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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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 원리
  • 김현희(시인, 역학자)
  • 승인 2017.09.2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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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시인, 역학자)

고통이 욕심에서 생긴다는 말이 있다. 욕심 부리지 않으면 고통과 근심이 적다고 한다. 그러나 욕심은 ‘나’ 혼자 마음으로 생기는 게 아니다. 욕심은 옆 사람, 혹은 나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기준일 때 생기는 상대적 정서이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어서 바로 옆 사람과 비교하기에 자기 깜냥의 욕망과 욕심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자부심과 자만심이 나타나기도 하고 반대로 고통과 자괴감이 나타나기도 한다. ‘나도 저만큼 하고 싶다, 나도 저만큼 있고 싶다, 나도 저만큼 인정받고 싶다.’ 등에서 욕심이 생긴다. 이런 심리가 인간의 사회적 모습 중의 하나이다.

명리학의 원리도 상대성이다. 절대성이 없다. 천간 10글자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와 지지 12글자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가 짝이 되어 60개의 기둥을 만든다. 그래서 60갑자라고 한다. 이 60갑자가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상대적으로 의미가 변하고 바뀌며 각각이 다른 의미를 지니면서 순환한다.

60갑자는 바로 옆 글자에 의해 해석이 달라진다. 옆에 어떤 글자가 오느냐에 따라 8자의 의미가 달라지고 운명도 다르게 읽힌다. 8자의 구성에 따라 그 의미가 변화하고 변질하는 모습이 인간의 사회적 모습과 닮아 있다. ‘나’의 위치에 따라 부모역할인지, 상사역할인지, 부하역할인지, 친구역할인지 등등이 차이 나는 것처럼, 8자도 글자의 그 구성 위치에 따라 풀이가 달라진다. 그래서 역(易)이라고 한다.

易의 의미는 ‘바꾸다, 고치다, 교환하다, 새로워지다’의 의미이다. 명리학을 역학이라고 하는 이유는 계절이 바뀌면서 새로워지기 때문이다. 계절의 순환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더 큰 우주의 흐름이다. 시간의 흐름이 생로병사를 가져오듯이 팔자 변화의 주체도 계절의 순환이다. ‘나’의 운명이 옆이나 앞뒤에 어떤 계절이 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내가 가을에 ‘나무’(甲이나 乙)로 태어났을 경우 내 옆 글자에 쇠(金)가 오는지 흙(土)이 오는지에 따라 가을나무의 모습이 달라진다. 쇠가 올 때는 나무가 쇠에 의해 극을 당해 살기 고단할 것이고, 흙이 올 때는 나무가 흙에 뿌리를 내릴 수 있어서 살기가 편안할 것이다. 이처럼 사주 8글자는 ‘나’를 지칭하는 글자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7글자가 어떤 속성인지에 따라 상대적 역할이 달라진다.

또 다른 예로 내가 겨울의 불(火)로 태어났는데, 내 주변에 물(水)이나 쇠(金)가 있다고 해보자. 겨울 불은 물에 의해 꺼져 버리기에 사는 게 스트레스일 것이고, 쇠는 불에 녹기 때문에 불로 열심히 쇠를 녹이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명리학은 내가 어느 한 기운으로 태어났다 하더라도 나머지 7자의 위치나 의미에 따라 ‘내’가 바뀌거나 상대방을 바꾸거나 하면서 살기 때문에 상대성 원리가 적용된다.

계절은 왕상휴수사(旺相休囚死)로 순환하며 상대적으로 변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환원리이다. 봄은 새로 나서 왕성하고, 여름은 서로 도우며 한껏 자라고, 가을은 밖으로는 쇠해지며 안으로는 성숙해지고, 겨울은 안팎이 숨죽이는 계절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왕성함은 봄(旺), 한껏 자라서 서로 바라봐주는 모습은 여름(相), 잠시 쉬는 환절기는 휴(休), 거두어 가두는 수는 가을(囚), 숨죽이며 사는 겨울은 사(死)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각각 상대적 차이를 가지고 있듯이 ‘내’가 어느 계절에 태어났는지에 따라 운명이 상대적으로 읽히므로 자연이 변하듯이 주어진 팔자에 새롭게 변화로 적응하는 지혜가 명리학의 올바른 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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