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내가 젤 잘 알아” 전국 유일 ‘백숙’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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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은 내가 젤 잘 알아” 전국 유일 ‘백숙’ 개발
  • 박현진기자
  • 승인 2018.03.08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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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 모신 단칸방 시절부터 38년간 닭과 공생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마누룽지백숙’ 히트
전국서 손님 몰려…“KTX로 보내달라” 요청도

38년 전, 단칸셋방에서 노모를 모시고 부부가 함께 기거하며 1년이면 대여섯 번씩 이사를 다녀야 했던 시절,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생닭집’에서부터 닭요리 전문 식당을 열어 ‘맛집’으로 부상하기까지, 혜성식당(옥천읍 금구리) 김용대 대표를 만나 맛의 비결과 성공스토리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 혜성식당의 세 가족. 김용대 대표(왼쪽), 메뉴개발자 장남 태환씨, 부인 임재순 요리사.

“이집 마누룽지백숙은 느끼하지 않고 아주 담백하고 정갈합니다. 화학조미료 안쓴다고 거짓말 하는 식당도 있지만 그건 맛을 보면 알 수 있죠. 먹고 나면 보신을 했다는 느낌, 건강을 먹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물론 맛도 좋구요”

옥천읍 금구리 소재 혜성식당에서 ‘마누룽지백숙’을 맛본 손님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단골손님을 자칭한 이모(58·옥천읍 삼양리)씨는 “나는 국물이 걸죽한 한방백숙보다 한약재 냄새 안나는 맑은백숙을 더 좋아하는 편인데 이집 마누룽지백숙은 한방백숙과 맑은백숙의 중간이라고나 할까, 특유의 마향에 담백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있어 아주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농촌지역의 특성상, 또 공설시장 내에 소재한 여건상 단일메뉴로 승부 보기 어려워 각종 찌개류와 국밥 등 다양한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혜성식당의 대표 메뉴는 단연 ‘마누릉지백숙’이다.

전국적으로 ‘마백숙’과 ‘누룽지백숙’ 전문점은 많지만 두 가지를 접목한 ‘마누룽지백숙’을 취급하는 식당은 대한민국에서 옥천의 혜성식당이 유일하다고.
혜성식당은 ‘닭 박사’ 김용대(67)·임재순(63) 부부와 장남 태환(39)씨가 4명의 직원을 두고 함께 운영하는 가족식당이다.

김 대표는 38년 역사의 ‘옥천닭집’을 식당과 함께 운영하면서 무, 배추, 깻잎 등을 직접 재배해 식당의 찬거리를 조달하고, 부인 임재순씨는 주방에서 요리를 책임지는 주방장으로, 큰아들 태환씨는 지금 가장 인기있는 ‘마누룽지백숙’ 개발자로서 또다른 메뉴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결혼하면서 남편따라 닭과 함께…
부인 임씨는 “1980년 결혼하면서부터 남편을 도와 닭집에서 일했다”며 “그때는 형편이 너무 어려워 한달에 만원짜리 단칸셋방에서 시어머니까지 모시고 살았다. 1년이면 대여섯번씩 이사도 다녔다”고 회상했다.

처음 안남면에서 시작한 닭집을 몇 년 뒤 현재의 옥천닭집으로 이전해 자리를 잡기까지 남편을 따라 전라도 무주, 남원 등지로 닭 배달을 다니는 등 38년간 닭과 공생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가정을 꾸려왔다고도 했다.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나 싶었던 지난 2000년 빚보증을 잘못 서 집안에 큰 위기가 닥쳐왔다. 그때 대전대 서예학과에 재학중이던 큰아들이 자퇴하고 집으로 와서 부부를 도와 식당을 차린 것이 오늘에 이르렀고 자연스럽게 2대가 함께 하는 식당이 됐다.

임씨는 “38년의 세월은 그냥 지나간 게 아니다”라며 “생닭의 색깔만 봐도 언제 잡은 건지, 얼마동안 냉장고에 있었는지, 얼마나 신선한 건지 등을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닭에 대해서만큼은 내 몸보다 더 잘 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알기에 신선한 닭을 공급받고 신선도를 유지하며 신선한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혜성식당의 대표 메뉴인 마누룽지백숙

△수백마리 버려가며 만들어낸 ‘마누룽지백숙’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최연소 특선에 입선하며 승승장구 ‘서예문인화가’로서의 꿈을 키워가던 장남 태환씨는 꿈을 포기하고 부모님과 합류하면서 전국의 백숙집은 거의 다 다녀봤다고 했다. 닭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보다 잘 아는 부모님의 노하우를 믿고 자신은 ‘맛’을 개발하기로 작정한 것.

고민은 시작됐다. ‘찬 성질의 마와 따듯한 성질의 닭이 찰떡궁합이긴 하나 마백숙은 마향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고 누룽지백숙은 구수하긴 한데 깊은 맛이 없고... 둘을 합치면 어떨까’

그는 수백마리의 닭과 오리를 태우고 버렸다고 했다. 어떤 재료를 넣었을 때 쓰고 떫은 맛이 났는지, 백숙이 왜 때론 죽이 돼버리는지, 누룽지는 어느 온도에서 잘 만들어지는지, 밥과 닭을 따로 삶아 섞어보기도 하고… 수차례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결국 생쌀과 생닭, 마 등을 함께 넣어 익히는 것이 가장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마에도 종류가 다양해 꼭 필요한 마를 선택하기까지, 누룽지가 되고 안되고의 핵심 관건인 불의 강약 조절 노하우,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도 천연의 깊은 맛이 우러나게 하는 요리법과 소요시간 등 마누룽지백숙에 숨은 얘기는 끝이 없다고 했다.

이렇게 탄생한 마누룽지백숙은 백숙만을 찾는 단골손님을 늘리고 한산했던 주말에 가족손님들로 성황을 이루게 하는 등 식당의 효자 메뉴로 자리잡았다.

태환씨는 “넓은 주차장을 가진 큰 식당으로 이전하는 게 꿈”이라며 인근의 대전에서 큰 식당을 운영하는 동생 태훈(35)씨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결혼도 잊고’ 또다른 메뉴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부인 임재순씨의 손끝에서 정성스런 맛이 우러난다.

△내 가족이 먹는 것처럼 최선을 다해
혜성식당에는 단골이 많다. 지역 내의 단골도 많지만 지역에 살다 대전, 대구, 부산 등 먼 타지로 이사나간 단골들이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명절 때마다, 혹은 주말을 이용해 일부러 찾아온다고 했다.

대구로 시집가서 임신한 한 단골손님은 “남편을 보낼테니 오리백숙을 만들어달라”고 전화를 넣기도 한단다. 미신이긴 하지만 임신 중 오리를 먹으면 발가락이 붙는다는 옛 어르신들 얘기가 생각나 닭백숙을 권해 보내기도 했단다.

우연한 기회에 마누룽지백숙 맛을 본 외지 단골들 중에는 KTX로 백숙을 보내달라는 부산 손님도, 체인점을 의뢰하는 서울 손님도 있다.

김용대 대표는 “한명이든 두명이든 우리집 음식을 먹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헛걸음을 하게 해선 안된다는 마음으로 1년 365일 문을 열려고 한다”며 “그러기 위해 나 자신부터 매일 새벽 다섯 시면 밭으로 나가 식당의 찬거리를 일구고 8시면 식당으로 출근을 한다”고 했다.

그는 “음식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며 “내 가족이 먹는 것처럼 깨끗하고 정갈한 음식을 만드는 것, 내 가족이 먹는 것처럼 건강에 더 좋은 재료와 요리법을 찾아내 실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10여년 전부터 대성적십자, 돌남산봉사회 등을 통해 봉사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김 대표는 “손님이 맛있다며 만족한 얼굴로 나갈 때가 가장 보람있다. 먹는 음식에 대한 우리 가족의 진심을 알아주는 것 같아 덩달아 기쁘다”며 “어르신들을 비롯한 이웃의 도움과 사랑받으며 이만큼 살아왔으니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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