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엔 차갑고 무뚝뚝해도… 알고 보면 나도 재밌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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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엔 차갑고 무뚝뚝해도… 알고 보면 나도 재밌는 사람”
  • 박현진기자
  • 승인 2017.10.26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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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학력에 ‘성실’ 하나로 지점장 승진
모든 일의 성공 여부 ‘인간관계’에 달려
마음 열면 은행서도 혜택 받을 것 많아
멀어진 자식들… 그래도 나를 롤모델로

KB국민은행 옥천지점은 열악한 기반에도 불구하고 12개의 은행이 난립해 있는 옥천읍 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정우현 지점장을 찾아 경영 비결, 주민들에게 권하고 싶은 재테크 방법 등을 물었다. 그의 대답은 아주 간결했다. “모든 행정, 또는 경영의 성공은 ‘성실한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별 것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소박하면서도 당찬 그의 경영 소신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KB국민은행 옥천지점 정우현 지점장

조금은 경직된 듯한 표정에 까만 뿔테 안경, 꽉 다문 입술, 까무잡잡한 피부는 선뜻 다가서기에 ‘어려운’ 사람인 듯하다. 그리 큰 키는 아니지만 다부진 체격. 흰 와이셔츠에 감색 넥타이, 그리고 안경 너머의 예리한 눈빛은 ‘빈틈없는’ 완벽주의자 같다. 한마디로, 유머하고는 거리가 먼 ‘재미없는’ 사람, 똑 부러지는 성격에 단답형 스타일일 것이 틀림없다.

KB국민은행 옥천지점 정우현(50·사진) 지점장의 첫인상이다.

“오늘 인터뷰 정말 힘들겠구나” 지레 겁먹은 기자에게 정 지점장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포트에 물을 끓이고 차 한잔을 내온다.

“전 할 말도 별로 없고 그냥 간단하게 써주세요”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럽게 웃는 순간, 선입견으로 다져놓은 편견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선한 눈동자에 수줍은 미소가 흡사 ‘순둥이’ 시골 청년같이 싱그러워 절로 웃음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정 지점장.

△ “대졸보다 호봉 높고 승진도 쉬웠다”

정 지점장은 대전한밭상고를 졸업하고 89년 대전 도마동 국민은행에 입사해 은행원으로서의 첫발을 디뎠다. 이후 28년 만에 올 1월 옥천지점 지점장으로 승진발령이 난 정 지점장은 “고졸 학력은 전혀 장애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대졸행원보다 근무경력이 많아 호봉도 높고, 학력보다는 업무능력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시스템이어서 승진도 어렵지 않았다는 얘기다. “죽어라 일만 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만큼 성실했다”는 그는 한눈팔지 않고 할 일을 다해온 일선 행원 시절의 경험이 지점장이 된 지금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하루의 대부분 외근에 쏟아부어

KB국민은행 옥천지부는 기반여건이 열악한 옥천읍에서 다른 11개의 은행과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는 “100+100이 돼야 유지하는 것이고 그냥 100에 머물러선 도태되는 게 은행 생리”라고 말했다.

고객 회전이 느린데다 청년인구는 줄고 노인인구는 많아지는 옥천지역의 특성상 실적을 늘려 자산을 축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KB국민은행도 ‘고여있는 물’에서 유지조차 어렵던 시절이 있었지만 2~3년 전부터 실적이 점점 늘어 지금은 자립도가 상위권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영 비결에 대해 “모든 일의 성공 여부는 성실한 인간관계에 달려 있다”는 그는 “먼저 베풀면 다가오게 돼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밥 한 끼를 먹어도 꼭 거래 식당을 찾고 지점장실에 앉아있기보다는 밖으로 나가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 인사를 나눈다. 고객의 애로사항을 파악해 대책을 이끌어주고 새로운 고객을 만들기 위해 하루의 대부분을 외근에 쏟아붓는 것. 정 지점장은 “옥천에서 일한 지 1년도 채 안되지만 내 고향, 내 부모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9년, 그의 입행년도와 같은 시기에 개점한 KB국민은행 옥천지점에는 2대, 3대째를 잇는 오래된 고객이 유난히 많다.

정 지점장은 근무가 없는 주말이면 동료들과 등산을 하며 체력을 단련하고 친목을 도모한다.

△ 농촌지역 어르신들의 안주 안타깝기도, 혜택 잊지 않고 챙겼으면

요즘은 예금이율이 워낙 낮아 펀드나 신탁을 통한 재테크를 많이 하고 있다. 정 지점장도 자금의 여유가 있는 고객들에게 득이 될 수 있는 재테크 방법을 권해 봤지만 대개는 거부한단다. 원금 손해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하물며 이자 한푼이라도 더 챙길 수 있는 정기예금이나 적금으로의 전환도 마다한다고 한다.

정 지점장은 “은행에 대한 믿음이 없고 보수적인 습관 때문”이라고 말한다. 편리한 자동이체를 마다하고 꼭 고지서 들고 은행에 와서 납부하는가 하면, VIP 고객에게 개별 상담실 이용을 주선해도 반드시 창구여직원과의 직거래만을 고집한단다.

“마음을 열면 혜택을 받을 부분이 많다”는 그는 “고객맞춤형서비스를 위한 문은 언제든 열려 있으니 꼭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KB국민은행에서는 무역업체 수출입고객의 거래 편의를 위해 무서류 무역송금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고객에게는 KB국민은행 전용 앱과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환전하는 경우 최대 80~90%의 우대환율을 적용한다.

또 지역의 소상공인들이 대출을 원할 경우 충북신용보증재단 남부지점과 협력해 대출보증은 물론 이자 감면의 혜택도 주고 있다.

직원들과 봉사활동을 펼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정 지점장(맨 오른쪽)

△ 은행 경영은 100점, 자식 경영은 50점도 안돼

정 지점장은 은행 업무시간 외에는 주로 등산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체력을 키우고 직원들과의 친분도 쌓고 있다.

직원들에게 ‘상사 같지 않은 상사, 친구 같은 상사’이길 바라는 그는 직원들이 언제든 자신을 볼 수 있도록, 자신에게 무엇이든 건의할 수 있도록 지점장실 출입문을 항상 열어놓는다. 회의는 가급적 짧게 하고 비록 숫자를 헤아리는 딱딱한 회의일지라도 간단한 유머로 직원들 웃음소리가 나게 한다는 게 철칙이란다.

얼핏, 정 지점장의 표정이 굳어지는 듯하더니 잘 안되는 것도 있단다. 동갑내기인 부인 윤기경(50) 씨와는 사내 연애로 결혼해 아들 딸 하나씩을 뒀다고 한다. “맡은 바 책임을 다하겠다는 신념 아래 충실한 은행원으로 살아왔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아이들과 멀어져 있는 나를 발견했다”는 그는 “이래선 안되겠다고 다가서려니 어느덧 대학생이 된 아이들이 나를 멀리 하더라”며 착잡한 표정을 짓는다.

정 지점장은 “아이들이 별 허물없이 잘 자란 것은 순전히 아내 덕분”이라며 “은행 경영은 100점인데 자식 경영은 50점도 안되는 것 같다”고 자책한다. 그런 그를 격려하는 사람 또한 그의 부인이다. “아빠가 롤모델이라는 아들의 일기를 봤다”며 “다 큰 아이들은 이미 아빠의 성실함을 인정하고 배우고 있다”고.

투박하면서도 진득한 그의 성실함이 모두에게 통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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