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나 때문에 울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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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제 나 때문에 울지 말아요”
  • 박현진기자
  • 승인 2017.11.09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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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장관상 받은 장애인 제빵사 김종화씨
김종화씨

“조금은 부족하게 태어난 나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을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대한민국 최고의 제빵사가 돼서 엄마는 물론 아픈 사람, 안 아픈 사람 모두에게 맛있는 빵을 먹여주고 싶다”

지난달 30일 제9회 장애인직업재활의날을 맞아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한 김종화(27·옥천읍 가화리)씨의 말이다.

지적 장애를 갖고 있는 김씨는 “슬프다고, 힘들다고 말을 하거나 표현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부모님에겐 3남매 맏이인 내가 아픈 멍에였을 것”이라며 “그분들이 걱정을 덜 수 있게 열심히, 당당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금 어눌한 말투를 제외하곤 장애가 느껴지지 않는 김씨는 스물일곱 살이다. 옥천군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제빵사로 7년째 근무하며 충북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최근 3년 연속 입상했다. 하루 종일 작업장에서 반죽을 치대고 굽고 하는 일이 싫증 날 법도 하지만, 그녀는 빵 만드는 일이 마냥 즐겁다고 말한다. 여행도 좋아하지 않고 별다른 취미도 없단다. 가끔 “아빠가 착하고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하라”고 재촉하면 “시집 안 가!” 단호하게 손사래를 친단다. 그러면서도 “잘생긴 청년이 사귀자고 다가오면 생각해 보겠다”며 수줍게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20대 아가씨다.

김씨는 “작업장에서 좋은 언니, 오빠들이랑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만도 행복인데 큰상까지 받아 부끄럽다”면서도 “내가 만든 빵을 식구들이나 고객들이 맛있다고 할 때 제일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런 그의 표정에 ‘대한민국 최고 제빵사’가 되겠다는 순수한 의지가 역력하다.

김씨를 비롯한 동료들이 만든 빵은 작업장 직영 제과점인 ‘조웰빙’에서 판매하고 있다.

옥천군장애인보호작업장 김종효 원장은 “김씨처럼 장애인 재활교육을 받은 사람이 사회에 나가 일반인과 동등하게 제 역할을 해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조웰빙에서 판매하는 빵도 ‘장애인이 만든 빵’이라는 초기의 편견이 사라지고 그저 ‘맛있는 빵’으로 많이 팔리고 있다"며 주민들의 더 큰 관심과 성원을 당부했다.

현재 옥천군장애인보호작업장에는 근로 장애인 30명이 제과제빵, 종량제봉투 제작, 임가공(조립)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엔 옥천읍 교동리에 제과제빵(HACCP 시설)사업장이 준공될 예정이어서 사업확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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