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맺으며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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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맺으며 변한다
  • 김현희 시인·역학자
  • 승인 2017.12.2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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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시인·역학자

사람이 혼자 존재할 수 없듯이 사주도 8자끼리 부딪치고 합하고 생하고 극하며 존재한다.
부딪치고 극하면 ‘내’가 역동적으로 변하고, 합하고 생하면 ‘내’가 사라진다. ‘충극(沖剋)’은 깨지면서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합생(合生)’은 협력자로 조용하게 살아진다.
천간은 생극합충으로 변동하고, 지지는 합형충파해로 요동친다. 팔자가 ‘생극합충형파해’로 변동하듯이 사람도 주어진 상황에서 ‘생극합충형파해’를 하면서 굴곡과 변화를 겪는다.
가족이든 학교든 직장이든 친목 모임이든 ‘나’는 관계 속에서 갈등하거나 협력하면서 살고 있다. 사주도 그렇게 움직이기에 그날의 ‘일진이 좋니. 안 좋니.’ 하는 말이 있다.
계절은 ‘왕상휴수사’ 한다. 자연은 봄에 새싹이 나와 자라고 여름에 왕성한 모습으로 존재하다가 가을에 뼈만 남고 겨울이면 죽음에 들고 다시 봄에 새로 태어난다.


사람도 태어나서 자라고 늙고 병들어 죽는 시간을 산다. 자연이 왕상휴수사 하듯이 사람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생로병사’한다.  
천간 오행은 ‘수생목, 목생화, 화생토, 토생금, 금생수’로 생하고, ‘목극토, 토극수, 수극화, 화극금, 금극목’으로 극하면서 변한다.
갑목(甲木)은 봄에 새싹을 내는 나무라서 추진력이 강하며, 새로 시작하는 기운으로 시도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을목(乙木)은 옆으로 퍼지는 넝쿨이나 작은 꽃나무라서 생명력이 강하고, 아지랑이처럼 유연하여 자기 살 길을 개척하는 적응력이 뛰어나다. 갑을 나무는 불을 살리고 흙을 극한다. 
병화(丙火)는 태양이 사방으로 확산되듯이 밝고 환한 기운이며, 만물이 완전히 자란 여름으로  정열적이다.
정화(丁火)는 양 기운이 완성된 모습으로 사람으로 치면 장정의 형상이라 일을 잘 하며 성실하고 희생적이다. 병정 불은 흙을 살리고 금을 극한다.
무토(戊土)는 극에 달한 양 기운으로 봄여름의 외적 성장을 정지시키고 가을겨울의 내면 성숙을 준비하기에 포용적이다.


기토(己土)는 양 기운을 갈무리하는 중간자로서, 오곡을 무르익게 하는 들판으로 속이 깊고 생각이 확고하다. 무기 흙은 금을 살리고 물을 극한다.
경금(庚金)은 한 해의 곡식을 추수하려고 불필요한 것들을 떨어뜨리고, 열매가 영글도록 내적 성숙을 도모한다.
신금(辛金)은 나뭇잎과 열매가 다 떨어진 늦가을로서 예리하고 섬세하며 흑백논리가 분명하다. 경신 금은 수를 살리고 나무를 극한다.
임수(壬水)는 초겨울의 바닷물이다. 땅에 묻힌 씨앗을 내년 봄까지 양기가 터지지 않도록 완전하게 가두기에 속은 따뜻하다. 계(癸)수는 수축이 완전히 진행된 물로서 새봄을 기다리는 기운으로 희망적이다. 임계 수는 나무를 살리고 불을 극한다.
이렇게 생극합충 원리로 천간은 자기 역할을 하며 움직인다. ‘내’가 갑목으로 태어났다면 무토를 만나면 극해야 하고, 계수를 만나면 도움을 받아야 하고, 정화를 만나면 희생해야 하고, 경금을 만나면 극을 당해야 한다.


사람도 관계망 속에서 타인을 극하거나 타인에게 도움 받거나, 희생하거나, 극을 당하면서 살고 있다. 사주의 운행 원리가 사람의 상황과 비슷하다. 사람은 조직이나 제도의 구성원으로서 자기 위치에 따라 역할이 다르다.
자기가 살고 싶은 모습으로 살지 못하고 지위나 처지에 맞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해야 살아진다. 삶은 부딪치고 깨지면서 ‘내’가 사라지고 변화하는 과정이다. 가만히 존재하며 사는 생명체는 단 하나도 없다.
사람의 생로병사가 순조롭지 못하듯 사주도 ‘생극합충형파해’로 요동치면서 변화한다. 그래서 어떤 날은 영웅적일 수 있고, 어떤 날은 패배자일 수 있다.
매일이 조금씩 차이가 나면서 다르게 변한다. 이렇게 계절의 흐름 속에서 운명이 변함을 시간적으로 해석한 것이 명리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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