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푸레나무(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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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나무(ash)
  • 정홍용 화인산림욕장대표
  • 승인 2018.04.0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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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용 화인산림욕장대표

금년은 년초부터 호주에서 낭보가 날라와 실의에 빠진 청소년들은 물론 온 국민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달랑 테니스 라켓 하나로 전도유망한 22세의 젊은 정현씨가 세계 테니스 업계를 발칵 뒤집어 경악하게 하는 쾌거를 이룩했던 것이다.
이 테니스 라켓을 만드는 재료가 바로 단단하고, 무겁고, 질기고, 탄력이 좋은 물푸레나무다.
필자도 테니스를 15년 이상 해 본 경험이 있어 체득했지만, 스틸이나 그라스파이버로 만든 것에 비해 물푸레나무로 만든 것이 손에 와 닿는 감각이 다르고 경쾌한 음이 달라 최상으로 꼽힌다.
도끼자루, 떡메자루, 함마자루, 목기, 도리깨의 회초리, 야구 방망이, 서당 훈장의 사랑매인 회초리, 죄인 심문에 특효약인 곤장대, 마차바퀴, 고급 가구재, 고급 총자루 등에 널리 사용된다.

가지를 꺽어 물속에 넣으면 푸른 물이 배어 나온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물푸레나무이다.
고가인 물푸레나무 대용으로 알미늄 방망이가 등장했지만, 알미늄 방망이는 소리도 둔탁하고 여운이 좋지 않아 어디까지나 연습용이고 공인 경기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
‘따~악’하는 소리와 함께 빨랫줄처럼 곧게 날아가 포물선을 그리며 홈런존(Homerun zone)으로 돌진할 때의 광경은 상상만 하여도 전율을 느낀다.

물푸레나무는 중국과 한국이 원산지이나 중국이 26종, 한국이 1종으로 중국에 압도적으로 많으며 해발 200~1,500m의 비교적 한냉한 곳에 잘 자란다.
참나무인 상수리나무와 비슷하여 참나무 대용으로 식탁, 차탁, 의자, 마루판으도 널리 사용되며 특히 결이 곱고 무늬가 선명하여 무늬목으로도 애용되고 있다.
남원 목기가 유명한 것은 가까운 지리산에서 양질의 물푸레나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며, 목기와 제기(祭器)라면 남원이 연상되는 것은 우연일치가 아니다.
일본어로는 ‘다모’라고 하며 고급재로서 가구, 악기재, 키친 캐비넷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자재이다.
성목이 되면 10m 정도 자라며, 꽃은 4월 중순에서 5월 중순에 노란 흰색으로 피어 밀원이 풍부하므로 양봉업자들이 선호한다.
특히 껍질에는 에스콜레틴과 에스쿨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서 한방에서는 장염, 결막염 소염제, 건위제(健胃劑), 천식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냉대하증은 물론 온갖 여성질환에 좋다고 동의보감에도 명기돼 있다.

1999년 연말쯤 중국 표고버섯 업계를 둘러보기 위해 일본 바이어들과 함께 복건성 무이산(武夷山)에 갔더니, 그곳이 중국 10대 명산이며 금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고 야단법석이었다. 첩첩산중, 간담 서늘한 외길을 도요다의 낡은 랜드로버로 돌고돌아 도착하니 제법 규모가 큰 마을이 온통 일본 짜왕(밥공기)과 미소스루(일본 된장국) 국그릇 공장 일색이었다.
어느 공장 한 모퉁이에서 우리나라 목기를 만들고 있어 반가워 물어보니, 이곳은 아열대 지역 이지만 해발이 높아 물푸레나무가 유명하여 생업이 물푸레나무 가공으로 일본 수출로 먹고 산다고 했다. 최근엔 한국인 바이어들도 가끔 온다고 귀뜸해 주었다.
지리산 물푸레나무가 고갈되어 가는 증거이며 나날이 치솟는 인건비 압박으로 이곳으로 오게된 것을 알 수 있었다.

2002년 하얼빈을 거처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지대인 무단장(牧丹江)으로 일본 바이어를 데리고 물푸레나무 수출 알선을 위해 간 적이 있었다
제재공장은 국경이 지나는 마을에 위치해 있어 국경 마을답게 아름드리 원목을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경영하므로 두나라 대표를 번갈아 가면서 상대하여 유리한 상담으로 이끌어 냈던 일이 지금도 기억이 생생이 남는다. 이제는 아련한 옛 추억으로 2009년 다시 가 보니 이곳의 물푸레나무도 중국의 경제성장에 정비례하여 고갈의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미국에서 행크아론과 죠 디마지오(마리린 몬로 옛 남편), 베이브루스 같은 불멸의 영웅적인 홈런 스타가 탄생한 것은 구단측에서 오대호 지역에서 물푸레나무를 특별히 잘 관리하고 원활한 공급을 해준 덕택이리라.

물푸레나무 제재목 상담을 위해 시카고를 경유하여 미시간호 주변에 갔을 때, 산판을 둘러보니 일등급 A는 야구 방망이와 가구재용으로 미국 국내용이고 B,C는 일본이며 한국행과 기타 지역은 제일 싼 D급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야구가 국기인 미국은 초·중·고·대학은 물론 직장인, 동호인, 마을 주민, 군대, 실업팀에서 소비하는 방망이 수요가 가히 천문학적 수량이란다.
옛날엔 장원급제하여 금의환향할 때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물푸레나무에 반드시 예를 표하고 집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그간 훈장님으로부터 물푸레나무 가지 회초리로 얼마나 많이 사랑의 매를 맞으며 각고의 노력을 했으면 그랬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온다.
그러나 요즘은 최소한의 사랑의 매도 들 수 없고, 들었다 하면 어떻게 될까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자고로 북어와 자식은 두둘길수록 좋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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