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런 사람이예요” 싱글벙글 경비원 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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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런 사람이예요” 싱글벙글 경비원 오씨
  • 박금자기자
  • 승인 2017.10.12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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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 아이 “아저씨 계셔서 꽃도 잘 자라” 극진한 감사 편지
“평소 웃음 많고 상냥하더니 배려심까지... 일할 맛 절로 나요”
편지를 들고 있는 오한홍씨와 환하게 웃고 있는 이연진양.

“항상 늦게까지 우리 아파트를 지켜주시고 나쁜 사람들을 못 들어오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아파트 경비원의 ‘갑질’ 논란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하늘빛 아파트 경비실에는 각박한 사회를 녹이는 ‘천사의 편지’ 한통이 도착했다.

이 편지의 주인공은 101동 경비원 오한홍(63)씨.

편지 내용은 “아저씨가 계셔서 놀이터의 꽃이 잘 자라고 주변이 깨끗해 졌어요. 나쁜 사람들은 나가라고 해서 좋아요. 아저씨를 위해 앞으로 쓰레기도 줄이고 분리수거도 잘 할게요….”라는 내용이었다.

오 씨는 이 편지를 받고 기분이 너무 좋아져 ‘이런게 사는거구나!’ 라며 무릎을 탁 쳤다. 경비원이란 직업이 항상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근무를 하 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고맙다’라는 편지는 받아보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오 씨에게 ‘천사의 편지’를 작성한 주인공은 며칠 전 아파트로 이사 온 이연진(삼양초 2년)양.

오 씨는 “이연진양이 항상 인사성이 밝아 경비원들 사이에서도 칭찬이 자자했다. 그런 예의바란 아이가 편지를 직접 써주다니 경비원생활을 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 이었다”고 말했다.

이 양은 “학교에서 고마운 분께 감사의 편지를 쓰라는 숙제에 경비원 아저씨를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양의 부모인 이영아(대전 삼성 어린이집 교사)씨는 “저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감사편지를 써오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데, 연진이는 경비원아저씨를 생각했다고 하면서 편지를 쓰고 있는 모습에 조금 당황 했지만 좋은 의미인 것 같아서 잘 전달해 드렸다”고 말했다.

오 씨는 “가끔 언론을 보면 사회적 약자에게 ‘갑질’을 하는 행동으로 경비원들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천사 같은 마음을 가진 학생이 있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아직도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양은 “자전거 타는 것으로 좋아해 동생과 함께 아파트 단지에서 놀다보면 항상 아저씨가 꽃밭을 가꾸고 계시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계시는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분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하늘빛 아파트에는 총 10여명의 경비원이 2교대로 근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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