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갔다 이제 왔니? 전설의 두껍바위 ‘30년만의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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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갔다 이제 왔니? 전설의 두껍바위 ‘30년만의 귀가’
  • 박현진기자
  • 승인 2017.11.02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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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애절한 사연 간직…금암리 지암리 수호석 역할
87년 경지정리때 사라졌다 올해 군도 공사장에서 발견
87년 경지정리 때 사라졌다가 지난주 금암리 군도확포장공사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두껍바위. 30년 동안 땅속에 묻혀있어 형상은 희미해졌으나 엎드려있는 두꺼비를 연상케 한다.

지양리 현동에 사는 한 처녀와 금암리의 한 총각은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다. 두 남녀가 늘 만나는 장소에는 큰 정자나무가 한 그루 서 있고, 둘은 밤이 이슥하도록 그 나무 아래서 밀회를 즐기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큰비가 내렸다. 냇물이 불고 사방에 개구리와 맹꽁이 울음소리가 요란했다. 그날도 둘은 만나기로 약속했었다. 둘은 비가 멎자 집을 나섰다. 총각은 약속시간에 당도했으나 처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시각 처녀는 폭우로 갑자기 불어난 내(川) 앞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도저히 건널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망설임도 잠시, 사랑하는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무리하게 내를 건너기 시작했고... 중간쯤 건너다 급류에 휘말려 떠내려가고 말았다.

그리움 반, 걱정 반으로 처녀를 기다리던 총각 앞에 갑자기 커다란 두꺼비 한 마리가 나타났다. 두꺼비는 어슬렁어슬렁 둑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조바심으로 심사가 뒤틀려있던 총각은 한없이 태평스런 두꺼비가 얄미웠다. 정자나무 가지를 꺾어 사정없이 내리쳤다. 두꺼비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그 후로도 오랜 시간을 기다리던 총각은 마침내 지쳐 쓰러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 총각의 시신은 점점 두꺼비 모양으로 변하더니 그대로 굳어져 바위가 되었다.

 

‘두껍바위’에 얽힌 전설이다. 금암리, 지양리에 전해져오는 이 전설의 바위가 홀연히 사라진지 30년 만에 다시 나타나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두껍바위 전설은 옥천군쌀전업농연합회 황진상(62·동이면 적하리·前 옥천군의회의원) 회장이 지난해 제작한 동이면지(東二面誌)에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황 회장에 따르면 두껍바위는 정자나무는 사라진 채 1987년 까지도 지암리 793번지의 논 안에 있었다. 금암리, 지양리 양쪽 마을 주민들은 “길조 동물인 두꺼비가 마을을 지켜준다”며 두껍바위를 소중하게 여겼고, 이 바람에 두껍바위는 마을 안내석 내지 지킴이 역할을 해왔다. 황 회장은 동네 어르신들로부터 “논 안의 두껍바위가 농사짓는데 불편해 논 밖으로 옮겼더니 그해부터 흉작이 들었다. 그러나 다시 논 안으로 들여놓자 농사가 잘됐다”는 구증을 그대로 동이면지에 싣기도 했다.

두 마을의 정신적 지주이자 수호석이었던 두껍바위는 1987년 경지정리 때 감쪽같이 사라졌다. 경지정리 공사 업자가 두껍바위를 가져가려 하는 것을 마을 주민들이 막았는데, 이에 앙심을 품은 업자가 어딘가에 몰래 묻어놓고 가버렸다는 것이 주민들의 추측이다. 상심한 주민들은 두껍바위를 찾아 나섰으나 묻힌 곳을 몰라 30년을 허탈감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올해 옥천군 추진사업인 ‘금암리 군도 확포장공사’ 공사장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신기하게도 두껍바위를 발견한 주인공은 젊은 시절부터 두껍바위가 놓여있던 논을 경작해온 오재헌(77·금암3리)씨다. 그는 공사장 인근을 지나다 흙더미 속에서 살짝 모습을 드러낸 두껍바위를 발견했다.

오씨는 “30년 동안 땅속에 묻혀있어 두꺼비 형상이 희미해지긴 했지만 틀림없는 두껍바위였다. 등짝이 두꺼비 등을 닮아 올라타기 좋았지만 우리 마을 지킴이라고 해서 아무도 올라서지 않았는데, 돌아가신 부모님을 다시 만난 것처럼 가슴이 뛰었다”고 기뻐했다.

두껍바위가 마을 이정표이기도 했다는 오씨는 “어려서는 친구들과 만날 때 두껍바위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기도 하고, 어른들이 두껍바위를 기준으로 모내기 품앗이 장소를 공지하기도 했단다. “예전에 어른들은 벼가 두껍바위보다 키가 크면 풍년이 든다”고 했는데 “이제 두껍바위가 다시 돌아왔으니 풍흉도 알려주고 마을도 지켜줘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황진상 회장과 마을 주민들은 둘레석도 만들고 ‘두껍바위’ 이름도 새겨 넣어 두껍바위를 제대로 복원할 계획이다.

30년 만에 돌아온 두껍바위가 두 마을 지킴이석으로 다시 태어날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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