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위한 단 하나뿐인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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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위한 단 하나뿐인 커피”
  • 박현진기자
  • 승인 2018.04.27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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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여성장애인, 바리스타로 꿈꾸는 ‘행복’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의 여성장애인들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열의를 다하고 있다.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없는 내 장애를 인정하고 오직 나만의 건강을 챙겨온 남편이 있어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 사람을 위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뇌전증 4급 장애를 앓고 있는 임모(54) 씨는 오늘도 남편에게 만들어 줄 ‘맛있는 커피’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유전, 혹은 항용하는 약 성분에 의한 영향을 고려해 처음부터 아기는 포기했다고 했다. 아니, 남편이 아이는 갖지 말자고 했단다.

임 씨는 “내 건강만을 챙겨온 남편의 깊은 배려를 존경하면서도 오십 줄이 넘어서고 보니 또 다른 걱정이 생겼다”며 “더 늙으면 자식도 없이 남편이 얼마나 쓸쓸할까.. 미안함에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래서 선택한 바리스타 자격증. 그녀는 꼭 남편에게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주겠다는 일념으로 오늘도 열의를 불태운다.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관장 오재훈)에서 운영하고 있는 성인여성장애인 중심의 교육프로그램이 참여자들의 열기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복지관의 ‘여성장애인교육지원사업’은 여성장애인의 여가선용뿐만 아니라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통한 취업 등 사회참여 기회확대 및 삶의 질 향상에 목적을 두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프로그램에 65세 이하 여성장애인으로 구성된 ‘늘해랑(늘 해와 같이 살아가는 밝고 강한 사람)’ 팀에 10명이, 65세 이상인 ‘한마음’ 팀에 4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교육은 올 12월 말까지 운영되며 교육과정은 무료이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영어교실, 줌바댄스, 요가교실, 보치아교실, 헬스교실, 화훼교실, 웃음레크레이션, 리더십향상 아카데미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자격증반으로는 ‘바리스타’ 반이 유일하다.
임 씨가 남편을 위한 커피를 만들기 위해 열의를 불태우는 곳이 바로 이 바리스타 자격증반이다. 바리스타 자격증반은 지난해 ‘바리스타’ 기초 수업을 받은 참가자 중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원하는 이용자의 욕구를 반영해 올해 처음 개설됐다. 현재 뇌전증 장애인 임 씨를 포함, 정신, 지적장애의 여성장애인 5명이 참가하고 있으며 하반기 전원 2급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이 자격증을 취득하면 취업 알선 및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 장애인, 지역사회 행사와 연계된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되며 향후 또 다른 여성장애인의 진로에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바리스타 자격증반 지관민 지도강사는 “참여자들이 장애가 있다는 걸 느끼기 어려울 만큼 감각이 좋고 무엇보다 성실하게 수업에 임하고 있다”며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 등의 커피 메뉴를 알아가고 만들어 보면서 점점 자신감과 생기가 넘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복지관 관계자는 “여성장애인 특유의 심성과 섬세함을 이끌어 냄으로써 잠재능력 개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교육을 통해 여성장애인의 사회참여 및 자립생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성장애인교육지원사업’에 대한 참여 및 안내는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 (www.ocbr.or.kr)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자세한 문의는 복지관 자립지원팀(730-2674)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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