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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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 이흥주 수필가
  • 승인 2017.06.2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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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주 수필가

반려자(伴侶者)는 인생을 함께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요즘 흔히 쓰는 반려견은 놈 자자(者字)를 빼고 개견 자를 넣었으니 함께하는 개를 말함이다. 동물 중에 인간과 가장 친숙한 동물이 개다. 전엔 애완견이라 불렀는데 더 친숙하고 가깝게 느껴지는 반려견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정말로 개처럼 귀엽고 예쁜 동물은 없다. 나도 지금은 개를 안 키우지만 오래 전엔 우리 마당에도 애완견이 꼭 있었다.

옛날에는 개를 키우는 목적과 용도가 집을 지키는 파수꾼이나 식용으로 쓰기 위함이었다. 살기 힘든 때이니 애완견이란 개념은 좀 희박했다. 지금은 줄로 매달아 키우지만 옛날 내가 어렸을 때는 개를 매달아 키우는 집은 없었다. 그러니 동네에 나돌아 다니는 개가 엄청 많았다. 하루 종일 싸돌아다니다가도 때가 되면 각자 저희 집으로 잘 찾아 들었다. 그때 어른들 말씀이 개는 아무리 멀리 갖다 놓아도 제집으로 잘 찾아온다고 했다. 지금은 잔뜩 매달아 키워서 그런지 집 나가면 함흥차사다. 집에만 있었으니 지리에 눈이 어두워서 그런가, 아니면 대문이 꼭꼭 닫혀있어서 집 앞에까지 왔다가도 들어오지를 못해서 유기견이 되는 건가. 그리고 아파트서 키운 것은 어떤 이유로 집을 한번 나가면 더욱 집 찾아 들기가 난관이다. 다시 돌아올 길이 철저하게 차단된다.

전에는 가끔 멀리 팔려나간 개가 며칠 후에 옛 주인집으로 다시 찾아들어 사람들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이야기가 종종 나돌았다. 주인의 생명을 구했다는 이야기도 전설처럼 흐르고.

생명까지 구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사나운 개들이 주인을 물어서 어떻게 했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보통의 개들은 끝까지 주인에게 충성을 한다. 주인의 신분이 높거나 낮거나 그런 건 개의치 않는다. 돈이 많거나 적거나 그런 것도 아무 상관이 없다. 그저 나를 재워주고 먹여주니 고마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직하게 따르고 복종할 뿐이다. 그래도 주인은 적당한 때에 그걸 내 식용으로 하거나 보신탕용으로 팔아 치운다.

나도 한때는 개를 끔찍하게 예뻐했다. 만날 물고 빨고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가 병이 들어 가슴에 대못을 박고 떠나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그 못을 못 뽑아내고 개를 키우지 않는다. 나를 두고 떠난 그 개와 평생 너만 생각한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 식구들은 그 개가 떠나고 한동안 몸살을 앓았다.

개고기도 먹지 않는다. 한때는 내가 키운 개를 내가 먹었다. 먹이던 개를 팔고 나면 며칠을 앓아야 하는데 그걸 먹기까지 했으니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개고기를 먹지 않게 되었다. 내가 키우던 개를 다른 사람이 먹는 걸 보곤 충격을 받아 그 후론 보신탕 얘기만 나와도 소름이 돋는다. 그게 삼십 년은 된 것 같다. 어울려서 어쩔 수 없이 보신탕집엘 가면 난 삼계탕을 먹는다.

요즘 사나운 개가 사람을 공격했다는 얘기가 들리고 유기견 처리가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유기견이 산야를 돌아다니다 사람까지 공격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해야 한다. 사람을 공격한다면 이게 바로 늑대나 다름없다. 생김새도 비슷하고 영리하니 사람을 공격한다면 이것도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유기견은 왜 생기는지. 설마 일부러 버리진 않을 텐데 아이들마냥 어쩌다 집을 나와 미아가 될 것이다.

반려견을 키우건 애완견을 먹이건 그건 자유이다. 대신 옆집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진 않게 해야 한다. 그런데 애완견을 키우다 말썽이 되면 그런 사람들이 더 당당해 하진 않는지. 내 친지 한 사람도 옆집에서 개, 고양이를 무더기로 키우는 바람에 그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그 사람은 막무가내다. 담 하나 사인데 개, 고양이털이 날려 장독뚜껑을 못 열어 놓고, 냄새와 벌레로 정말 힘들어한다.

야생고양이한테 먹이를 주는 사람도 있다. 그것도 동물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일 게다. 우리 집 마당엔 잔디가 있고 남새밭이 있다. 고양이가 매일 잔디에 와서 똥을 누고 가는데 정말 스트레스다. 파리가 들끓고 손자들이 오면 잔디밭에서 뛰어노는데 이것 땜에 혈압 오른다. 더 혈압이 오르는 건 남새밭에다 배설을 하는 것이다. 이놈은 흙에다 똥을 누면 흙으로 덮는 습성이 있다. 상추를 뜯다 뭐가 물컹하고 손에 잡히면 고양이 배설물이다.

야생고양이에게 자비를 베풀건, 반려견을 키우건 그건 남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다. 다만 동물이 좋다고, 또는 동물에게 온정을 베풀고 선행을 한다는 생각에 갇혀 그로 인해서 피해를 보는 다른 사람 생각을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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