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장한 여름, 살 수 없는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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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한 여름, 살 수 없는 보약
  • 이영희 옥천군보건소 진료팀장
  • 승인 2017.07.27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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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매미가 울어대고 억수 같은 비에 짜증이 난다. 더러더러 산골에 사는 조카는 물 때문에 어려운 일은 없는지, 귀여운 어린 것들은 모기에 물리지는 않았는지… 시시콜콜 걱정 아닌 걱정 때문에 한층 더 짜증이 늘어나다.

언제부터인가 대청마루에 누워 부채질하면서 여름을 즐기던 그 시간 들은 조상들이나 즐겼을 법한 아주 먼 풍경이 되어버렸고, 지금 우리는 해가 갈수록 더워지는 여름을 사투하는 각오로 시간을 쪼개는 지루한 일상으로 보내고 있다. 낮의 피로를 풀어 줄 달콤한 밤잠도 오지 않는다. 선풍기를 얼굴에 갖다 대도 시원한 구석은 없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여름나기이다.

어떻게 하면 이 여름과 친해질 수 있을까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짧지 않은 시간을 이렇게 보내는 건 내 삶에 막대한 손해이다. 하나씩 짚어 봐야겠다.

먼저 짜증이 나는 마음을 돌려보자, 짜증이 나는 원인 같은 거 알아볼 필요 없다.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는 데는 조건이 없다. ‘긍정의 힘’은 너무 들어 식상 하기 조차하다. 듣기만 했지 해본 적은 없는 말이다. 지금 해보자. 비 때문에 끈적거리는 기분일 땐 라디오라도 틀어보자. 아니면 노래라도 불러보자. 청소 거리가 쌓였거든 일명 ‘배둘래햄’ 허릿살 빼는 기회로 삼고 말끔하게 정리해 보자. 옆에 있는 사람의 볼멘소리는 인정하고 들어주자.

둘째, 사람은 먹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 날 위해 예쁜 그릇을 사용해 보자. 나를 위해 따듯하고 성의 있는 음식을 만들어 보자. 세상은 나 때문에 돌아간다. 내가 없는 세상은 의미가 없다. 나를 잘 대접하고 존중해 주자. 더 좋은 일은 차 한잔이라도 함께 할 사람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셋째, 밖으로 나가보자. 빗속에서, 따가운 햇빛에서 우리 나름대로 세상을 만나보자. 세밀히 관찰해보자. 나와 함께 있는 모든 것은 의미 없다는 걸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전화도 해보자. 그간 소원했던 사람에게 안부를 물어보자. 고맙다는 말을 해보자. 세상이 정말 아름답고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할 수 있다.

넷째, 무엇을 잘하는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기억해보자. 애정을 갖고 여러 날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다시 읽어 보고 싶은 글이라도 기억하자. 시간을 두고 완성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하고자 했던 일이 있었다면 지금 시작해 보자. 짧은 시간 들이 모여 형태를 갖추게 되면 대견한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주고 싶은 사람도 떠오를 것이다.

끈적거리고 짜증 나는 여름에도 시원하게 웃고 기분 좋은 상대를 보면 괜스레 울화가 치민다. 뭔 좋은 일이 그에게 항상 있어 매번 저리 기분이 좋은 것인지 불만족한 내 생활이 더욱 실망스럽다. 그러나 세상은 공평하다. 어느 면에서도 풍족하거나 만족하지 못한 내 조건 못지않게 고민 없고 걱정 없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인정하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마지막 심기일전하여 운동으로 몸을 풀어보자. 달리는 동안, 몸을 움직이는 동안, 머리에 고였던 지루한 감성들이 혈류를 타고 배출될 것이다. 떨어지는 땀과 함께 농축되어 생각에서 떨어질 것이다. 운동은 몸을 활력으로 보상하고 자신감을 덤으로 준다. 세상의 주인이 ‘나’라는 것을 다시 알게 하도록 한다. 들판을 걸어보자. 햇살은 어김없이 행복 호르몬을 활성화 시킨다. 머리에서 신진대사로, 육체에서 정신으로….

건강한 여름나기에는 특별한 보약이 없다.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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