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o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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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oak)
  • 정홍용 화인산림욕장 대표
  • 승인 2018.02.2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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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용 화인산림욕장 대표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나무가 소나무 다음으로 참나무이다. 현재로선 두 번째지만 소나무 지역을 끈질기게 파고들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어 머지않아 왕좌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나무 중에 ‘진짜 나무’라고 참나무이다. 산채든지 나무든지 ‘참’자가 들어간 이름은 모두가 좋은 것으로 인식돼 사람들로부터 ‘수난’을 당해 왔다. 동원 그룹 창업자 또한 마구로(참치)를 잡아 올렸을 때 우리말 이름이 없어 고심 끝에 생선 중 진짜 생선이라고 ‘참치’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참나무의 종류로는 잎이 가장 좁고 긴 ‘상수리’가 있고, 상수리 보다 약간 넓고 민듯한 것이 굴참나무, 굴참 보다 더 넓고 동그라며 양쪽에 톱니처럼 돋아 있는 것이 졸참나무, 졸참 보다 동글넓적한 것이 갈참나무, 갈참 보다 넓고 양쪽에 성근 톱날 모양이 있는 것이 떡갈나무, 떡갈 보다 좁고 양쪽에 쫌쫌한 톱니가 있는 것이 신갈 참나무로, 이것을 참나무 6형제라 부른다.
참나무는 우리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구황목이자 구세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참나무에서 재배하는 표고버섯은 1980년대 외화가득율 100%의 효자 수출품이었다.
필자는 그 당시 영동, 무주, 진안, 전주, 공주, 청주지방에서 생산된 건표고를 일본으로 90% 이상 수출 알선한 적이 있다.

주먹구구식 생산으로 일본에 비해 생산이력이 크게 뒤졌던 시절, 일본 최대 표고 가공공장인 아사히물산 후꾸하라 사장에게 “귀사 연구실에 있는 자료를 주면 내가 번역도 하고 한국 실정에 맞도록 원고를 작성하겠으니 당신이 출판비를 부담해 주신다면, 3년 후 보다 싸고 질 좋은 표고를 공급할 수 있소”라고 설득했다.

‘표고버섯을 활용합시다’란 책명으로 1985년 3월 5,000부를 발행하여 전국 각 생산업자에게 산림청을 통해 무료로 배포했더니 3년 후 실제로  생산량이 3배로 증가해 후꾸하라 사장과의 약속을 이행할 수 있었다. 표고를 생산하기 위해 1.2m로 자른 것을 골목이라 하며 음지나 피음장치를 하여 세워 두는데 이 골목도 현재는 국내의 수요 증가로 품귀현상이 되어 아우성이다.
우리의 참나무와 달리 서양 참나무는 곧고 하늘을 찌를 듯이 솟는 거대한 고목(高木)으로 유럽에서는 신성시하고 있다.

십자군 원정에서 제해권을 장악하고 실크로드 개척, 대항해 시대의 막대한 부를 축적한 베니스는 물속에 들어가면 썩지 않는 참나무로 갯벌에 파일을 박고 매축을 하여 베니스왕국을 건설했다.
콜럼버스, 마젤란, 바스코다 가마의 대항해가 가능케 한 것도 단단하고 물에 잘 썩지 않는 참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범선 덕분이었다.

구미인들은 무늬도 좋고 단단한 참나무 가구를 선호하며 특히 키친 캐비넷(주방의 그릇 넣는 장)과 마루판, 사냥총을 만들 때는 한결같이 참나무를 이용한다.
세계에서 가장 질 좋은 고급 참나무는 일본 북해도산으로 무늬가 촘촘하고 색깔이 고와  ‘Japanese oak’라는 이름으로 한때 명성을 떨쳤으나 지금은 고갈되어, 위도가 비슷한 우리나라 개마고원, 백두산, 중국의 장백산 일대 참나무가 그 대타 역할을 해왔으나 또한 그마저 고갈돼 안타까움을 낳고 있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단편소설이 떠오른다.
1차 대전, 2차 대전을 겪으면서도 묵묵히 나무를 심어온 늙은 양치기가 만들어낸 기적을 그려낸 이 소설은 그 배경이 됐던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은 물론 전 유럽의 산야를 푸른 산으로 바꿔버릴 만큼 감동과 영향을 끼쳤다.
요즘 산림청에서 대대적으로 참나무과의 일종인 상수리나무를 권장하고 적극적으로 식재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독일과 여타의 선진국처럼 먼 장래를 보고 최소한 100년, 200년까지 가꾸면서 국가산업의 근간 구축은 물론 경제목으로 성장시킬 인내와 안목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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