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시작된 야생화에 인생 건 '야생화 우먼'
나혜경(58)·한백석(58)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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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시작된 야생화에 인생 건 '야생화 우먼'
나혜경(58)·한백석(58)씨 부부
  • 유정아기자
  • 승인 2017.04.27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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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활동부터 토종식물 해설사까지
묘목축제·지용제 등 야생화 전시 참여
“멸종위기 야생화를 많이 보급하고파”

군인이라는 직업으로 전국을 다니며 거주해왔던 한백석(58)씨와 그의 아내 나혜경(58)씨는 은퇴후 제2의 삶을 옥천에서 시작했다. 남편 한씨는 대전 국방과학연구소로 새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나씨는 옥천에서 3년째 ‘옥천향수길 야생화’ 동호회에 참여하며 200여종이 넘는 야생화를 기르고 있다. 꽃꽂이 강사로도 활동해왔던 나씨는 앞으로 멸종위기의 야생화 기르기에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부부의 꽃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청남대 ‘제6회 야생화 봄나들이’ 행사에서 야생화 전시회에 참여한 나혜경씨와 ‘옥천향수길 야생화’ 동호회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나혜경(58)씨는 군인인 남편 한백석(58)씨와 함께 전국을 돌며 거주했다. 관사에서 거주하던 이들 부부는 그 곳에 있는 마당에서 나무와 잔디를 가꾸며 자연속의 삶에 재미를 느꼈다고 밝혔다. 항상 거주지를 변경해야했던 삶을 지냈던 이들 부부는 은퇴 이후엔 안정적인 귀촌 생활을 원했고 자연속에 있길 바랐다.

때문에 평소 풍수지리에 관심이 많은 남편 한씨는 배산임수를 고려하여 15년 전 옥천군 이원면에 토지를 구입했다.

토지구입 이후 꽃꽂이 강사로 활동했던 아내 나씨는 그곳에 야생화를 조금씩 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바로 귀촌생활을 시작하진 않았다. 성공적인 귀촌 정착을 위해 주말마다 찾아와 주민들에게도 인사를 하고 얼굴을 익혔다. 야생화를 기르며 귀촌에 대한 적응기간을 보낸 한씨가 은퇴한 2012년, 본격적으로 옥천군에 집을 짓고 터를 잡았다.

남편 한씨는 “귀촌을 하게된 계기는 특별한 동기보다, 서서히 자연을 가꾸는 삶에 매력을 느끼면서 결정했다. 당시 조치원에서 근무를 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인근 지역으로 귀촌하길 원했다”라며 “현재 은퇴 후 대전 국방과학연구소로 직장을 옮겨 출퇴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옥천향수길 야생화’ 동호회 회원들과 나혜경씨가 정지용 시인 생가 인근에 꽃길조성 활동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바람과 흙의 조화

야생화는 대부분 추위에 강해 겨울을 이겨내고 봄에 피는 꽃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강인한 특성 덕분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마당에서 피어나는 야생화를 볼 수 있다. 나씨는 3월말에 꽃이 피는 ‘깽깽이’와 ‘명자란’, 꽃보다 잎이 먼저 나오는 ‘은방울’이 가장 좋아하는 야생화라고 웃으며 말했다.

나씨는 각각의 꽃의 특징을 설명하며 야생화가 일반 꽂을 재배하는 것과 가장 다른 점은 ‘바람과 토양’이라고 강조했다.

나씨는 “야생화가 아닌 일반 꽃들은 햇볕만 있어도 잘 자라기때문에 아파트 베란다나 좁은 공간에서도 키울수 있다. 그러나 야생화는 바람과 야생화 특성에 맞는 흙이 필요하다”며 “같은 방법으로 야생화를 길러도 어떤 사람은 예쁘게 피는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는 흙의 차이”라고 야생화 기르는 노하우를 설명했다.

때문에 나씨는 야생화를 심기 전 야생화에게 맞는 토양에 대해서 틈틈이 공부를 한다. 야생화에 대한 자료를 수집한뒤 그에 맞는 흙을 구해온다.

나씨는 “햇볕이 잘드는 곳, 그늘진 곳, 습한 곳 등 야생화의 특성에 맞는 토지관리만 잘 해주면 대부분 잘 자란다”라며 “같은 마당이라도 조금씩 볕이 잘드는 곳과 아닌 곳 등 조금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맞춰서 심는다”라고 말했다.

멸종위기 1급 야생화 ‘복주머니란’.

▲야생화로 바쁜 나날

아내 나씨는 야생화를 기르며 지역 ‘옥천향수길 야생화’ 동호회에 가입해 3년째 활동 중이다. 총무를 맡고 있을 정도로 동호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이 동호회는 32명의 회원들이 매달 1회씩 정기모임을 갖고, 각자 본인들이 키우는 야생화 재배 노하우를 공유하며 꽃을 나누기도 한다. 나씨는 동호회 사람들과 친목모임도 수시로 하고 있다.

야생화를 기르는데서 그치지 않고 각종 행사에 참여해 야생화 전시회를 펼치기도 한다.

옥천지역에서 열리는 묘목축제나 지용제는 물론 청남대 야생화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를 참여하며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옥천의 관광명소인 육영소 생가에 심은 꽃들도 이 단체에서 심은 야생화다.

그밖에 나씨는 ‘토종식물 해설사’로도 활동한다.

야생화 외에 식물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에 대해 교육을 받고 시험에 통과한 뒤 옥천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토종식물 해설사의 역할은 옥천지역을 4구역으로 나눠 탐방을 진행하는 방식이며, 일반인들의 신청이 들어올때마다 진행된다. 현재 관내에 16명이 활동 중이다. 토종식물 해설사 모임에서는 매달 1회씩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환경미화 활동도 하고 있다.

나씨는 “꽃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보니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라며 “이젠 장미와 같은 화려한 꽃보다 수수한 야생화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씨는 “아직 야생화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이 있고, 알아도 좋아하진 않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흔한 들꽃처럼 보이는 야생화들도 자세히 보면 여느 화려한 꽃 못지않은 아름다움이 있다”라며 “하나 둘씩 심다보니 종류가 늘어나 현재는 200여종 이상의 야생화를 기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야생화 ‘무늬둥굴레’.

▲서로 ‘함께’

야생화 기르기에는 한쪽의 관심보다는 두 부부의 노력이 합춰진 결과다.

아내 나씨가 야생화에 대해서 자료를 모으고 꽃에 대해 공부를 하면 남편 한씨는 흙을 나르고 직접 파는 등 서로 야생화관리에 힘쓰고 있다.

부부가 서로 하는 역할은 다르지만 야생화를 아끼는 마음하나로 함께하는 것이다.

아내 나씨는 “외면적으로 본인이 많은 활동을 하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남편의 도움 없이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야생화 기르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응원해주기 때문에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야생화 ‘좀씀바귀’.

▲다양한 방식이 공존하는 귀촌

나씨는 도시에선 시도할 수 없었던 다양한 삶의 방식이 귀촌을 통해선 가능하다고 귀촌의 장점과 매력을 설명했다.

남편 한씨도 대전으로 출퇴근을 하지만 아내를 도와 함께 야생화 기르기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귀촌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도시민들에게 다양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했다.

특히 이들 부부가 많은 도움을 받았던 곳으로 농업기술센터를 언급했다. 옥천군농업기술센터는 귀농·귀촌인들을 위한 실질적인 교육과 군비 지원 홍보 등 적극적인 지원에 힘쓰고 있다.

나씨는 “귀촌에 대한 결정이 어렵다면 농업기술센터에 방문해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교육도 받아보길 바란다”라며 “전통식품, 천연염색 등 다양한 수업이 마련돼 있다”라고 말했다.

나씨는 “여기선 순수하게 본인이 원하는 일을 찾아서 수업을 들을 수있다. 이는 자연속에서 소박하고 욕심없이 즐길 수 있는 시골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야생화 ‘빙카’.

▲“멸종위기 야생화 보급 힘쓸 것”

나씨는 지난해에 심었던 ‘복주머니란’이라는 멸종위기 1급 야생화를 올해 초 꽃을 피우는데 성공했다. 이 야생화를 키우기 위해 1m정도 흙을 판뒤 깨끗한 부엽토(풀이나 낙엽 따위가 썩어서 된 흙)를 구해 토양을 교체해 심었다.

이 외에도 나씨는 수많은 멸종위기종의 야생화를 기르고 있다. 취미로 시작했던 야생화 기르기에서 야생화의 멸종위기를 막는데까지 기여하는 것이다.

나씨는 지금보다 더 전문적인 재배기술을 익혀서 많은 이들과 야생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를 희망했다.

나씨는 “야생화를 대량으로 보급하는것은 개인이 하기엔 아직 버겁다”라며 “야생화 재배 기술에 대해 꽃의 특성과 토질, 재배 시기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수치화 시켜야하는데 아직 그정도까진 미치지 못하고 보는 재미만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씨는 “멸종위기의 야생화가 많다. 조그만 노력이지만 멸종위기의 야생화를 심어 널리 알리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라며 “열심히 길러서 동호회 사람들은 물론 일반 주민들까지 야생화의 매력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유정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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