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욕구와 예술가 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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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욕구와 예술가 사주
  • 김현희 시인·역학자
  • 승인 2018.04.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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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시인·역학자

“사주대로 살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사주를 모른 채, 사회적 신체적 발달과정에 맞게 공부하고 취업하며 살고 있다. 사주를 믿지 않는 사람도 많다. 자본주의 글로벌 시대에 유교시대의 사주학은 시대착오일지도 모른다. 현대인의 생활이 옛날의 사주 이론대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개개인이 처한 실존적 상황을 명리 이론이 설명할 수는 없다. 이론은 현실의 다양성을 재단하기 위한 보편적인 참고 잣대이다.

자기 의지를 믿고 노력하는 사람은 사주 같은 운명을 궁금해 하지 않는다. ‘내’ 현재가 불안하고 ‘내’ 의지로 어떻게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주가 궁금하다. ‘걱정거리가 해결될지, 직장에서 잘리지 않을지, 부부문제에 이상은 없을지, 자식이 잘 될지’가 예측되지 않을 때 사주보기를 한다. 사주를 보고 마음의 결정이나 선택에서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팔자에는 이사운, 승진운, 취업운, 연애운, 재운 등이 나와 있다. 사주를 보는 사람들은 이런 것이 궁금해서 사주를 본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궁금해서 사주를 보는 게 아니다. 살림살이가 나아질지, 아프지 않을지가 궁금해서 본다.  

사람은 둘 이상만 모여도 상대방에게 자기 가치를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관계에서   타인에게 인정받지 않고서는 ‘나’라는 자아는 의미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계 맺고 있는 가까운 지인의 인정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사람은 즐거움이나 슬픔의 정서도 타인에게 인정받아야 존재감을 느끼는 사회적 동물이다. 잘 된 사람은 자신의 우월함을, 우울한 사람은 자신의 공허한 내면을 타인이 바라보아 주기를 바란다. 사주학에도 인정욕구에 관련된 이론이 있다. 사람 사이에서 관계 맺는 ‘내’ 마음의 인정욕구를 인성과 식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인성은 ‘나’를 생해주는 오행이고, 식상은 ‘내’가 생하는 오행이다. 모든 것이 변하듯이 팔자도 만나는 타인에 따라 변한다. 관계에서 영원함은 없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방관자가 되고, 어제의 편안함이 오늘은 불안이 된다.

안정적으로 자기 관리를 하는 능력을 인성이라고 한다. 인성은 ‘나’를 지탱해주는 사회적인 자격증이나 졸업장이다. 도장인(印)자의 인성(印性)이다. 인성이 발달한 사주는 타협적이며 보수적이다. 기존질서를 따른다. 이에 반해 식상(食傷)은 주관적인 표현능력이다. 식상은 활동력이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자유영혼이다. 인성이 사회가 인정하는 방식으로 자기 의견을 낸다면, 식상은 기발한 방식으로 자기 생각을 표출한다. 식상(食傷)은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자기 마음대로 솔직하게 표현한다. 인성이 타인과 타협하려고 보편적인 의견을 낸다면, 식상은 자기의 독특함을 기발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식상이 강한 사람은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직설적으로 행동하기에 구설수에 시달린다. 식상의 솔직함은 인성의 타협성과 부딪친다. 공동체는 튀는 사람을 불편해 한다. 식상은 튀는 심리이다. 타협적인 인성이 자유영혼인 식상을 만나면 부딪치고 중화되려고 노력한다. 인성의 타협이나 식상의 튀는 심리나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인정욕구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중이 절 싫으면 떠나야 한다.’는 말에 비유한다면 중은 식상이고, 절은 인성이다. 인성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길을 따르고, 식상은 자기만의 길을 간다. 식상의 입장에서 인성의 사회성은 중요하지 않다. 식상의 개인성은 기존의 세상을 낯설게 만든다. 그러나 식상의 창의성도 인성의 보편성처럼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 즐거움이 있다. 일반성과 창의성은 부딪치지만 창의성도 사회적인 인정을 받아야 가치가 발생한다. 인성이 타인과 통용되는 방식으로 인정욕구를 추구한다면 식상은 타인과 다르다는 방식으로 인정욕구를 추구한다. 인성이 기본기라면  식상은 기본기에 창의성을 더하는 능력이다. 팔자에 인성과 식상이 함께 있다면 기존질서 내에서 자기만의 창의성을 인정받는 예술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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