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씨앗은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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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씨앗은 상상력이다
  • 정우용 한국독서문화교육원
  • 승인 2018.02.0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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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용 한국독서문화교육원

꽤 오래전의 일이다. 한 어린이신문의 미술 대회에서 입상한 우리 어린이들이 프랑스에 미술 여행을 떠났다. 우리 어린이들은 유럽 여러 곳을 견학하고 파리 어린이들과 그림으로 사귀며 그 솜씨를 겨루었다.
우리 어린이들의 예술 재능이 뛰어나다고 믿고 있던 사람들은 그곳에 가면 외국인들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만일에 우리나라 경복궁이나 창덕궁 같은 곳에 모여 사생을 하는 대회였다면 우리 어린이들이 단연코 앞섰을 것이다. 보고 그리기에는 자신이 있는 한국 어린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회 진행 방법이 전연 달랐다고 한다. 야외가 아니라 교실 안에 프랑스 어린이와 함께 앉게 하고는 약 십 분 동안 음악을 들려준 다음 음악을 듣고 느낀 바를 자유롭게 그리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풍경이나 정물을 보여 주고 그리라거나 어떤 제목을 주고 그리라면 묘사에는 자신이 있었을 텐데, 음악에서 느낀 감동이나 감흥을 그림으로 나타내라고 하니 우리 어린이는 무엇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프랑스 어린이들은 제 나름의 형태를 그리고 여러 빛깔로 열심히 색칠을 하더라고 했다.
음률 속에 피어오르는 느낌을 나타내는 상상력이 우리 어린이들에게는 가르쳐지지도 않았고 길러지지도 않은 안타까운 일이 눈앞에 벌어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상상력을 키워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이 자라 우주를 여행하고, 땅속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하던 호기심이 지하를 개발하고, 기계를 뜯어보고 싶은 궁금증이 위대한 발명을 하게 된다.
바로 이 상상력을 기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독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창조력은 독서를 통해서 얻어진다고 할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상상력은 풍부해진다. <이순신>을 읽은 어린이는 거북선을 생각할 것이며, 한산도에서 자기가 이순신이라면 거북선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상상하고 전략을 세울 것이며, 그는 독서를 통해 역사를 현실에 조명할 줄 아는 자질을 갖추게 될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를 읽고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 설레었으며, <나이팅게일>이나 <슈바이처>를 읽고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봉사와 사랑의 마음을 넓혀 왔던가. 또한 <에디슨>이나 <라이트 형제>, <뉴튼>이나 <파브르>를 읽고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발명과 발견의 꿈을 키워 왔던가.
내가 그 책 속의 주인공이었다면 어떻게 할까 상상하는 가운데 어린이는 정신적으로 놀라운 성장을 하게 된다.
여기서 내세우는 상상력은 헛된 공상이나 허무맹랑한 환상이 아니다. 아름다운 생각, 합리적인 생각을 뜻한다. 아름다운 상상이 커 가면 예술의 높은 수준에 이르게 되고 합리적인 상상을 키워 가면 과학의 놀라운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눈이 녹으면…’ 이라는 물음에 무엇이라고 답할 것인가. 대부분이 ‘물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봄이 된다’는 대답도 기대할 수 있다.
‘눈이 녹으면 물이 된다’는 답은 쉽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기계적 사고에 그칠 뿐이다. 말하자면 주입식으로 공부한 암기식 정답형 인간의 답변이다. ‘눈이 녹으면 봄이 된다’는 대답은 창조적 인간의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의 어린이들은 모든 교과의 공부를 ‘눈이 녹으면 물이 된다’는 식으로 알고 외우고 있을 뿐 깊이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일을 귀찮아한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궁리하고 생각해보려고 하지 않고 참고서나 인터넷으로 쉽게 해결해버린다. 그 과정이나 이치도 따지려 하지 않고 오직 답만 알고자 한다. 국어나 수학은 물론 음악 미술도 답만 알면 된다는 식으로 공부하는 것에 익숙해져있다. 이러한 학습환경 속에서 상상력을 기대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독서는 생각의 씨를 심어주고 그 씨가 눈부신 꽃으로 피어나게 하며 알차고 보람 있는 열매를 맺게 한다. 생각하는 힘 곧 사고력은 아직 경험하지 않은 것을 알아내고 판단하고 추리하는 작용으로 이어진다.
이제 단편적인 지식 조각의 주입보다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미래지향의 교육을 해야 한다. 모든 것이 변하고 새로워질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오늘의 지식이나 정보는 상당수 낡아 쓸모가 없게 될 것이므로 지식의 넓이와 깊이를 확장해야 한다.
미래사회는 독서로 생각하는 힘을 기른 어린이가 이끌어 갈 것이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바로 독서이며 그것이 창조의 씨앗이다.
백촌 김문기, 중봉 조헌, 우암 송시열로 이어지는 선비의 고을 옥천엔 삼백육십오일 책 읽는 소리가 그칠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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