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논에 살며, 흙을 보고 농민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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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논에 살며, 흙을 보고 농민만을 생각한다
  • 박현진기자
  • 승인 2017.09.28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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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상 옥천군 쌀전업농연합회 회장>
정치인은 유권자의 대변인…나의 대변이 진실한가를 고뇌해야
민선 6기 옥천군, 더 ‘뉴딜’스럽게 일자리 창출하길 바라
정계 떠났지만, 사회활동 통해 여전히 농민

<파워인터뷰>

내년 지방선거 때문인지 벌써부터 지역 정가가 들썩인다. 주민들도 어떤 사람이 우리 지역을 잘 이끌지 관심이 많다. 문득 황진상(62·동이면 적하리) 옥천군 쌀전업농연합회장이 생각난다. 그는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 경력이라곤 정작 군의원 3년 지낸 게 전부다. 그 자신도 늘 ‘농사꾼’임을 자칭한다. 그런데도 그가 생각난 것은 왜일까? 아마 사람들이 그를 ‘원로 정치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황 회장을 만나 고향 옥천에 대한 소회와 민선 6기에 바라는 점 등을 들어 본다. <편집자 주>

수확을 앞두고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는 벼 이삭에 병충해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있다.

▲ ‘농사꾼 없는 의회’에 농사꾼으로 뛰어들다

황 회장이 정치인이 된 계기는 지극히 단순하다. 군의회 의원 중에 농사꾼이 없어서다. “옥천이 농촌지역인데 의회 내에 농사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게 의아했다”며 “농민을 대변하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뛰어들었다”고 했다.

그가 1999년 민선2기 군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됐을 당시에는 의회 내에 ‘소위원회’도 없었다. 무작정 농업 관련 부서를 찾아다니며 실제 농사를 지으면서 겪었던 애로사항을 알리고 지원을 요구했다.

“날이면 날마다 이것 해달라, 저것 해달라 요구만 해서 군 직원들이 나를 보면 피해 다녔다”며 너털웃음을 웃는 황 회장. “그 덕분에 농민들이 혜택받은 사안도 많았다”고 회상한다.

열정 하나만으로 뛰어든 군의원 생활 3년을 청산하고 다시는 정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지만, 그는 여전히 ‘쌀’을 생산하고 ‘흙’을 바라보며 ‘농민’을 위한 정책에 골몰하고 있다.

 

▲ 고효율 스마트 농업 위해 ‘드론’ 건의

지난 8월, 옥천군은 ‘드론’을 활용한 병해충 방제시연회를 가진 바 있다. 충북도는 대당 2000~3000만원 하는 드론을 신청 지역에 한해 1대씩 지원하고 있는데 옥천군도 지원에 나서 이번 시연회가 마련됐다.

이날 옥천에 지원된 드론을 직접 조작 시연한 사람이 황 회장이고, 몇달 전 청주에서 열린 쌀전업농충북도연합회 회의에 참석해 이시종 지사에게 ‘농업용 드론 도입’을 건의한 사람도 바로 황 회장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을 위한 대안에 골몰해 왔던 황 회장의 건의가 결실을 본 셈이다.

그는 오늘도 모형 드론을 들어 올리며 연습에 한창이다. 드론 조작에 익숙해져야 내년에 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 사재 들여 고향 ‘동이면 역사’를 쓰다

2016년 황 회장은 사재 3000만원을 들여 고향인 동이면의 역사를 담은 ‘동이면지’를 발간했다. 3년여에 걸쳐 22개 마을을 이 잡듯이 훑고 다니며 나이 든 어른들의 구증을 거쳐 서낭당이며, 강변에 즐비하던 물레방아, 배가 드나들던 나루터, 정겨운 여울과 고개 이름 등을 꼼꼼히 기록했다. 마을 지도를 만들고, 외지로 이사 간 주민의 이름과 이주 시기, 현재 사는 곳까지 정리했다. 옥천군지(郡紙)에서 지역의 유래와 역사, 문화 등을 확인해 알기 쉽게 정리했고, 선거관리위원회와 학교 등에서 역대 선거 결과와 졸업생 명부까지 입수해 책에 담았다.

군의원을 그만두고 곧바로 생업에 복귀한 전업 농부가 농사에도 시간이 부족할 텐데 면지(面紙) 제작에 나선 것은 노인들이 하나둘 세상을 등지면서 인적이 사라지는 마을이 늘어나는 게 안타까워서였다.

3년여 발품을 팔아 직접 만든 ‘동이면지’를 들고 활짝 웃는 황 회장.

▲ “내 고향 옥천이 잘 살아야”

그는 2005년부터 12년째 옥천군쌀전업농연합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자리를 놓도록 주변이 허락지 않아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 그는 “빨리 젊은 후배가 나와 더 많은 일을 해주길 바란다”면서 “연합회 운영에 있어서도 밥이나 먹고 노는 ‘회장 짓’은 안한다”고 당차게 말한다.

황 회장은 1991년부터 친구와 함께 위탁영농법인을 세우고 농업 대행 8만평, 자경 6만평의 논농사를 짓고 있다. 이 중 대행 농지의 주인은 7~80대 고령 노인들이어서 농사를 지은 뒤 집 창고에까지 실어다 줘야 한다. 농지도 지반이 약해 꺼지고 물이 많은 ‘나쁜 땅’이 대부분이라 농사짓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도 30년이 다 되도록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내가 안하면 남도 안해, 내가 안하면 그 ‘나쁜 땅’마저도 아예 ‘못쓰는 땅’이 돼 버리기 때문”이란다. 더구나 “설립 초반 어렵던 시절에 나를 먹고살게 해줬는데, 그분들 나이 들어 몸 가누기 힘드니 이제는 내가 먹고살게 해드려야 하지 않겠는가”고 반문한다.

그는 늘 벼 수매상황을 분석하고 쌀 농가에 돌아갈 혜택을 점검한다.

 

▲ 민선 6기 옥천군에 바란다

민선6기 옥천군에 대한 바람도 피력했다.

황 회장은 대공황을 헤쳐나간 미국의 ‘뉴딜정책’을 거론하며 “더 ‘뉴딜’스럽게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그것이 인구 증가와 옥천 재생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옥천군의 가장 큰 문제는 ‘대청댐’이라고 했다. 세종시와 청주시 확장에 따라 대청댐 상수원이 부족할 수도 있는데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군 면적 84%가 수질보전지역으로 개발이 제한되는 등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며 "현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잠이 안 온다”고도 했다.

공공시설 및 대형아파트가 외곽에 들어서면서 옥천읍의 공동화 현상도 걱정스럽다는 황 회장은 “선심성·전시성 사업을 지양하고 ‘오로지’ 군민만을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정치인은 국민의 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이다. 국민의 뜻을 호도해서도 안 되고 국민의 뜻에 반해 자신의 이권을 챙겨서도 안 된다. 황 회장은 “좋은 정치인이 되려면 거짓말을 일삼기보다 군민에 대한 나의 대변이 옳은가, 진실한가를 늘 고민해야 한다”고 일갈한다.

정치인으로 보낸 시간은 3년여 밖엔 안되지만, 그를 ‘원로 정치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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