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사랑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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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사랑의 기쁨
  • 정우용 한국독서문화교육원
  • 승인 2018.01.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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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용 한국독서문화교육원

우리나라 도시엔 빌딩마다 노래방이 있다. 저녁 모임이 끝나면 다음 코스가 노래방이다.
그것을 두고 가무를 즐기고 흥이 있는 민족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은 많으나 시를 낭송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유행가를 흥겹게 부르는 사람을 보면 보기는 좋으나 존경스럽지는 않다.
파란 하늘을 쳐다보며 낭랑한 목소리로 시 낭송을 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를 낭송하면 가슴에 꽃이 피고 열차를 타고 고향에 가거나 어머니 손을 잡고 고개 넘어 외갓집 가는 길에 나서는 마음이 된다.


원래 시는 설레고 그립고 간절한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시를 접하게 되는 것은 시험 준비를 위해 접한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는 어렵고 까다로운 것으로 생각한다.
시는 인류의 역사에 크게 영향력을 미쳤다. 만약 시를 읽고 쓰는 일이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면 시의 영향력은 크게 미치지 못하였을 것이다.
우리는 고학년이 될 때까지 시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없다가 갑자기 입시에서 출제 빈도가 높은 시 위주로 시를 분석하고 예상문제를 풀기 위해 시를 대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는 우리에게 즐거움 보다는 고통스러운 것이 되었다. 


유럽의 초등 교육에서는 시의 교육을 가장 중시하고 있으며, 가정에서도 프랑스의 어머니는 어린이가 다섯 살만 되면 시를 낭송하게 하고, 독일의 어머니는 저녁마다 시와 신화를 많이 들려주며, 영국의 부모는 셰익스피어의 시와 이야기를 많이 들려준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중학교 일학년생 정도면 친구끼리 대화 속에 셰익스피어의 시가 줄줄이 인용된다고 한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일상생활 속에 시가 있었고 시속에 일상생활이 있었다.
요즈음 등산 인구가 늘어 주말이면 산마다 인산인해이다.
산 위에서 느끼는 감동을 표현할 길이 없어 아무 의미 없는 파열음을 내기보다는 산과 푸름을 사랑하는 시 한 편을 낭송한다면, 스스로 가슴이 서늘해지고 그 소리의 울림은 듣는 이의 가슴에도 물결처럼 번져 가 기쁨으로 설레게 할 것이다.
산을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은 박두진 시인의 <청산도>를 낭송해 보면 좋을 것이다.   
산아 푸른 산아 향기로운 네 가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라고 노래한 긴 시를 낭송하면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 벅차게 출렁이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가족등산이라면 아버지는 <청산도>를 낭송하고, 그것을 받아서 어머니는 박목월 시인의 <산이 날 에워싸고>를 낭송한다면 그 자녀들에겐 얼마나 큰 행복체험인가?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고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고 살아라 한다 

우리가 시를 낭송하지 못하는 이유는 초·중·고의 국어 교과서에서 수많은 시를 접했지만 그 시를 지식으로만 배웠을 뿐 감동으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시가 우리 마음에 남아 있지않고 모두 다 떠나가 버린 것이다.
시를 느낌으로 가르치지 않고 뜻으로만 가르친 탓이다. 시의 단어와 짜임과 표현을 문제로 만들어 시험 준비로만 가르쳤을 뿐, 그 시의 향기와 감동을 마음에 심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는 시의 구절마다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게 해준다.
고기잡이 아버지와 함께 살던 강변이었던가. 그 아버지가 죽고 난 후 어머니는 밭농사를 지으려고 산골로 가자고 한 것인가.
어린이는 아버지가 그리워 강변에 살자고 한 것이 아닐까.
시는 읽는 이에 따라 저마다의 그리움을 피어 올리게 하는 것이다. 시는 삶을 진실하게 한다. 거친 행동, 비뚤어진 마음을 잠재우는 힘을 지니고 있다.
미움과 갈등, 실망과 좌절, 불만과 분노가 쌓일 때도 시를 낭송하여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찾을 수 있다.
오락 지향적이고, 쾌락 지향적인 성인은 물론 청소년들에게 시를 통한 교육으로 정신적 기쁨과 가치를 알게 한다면 문화적 영양실조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초·중·고 국어 교과서에는 130여 편의 시가 실려 있다. 교과서에 실려 있는 시를 노트에 옮겨 적어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시집을 만들어보자.
시는 반드시 외워야 한다. 암송할 수 있을 때만이 그 시의 언어와 생각이 완전히 소유되기 때문이다.
옛 고향집 아궁이 앞에 생솔가지 연기에 눈 못 뜨고 앉아 계시던 어머니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정지용 시인의 <향수>의 4연의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라는 절창의 구절에 이르면 마음이 떨리는 그리움의 절정에 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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