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들은 얼마나 쉽게 일그러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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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들은 얼마나 쉽게 일그러지는가
  • 도복희기자
  • 승인 2017.09.21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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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열정 등이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길”
외모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세상에 일침
100년 넘은 강청리 첫 집에 살며 작품 활동

[편집자주]

옥천군 이원면 강청리 마을의 첫 집, 김호성 화가가 사는 집이다. 100년도 더 된 이 농가에 작년 온 가족이 옮겨와 새로운 터전을 잡았다. 디귿자 형태의 건물은 각각 갤러리와 생활공간, 작업실로 분리 되어 있다. 김 작가는 그림을 그리고 그의 아내 혜경씨는 꽃을 가꾸고 그 꽃을 프랑스 자수로 옮겨 심는다. 사랑이 가득한 그의 작업실을 지난 토요일 다녀왔다.

하이퍼리얼리즘 김호성 화가

‘하이퍼리얼리즘’의 작가 김호성

 

그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완벽하게 재현해 낸다. 농가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그의 갤러리에 들어섰을 때 유리컵 안의 대형 딸기가 맨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밭에서 막 따 온 것처럼 싱싱했다. 꼭 실제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니었다. 사진을 확대해 놓은 것인가, 가까이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이었다. 그가 그린 과일들은 대부분 유리 그릇 안에 들어있다. 자세히 보면 그릇 안에서 일그러져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사물도 그릇이라는 외부적 자극에 쉽게 변형되는 것을 작가는 보여 준다.

갤러리

작가노트는 수많은 결론 중의 하나

 

김호성 작가는 “현대는 외형으로 모든 것을 평가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여 지는 것에 많은 투자를 하죠. 성형은 일상화 되었고요. 외모를 고치고 더 큰 차를 사들이는 것이 이 시대의 주요한 가치가 돼버렸습니다. 이러한 외모지상주의는 내면을 잃게 합니다. 저는 아름다운 것이라고 굳게 믿는 이 외적인 것들이 외부 자극에 의해 얼마나 쉽게 변형되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고 말했다.

보여지는 것에 치우쳐 정작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잃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사람의 성품, 타인에 대한 배려, 의지와 열정은 외부로 드러나지 않지만 인간이 인간다워질 수 있는 길이다. 김호성 작가는 ‘하이퍼리얼리즘’을 통해 이러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러나 그는 “작가의 세계는 그림에 대한 수많은 생각 중의 하나다”라고 말했다. 그림은 각자가 다른 시각으로 만나는 것으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Exterior 50P Oil on canvas 2015

행복해지는 그림

갤러리의 많은 작품 중에서 ‘일상-그녀 리네아’ 연작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편안함 때문이었을까? 린넨으로 만든 옷을 입고 정원에서 꽃을 가꾸며 하루하루를 만끽하는 삶은 여자라면 누구나 동경하리라. 미국 삽화가 타샤 튜더(1915~2008)가 수 천평의 정원을 손수 가꾸며 느꼈던 자연과의 동화를 작가의 캔버스에서 발견하고 놀라고 반가웠다.

김 작가는 “한국의 튜더가 살고 있는 충주 인근 전원을 직접 찾아 가서 사진으로 찍고 그것을 재구현한 작품입니다. 내가 그림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무엇보다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이 작품들은 행복해질 수 있는 주제를 사용한 것이지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작가의 그림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편안함과 행복을 느끼게 만든다.

일상-그녀 리네아 30P Oil on canvas 2014

그가 몰입할 수 있는 시간

 

김호성 작가는 중학시절부터 그림에 관심을 가졌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미술부 활동을 꾸준히 했다. “당시 미술부 학생들은 대부분 화실에 다니면서 그림을 배웠어요. 저만 다니지 못했죠. 화가의 길을 가는 것에 부모님 반대가 심했어요. 가난을 염려했기 때문일 겁니다. 부모님은 제가 조금 하다가 그만둘 거라고 생각하셨을 거예요. 근데 전 그림 그리는 일이 좋았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동안에는 모든 것을 잊고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캔버스 앞에 앉아 있으면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르게 흘러가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일상- 그녀 리네아 10F Oil on canvas 2016

작품활동은 화가의 호흡이다

 

김 작가는 올 후반기 한국구상대제전에 출품할 100호 대작을 비롯해 다수의 딸기 작업에 몰두 하고 있다. 그는 셀로아트갤러리 등에서 15회 개인전을 했다. 전국무등미술대전·전국도솔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SOAF, 화랑미술제, 부산화랑국제아트페어, 대전국제아트쇼, Asia Contemporary Art Show(홍콩) 등 국내·외 다수 아트페어에 출품했다. 2006년 첫 개인전에서 풍경화와 정물화가 주제가 된 ‘시가 흐르는 그림이야기’전, 2007년 평면구성처럼 단순화시킨 정물화, 외모지향적인 사회문제를 담은 극사실화 ‘투영시리즈’를 발표했다. 2010년 창문을 통해 유토피아적 공간을 바라보는 ‘사색의 정원’, 사과를 감싸고 있는 손으로 메시지를 담은 ‘사과’, 그리고 인간의 범죄는 입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내용을 담은 ‘사과람’ 연작을 발표했다. 2011년엔 원죄에 관한 내용을 다룬 ‘두 번째 선악과’를, 2012년엔 페미니즘 분위기가 물씬한 ‘공주의 눈물’을 발표했다. 2014년 딸기를 주제로 한 ‘Exterior'를 발표해 콜렉터들에게 주목받았고, 여인의 행복을 담은 ’일상-그녀 리네아‘ 연작을 병행작업 하면서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초 대한민국창조문화예술 대상을 받았다.

 

강청리, 아름다운 풍경은 선물

 

작가는 옥천에 이주하면서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곳으로 올 때는 아무 이유가 없었어요. 오래전부터 아내가 꽃을 가꾸며 살고 싶어 했는데 마침 적당한 농가주택이 있어서 오게 된 것이죠. 이곳에 와서 꿈꾸던 90%가 들어맞고 있어요. 강청리는 외지인에 대해 관대해요. 마을 주민과의 융화가 잘 돼서 무엇보다 기뻐요. 아이들 학교도 멀지 않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풍경과 맑은 공기가 작업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그는 강청리의 아름다운 풍경은 선물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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