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변하면 된다
상태바
‘내’가 변하면 된다
  • 김현희 시인·역학자
  • 승인 2017.10.26 1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희 시인·역학자

명리학은 ‘모든 것이 변한다’가 전제이다. 어떤 운명이 죽을 때까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과 조건에 따라 변하고 새로워진다. 사람은 매 순간 어제와 다른 오늘을 받아들이고 내일을 살고 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명(命)과 후천적으로 만나는 운(運)이 변화를 일으키면서 ‘내’가 현재 상황에 따라 조절하거나 적응하고 있다.

어제의 분노가 오늘은 배려로 바뀔 수 있고, 어제의 기쁨이 오늘은 우울로 변할 수 있다. 상황이 다르면 반응도 달라지기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러기에 사람은 매 순간 지금 여기에 적응하는 ‘나’를 만들어야 한다. 고정적인 ‘나’만 고집하면 상황은 변하지 않고 ‘내’가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차라리 변화하는 방향으로 ‘나’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모습이 낫다. ‘나’라는 개체는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수동적으로 조절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명리학은 내면의 ‘나’보다는 사회적 상황이 ‘나’를 움직인다는 원리이다. 명리학에서 ‘나’는 주변 7글자의 조건에 따라 변한다. 8자가 다 ‘내’ 글자가 아니라 8자 중 하나의 천간만 ‘내’ 것이고 나머지 7글자의 오행은 ‘내’가 처한 바깥의 상황이다. ‘나’는 나머지 일곱 자와, 그리고 대운, 세운, 월운, 일진에서 들어오는 글자들과 상대적으로 엮이면서 ‘나’라는 한 글자의 삶을 산다.

동양철학에서 오행은 목화토금수이다. 이 다섯 가지 자연 중의 하나가 ‘나’이고, 명리학 용어로 일간이라고 한다. 일간은 ‘내’가 태어난 날의 천간이다. 천간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10개이고 이 중 하나로 ‘내’가 태어난다. 갑(甲)은 나무, 을(乙)은 꽃, 병(丙)은 태양, 정(丁)은 촛불, 무(戊)는 산, 기(己)는 논밭, 경(庚)은 쇳덩어리, 신(辛)은 보석, 임(壬)은 바다, 계(癸)는 시냇물이다. 이 중 갑병무경임은 양 기운이고, 을정기신계는 음 기운이다.

예를 들어 나무로 태어났을 경우 나무는 흙도, 태양도, 물도 필요하기에 팔자 구성에서 이 요소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으면 중화가 된다. 그런데 팔자 구성에서 나무만 있으면 ‘내’ 편이 많기에 사회생활에서 ‘나’를 고집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럴 경우 나무를 잘라 줄 쇠가 있거나, 불이 있어서 나무를 태워 주면 사주가 중화된다. 혹은 나무 주변에 불만 많으면 나무는 불에 의해 타버리기에 나무가 살아가기 힘들게 된다. 이럴 경우 불을 꺼 줄 물이 있어서 나무를 살릴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사주는 어떻게든 살아갈 방법이 있다.

사주를 보면 치우친 사주가 대부분이다. 치우친 사주는 살면서 고생을 하겠지만 대운이나 세운에서 중화시키는 글자들이 들어오면 살아진다. 지금 사람들이 열심히 살고 있고, 또 살아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만 보아도 치우친 사주라 해서 나쁜 사주는 아니다. 중화된 사주가 못 하는 일을 치우친 사주가 어떤 일을 훌륭하게 성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양철학에서는 중화나 중용을 최고선으로 보기에 음양오행이 중화된 8자를 좋게 본다. 중화된 사주는 상황에 적응하기 쉽고 공동체 속에서 조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사주가 어느 한 기운으로 치우쳤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내’가 변해서 사주의 기운을 중화시키면 된다. 산다는 것은 내가 주변 상황에 맞추어 중화의 기운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사람들이 어떤 사주를 타고 났어도 다 살아 있는 것이고, 이러한 의미 해석이 명리학의 재미라 볼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