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록 받아 잘 살았으니 이젠 되돌려 드려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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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록 받아 잘 살았으니 이젠 되돌려 드려야지요”
  • 박현진기자
  • 승인 2018.03.29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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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공무원 동호회 ‘향수상록자원봉사단’, 복지시설 ‘별뜰’ 등에서 봉사활동
향수상록자원봉사단 김희재 회장(가운데)과 회원들이 별뜰 식구들과 제기를 만들고 있다.
김희재 회장

“40년 넘게 국록을 받아가며 살아왔으니 받은 사랑 당연히 돌려 드려야지요.”

지난 22일 사회복귀시설 ‘별뜰’ 거실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평소 낯을 많이 가리는 별뜰 식구들이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란 조끼의 ‘신사’ 10여명이 들어서자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고 웃음으로 반긴다. ‘신사’들이 14명 별뜰 식구들 중간중간에 섞여 앉았는데도 어색한 기색 없이 어깨를 부비고 혹은 기대기도 한다.

‘대장 신사’가 “오늘은 여러분들과 제기를 만들어 보고 누가 많이 차는지 시합도 한번 해보겠다”며 분홍색 습자지를 나눠주자 능숙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앞뒤 접기를 하고 가위질을 몇 번 하더니 ‘뚝딱’ 수술 달린 제기를 만들어 낸다. 그리곤 ‘내가 1등’이라며 손을 번쩍 들어올린다. 찡그린 얼굴 하나 없는 편안함이 아주 오래 만나온 사이인 듯하다.
옥천군 퇴직공무원 봉사단체인 향수상록자원봉사단의 김희재(70) 회장과 그 회원들, 그리고 별뜰 식구들의 만남 현장 광경이다.

2014년 20명의 퇴직공무원이 모여 결성한 이 동호회는 지난해부터 한달에 두 번 어김없이 별뜰을 찾아와 비석치기, 칠교놀이, 땅따먹기, 딱지치기, 굴렁쇠굴리기 등 전래놀이를 해왔다. 교감형성과 공동체 생활 적응 등 별뜰 식구들의 재활에 도움을 주기 위한 봉사활동이다. 놀이를 하며 오래 함께 하다보니 서로 친구가 돼버렸다.

물론 이들이 별뜰 봉사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옥천군 자원봉사센터에서 주관하는 마을이동봉사단과 함께 칼갈이 봉사도 다니고 어린이집, 유치원 등을 순회하며 기초교육 봉사도 한다. 관내 큰 축제나 행사가 있을 땐 교통안내 봉사에도 나선다. 명퇴한 63세 막내회원부터 74세 최연장자 회원까지 ‘아직은 젊다’며 자신들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가고 있다.

김 회장은 “퇴직공무원들로만 구성이 됐기 때문에 모두 국록으로 40년 이상을 살아온 사람들”이라며 “처음엔 그 고마움을 지역사회에 돌려 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봉사를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우리 자신들을 위한 힐링과 웰빙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혼의 시간을 건강하게 보내는 법을 배우고 회원들 간의 정도 깊어졌다는 것.
그는 “뒤늦게 얻은 이 여유로움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기꺼이 봉사를 다니겠다”며 “후배 퇴직자들에게도 문은 활짝 열려 있으니 많은 이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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