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위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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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희 시인 역학자
  • 승인 2017.10.1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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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시인 역학자

살면서 상처 입지 않은 사람이 없다.

상처 입었을 때 ‘내 팔자는 왜 이러나?’, ‘내 팔자에 고생 수가 있나?’ 할 것이다. 이런 부정적 감정에 대한 위로와 해석을 받고 싶은 게 사람이다.

내 불행을 나름대로 합리화 하고 싶은 게 인간이다. 이럴 경우 명리학이 소박한 답이 될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 잘 보호받고 남들 연애할 때 연애하고, 때 되면 결혼해서 가족을 이루고, 중년 쯤 사회적 지위에 오르고 건강하게 잘 늙는다면 그런 사람은 ‘내 팔자’를 궁금해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힘들 때 ‘내 팔자’를 찾는다. ‘내 팔자’에 이별 수가 있는지, 가난 수가 있는지, 뭘 해도 안 되는 운인지 등을 궁금해 한다.

명리학은 이러한 궁금증을 해석하는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내 팔자가 그런가 봐” 하는 말은 현재의 힘든 상태를 ‘나 밖의 무엇’으로, 즉 ‘운명’ 같은 초자연적인 명분으로 이해받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현재의 부정적인 상황을 이겨보려는 자아의 노력에 명리학이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8자’ 해석은 소박한 자기 위안이 된다.

그래서 사주풀이는 무조건 좋은 방향으로 읽어야 한다. 내 사주에 부모운, 자식운, 배우자운, 직업운, 돈운이 없다 해도 내가 노력하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희망의 운명학으로 읽어야 한다. 내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명리학이 필요한 것이지 ‘내 팔자’의 운 나쁨을 인정하기 위해 명리학이 필요한 게 아니다.

그리고 사주팔자로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도 없다. 만약 그런 학문이라면 명리학이 현대의 과학기술보다 훨씬 더 발전했을 것이다. 명리학은 내 성향과 기질이 어떤지 내가 어느 직업에 적성이 맞는지를 알게 하고 오늘의 힘듦을 위로 받기 위한 상담학으로 쓰일 뿐이다.

팔자 풀이에는 인간이 살면서 필요한 다섯 가지 복이 있다. 건강복, 식복, 돈복, 직업복, 공부복이 있다. 건강복에 자기 주체성과 경쟁력과 자신감이 속하고, 식복에 재능과 전문적 기술과 활동력이 속하고, 돈복에 아내복과 아버지복과 성실성과 통제성이 속하며, 직업복에 남편복과 희생심과 참을성이 속하고, 공부복에 어머니복과 인복과 포용력이 속한다.

이것들은 사람이 살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생활 수단들이다. 이런 것들 중 두 개 이상이 모든 이들의 사주에 기본적으로 들어 있기에, 사람이 자기 앞에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것들 중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사람은 자기 의지나 노력에 따라 자기 운명을 좋은 쪽으로 바꿀 수 있다. 이것이 명리학이 말하는 역(易)이다. 즉 ‘변하고 바뀐다’가 운명의 핵심이 된다. 내 삶을 주도적으로 바꿔 나가는 의지가 명리학에서 핵심이기에 팔자는 결정론이 아니라 자유의지론에 가깝다.

내 팔자를 알고 내 팔자를 내가 능동적으로 이용하면 된다. 나쁜 운이 들어온다면 겸손하고 조심하면 되고, 좋은 운이 들어온다면 지금보다 더 노력하면서 좋은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명리학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사회에서 필요했기에 살아남은 상담학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힘듦을 타인에게 위로받고 싶고, 자신의 성격을 사회적 공간에서 타인에게 이해받고 싶어 한다. 이것은 사람이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명리학은 개인의 운명을 사회와 연결시켜 해석해주기에 어떤 선택의 기로에서 용기가 필요할 때 작은 호기심으로 사주를 보아도 손해 볼 게 없다.

개인은 미래에 대한 지배력이 없기에 그저 순응하면서 현재의 불안과 의심을 버티는 것보다 내 팔자를 보고 지금의 불행이 지나갈 것이라는 위안을 얻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럴 경우 명리학은 작은 인문학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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