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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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
  • 박승룡 논설주간
  • 승인 2017.11.0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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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룡 논설주간

어린 시절 군것질거리를 사먹기 위 해 찾았던 동네 슈퍼와 구멍가게. 서민들이 적은 자본으로 쉽게 창업 할 수 있는 소규모 점포였던 그 곳은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그나마 재래시장의 경우 정부의 지 원에 힘입어 현대화 시설 등 변화에 노 력하고 있지만, 아직 대형마트를 상대 하긴 어렵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이고 주차 등 편 의성과 서비스까지 완벽함을 갖춘 대 형마트는 막강한 군대나 다름없다. 한 경제연구원은 대형마트가 들어서 면 반경 1km 이내의 잡화점을 비롯한 채소·과일가게가 쑥대밭이 된다는 분석 을 내놓았다.

인구 5만의 작은 시골, 초 고령화 사회 에 진입한 옥천군에 대형마트가 8곳이나 된다니 놀랄 노자다. 경제는 변화와 발전을 초석으로 성장 하지만 방대한 시장경제는 독이 된다. 건강한 경제는 균형이다. 그 균형 속에 개미들이 살아가면서 고래의 꿈을 꾸는 것이다. 대형마트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경쟁 도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마이너스 할인 행사’, ‘본전치기 이벤트’ 등 경제용어가 아닌 ‘마트 용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무리한 경쟁은 결국 제품의 질 하락으 로 연결되는 것을 소비자들은 알아야 한다. 

대형마트 취재도중 30년간 젓갈 장사를 한 사장을 만났다. “요즘은 뭐든지 큰 것만 살아남을 수 있어 장사도 크게 하고 식당도 크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를 못하지.” 편리함에만 적응된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얘기다. 서민들의 ‘작은 시장’은 그들 만의 것으로 남겨놔야 한다. 마지막 경계 선까지 대형마트가 넘어선다면 시장파괴 로 이어질 것이다. 그 파괴는 소비자들에게로 전달되며 그 것은 바로 대형마트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규제가 등장해야 할 대목이 바로 지금 이다. 더 이상 소상공인들의 울부짖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규제가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영세 상인 들을 도와야 할 것이다. 여러 유럽 국가들은 대형마트 도시진입을 강력히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동네시장 진출은 상거 래 관행에 어긋난 과욕이다. 대형마트가 영세 상인의 몫까지 뺏 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대형마트 는 그 규모에 걸맞은 분야로 눈을 돌려 야 한다. 지역 내 중소 유통업과 골목상권이 대형마트에 잠식되지 않도록 대형업 체의 진출을 규제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영세한 소상공인들의 작은 꿈까지 대형마트가 짓밟아서는 안 된다. 지역의 한 상인은 1997년 IMF 외환 위기 때보다도 체감경기가 더욱 떨어 진 수준이라고 한다. 서민들을 위한 지원정책보다 대형 마트의 규제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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