 옥천증약초교장/수필가
  • 승인 2017.04.2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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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벚꽃 터널 가로수 길을 5분남짓 4km 달리고 나서 시골길로 가다보면 온산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진달래, 산 벚꽃, 살구꽃이 반겨주는 아늑한 마을에 대정분교가 자리 잡고 있다.

그곳에서 지난 4월 14일에 2년째 증약초 개교기념 민속축제를 열었다. 전교생 57명과 유치원아 20명, 학부모님 30여분과 교직원 33명이 함께 참여하였다.

올해는 대정분교 외벽을 도색을 하여 무지개 옷으로 갈아입어 알록달록한 동화 속의 아이들이 나올 것 같은 장소로 변모했다.

누가나 한 번쯤은 들어가 보고 싶은 아담한 작은 학교가 그날은 시끌벅적했다. 산새들도 “까악깍 까깍~ 찌르륵 삐이~삑삑삑~ ”이웃집 강아지도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었다.

케이크커팅을 시작으로 학교의 역사를 들려준 뒤 훈화를 시작했다.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알바트로스새처럼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높이 널리 날 수 있도록 동영상을 보여주며 당부의 말을 했다. 지금은 좀 어렵고 힘들어도 언젠가는 알바트로스새처럼 세상을 놀라게 할 인물이 되길 바라면서 힘주어 이야기 했다.

이어서 도란도란 친구와 엄마와 선생님과 손잡고 등반을 하고 진달래를 머리에 꽂기도 하고 화전 만들 재료로 진달래를 따기도 했다. 산꼭대기에 오르니 대청호가 파랗게 흐르고 벚꽃 진달래꽃에 쌓여있는 모습이 한 폭의 동양화 같았다.

학교에 돌아와 (사)한국전래놀이협회 아자학교 고갑준 교장선생님이 강사로 오셔서 전래놀이인 안경놀이, 짝꿍놀이, 달팽이 놀이를 운동장에서 진행하고 급식실에서는 따온 진달래와 미리 준비한 비올라, 팬지 등으로 화전을 붙였다. 번갈아가며 유치원생과 전교생이 활동에 참여했다. 쉬는 시간에는 분교·본교 학부모님들이 돌봄 교실에서 이마를 맞대고 모처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주먹밥을 먹고 오후에는 큰 가마솥에 콩물을 끓여 직접 손 두부를 만들어 보고 순두부도 만들어 먹어보았다. 한쪽에서는 떡메를 쳐서 뚝뚝 잘라서 콩고물과 흑임자를 묻혀 인절미를 만들어 먹어보았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큰 과자 한 봉지와 손 두부 한모와 진달래 화전을 포장한 것을 선물로 가져갔다.

민속음식이 가끔 먹어도 우리 입맛에 사알살 녹이는 인절미와 두부체험 전래놀이로 조상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행사로 학생-교사-학부모가 3위 일체가 되어 개교기념일 축제가 한껏 빛났다.

다음 날 학교에 오니 1학년 꼬마 친구들이 말을 걸어왔다.

“교장선생님 언제 또 이런 행사를 해요? 빨리 또 했으면 좋겠어요.”

“해마다 개교기념일에 하게 될 거야. 재미있었나 보구나.”

개교기념일 행사로 교육과정 안에 재구성해서 활동하는 것은 그 만한 사연이 있다.

분교에서는 매주 화요일 목요일에 본교로 와서 연합수업을 하는데 분교에서 하는 활동은 없으니 분교 가서 활동하는 것도 의미가 있고, 대정분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하자고 선생님들의 생각이 모아져 작년부터 하게 되었다. 또한 학교의 뿌리를 아는 개교기념일 행사를 하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에 의미 있는 일이며, 분교가 폐교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니 의미를 담아 분교를 방문하여 행사를 해보자고 의견이 모아져 추진하게 되었다.

선배들의 때 묻은 교실과 선배들이 디뎠던 운동장이 그대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대정분교 학부모님들은 한마음으로 한뜻으로 똘똘 뭉쳐있다.

며칠 전, 대전서 학교 앞에 방한 칸 빌려 전학을 온 아이도 있다. 부모님이 2년 동안 오가며 탐방을 하다가 대정분교의 학교설명회 하는 날 설명을 듣고 전학을 하기로 결정하고 오게 된 것이다. 그 날에는 학부모님 모두가 잔칫날 보다 더 기뻐했다.

벚꽃이 물드는 대정분교에서의 개교기념일 행사인 민속축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해마다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작은 학교에서 알바트로스새처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인물이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 날을 향해 날마다 꿈을 채우고, 배우며, 나눔을 실천하여 행복을 충전하고 미래에 달콤한 내일이 되기를 작은 소망 하나 벚꽃에 담아 보니 퇴근길에 벚꽃 잎이 가로수 길에 눈처럼 하얗게 흩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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