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와 어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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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어휘력
  • 정우용 한국독서문화교육원
  • 승인 2018.05.2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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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용 한국독서문화교육원

1983년 미국에선 교육부의 재정지원으로 ‘읽기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이 위원회는 어린이 교육전문가들로 구성되었다. 학교교육의 모든 과정은 읽기에 기초를 두고 있다. 때문에 읽기를 문제의 중심으로 본 것이다. 이 위원회의 보고서는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능력을 향상시킨다고 했다.

1985년에는 『책 읽는 국가 만들기』 보고서가 발간되었다. 이 보고서는 읽기능력을 키우는 최선의 방법은 어릴 때부터 소리내어 책을 읽어주는 것이고, 이는 전 학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학습지나 숙제, 시험, 독후감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가장 값싸고, 단순한 책 읽어주는 이 방법이 그 무엇보다 훌륭한 교육방법으로 판명된 것이다.

읽기는 모든 학습의 기초다.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지식은 읽기에서 출발한다. 수학문제도 풀려면 복잡한 지문을 읽고 이해해야한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계산능력은 훌륭한데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틀리는 경우가 곧 읽기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과학도 사회도 책을 비판적으로 읽어내지 못하면 질문에 답할 수 없다.

모든 일이 기초가 중요하듯이 공부도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바로 독서가 모든 학습의 기초체력이자 밑바탕이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히딩크의 성공전략도 기초의 강조와 함께 기본 원칙에 충실한 것이었다. 히딩크는 한국축구는 기술과 정신력은 뛰어난데 기초체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하고 기초체력 강화훈련부터 시작했다.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빠른 길이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공부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당장 눈앞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과외다, 학원이다, 아이를 혹사시키는 임시변통의 방법보다는 차분히 독서부터 체계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것이다.

공부를 잘 하게 하는 비결이 다름 아닌 독서를 통해 독서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아이의 지능을 발달시키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도 아이가 독서를 좋아하게 해서 지속적으로 독서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시작은 어려서 책 읽어주기로부터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글을 깨우쳐서 눈으로 책을 읽게 되기까지는 최소한 몇 년이 지나야 한다. 귀를 통해서 들려주는 소리는 아이의 머릿속에 ‘생각의 집’을 세우는 기초가 된다. 귀를 통해 들은 의미 있는 소리는 나중에 아이가 글을 배워 눈으로 글자를 보게 될 때 이해하기 쉽게 도와준다. 책을 읽어주면 아이가 책 읽는 것을 즐기게 되고, 아이의 어휘와 배경지식을 늘려주며, 아이에게 독서의 모범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릴 때 책 읽어주기가 중요한 것은 듣기 이해력이 읽기 이해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단어가 듣기를 통해 아이의 뇌 속의 어휘 저수지에 고인다. 저수지는 충분히 차면 넘치기 시작한다. 넘치는 어휘는 말하기, 읽기, 쓰기의 세 갈래로 물고가 터져 흘러간다. 듣기어휘가 곧 읽기, 말하기, 쓰기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책 읽어주기는 우선적으로 집중력과 어휘력을 길러준다. 어휘력이 약한 아이들은 이해력도 떨어진다. 이해가 잘 안되니 공부가 재미가 없고, 산만해지고 집중력도 없어진다. 선생님의 질문에 자신이 없어 눈을 피한다. 저학년 때는 공부를 잘 하던 아이가 고학년으로 갈수록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 이유는 어휘력이 부족하고 집중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읽어준 이야기도 자신이 독서한 것과 같은 것이다. 읽어주기는 꼭 저학년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공부에 흥미가 없는 고학년 아이에게도 필요한 방법이다.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는 ‘어휘의 바다’이다. ‘신음’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던 아이가 ‘신데렐라는 숲을 지나다가 새의 신음 소리를 들었어요.’라는 문장을 읽을 때는 ‘신음’이라는 단어의 뜻이 머릿속에 쏘옥 들어온다. 아이는 머릿속에 인지된 ‘신음’이라는 단어를 응용해서 사용하고, 그러면서 점차 아이의 지적 능력이 향상된다.

어휘력이 풍부하면 독해력이 좋아져 여러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도 높아진다. 읽기가 공부이고 공부는 곧 읽기다. 아이에게 규칙적으로 책을 읽어주자. 그것이 공부 잘 하게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하루의 1% 15분 만 읽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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